도서 소개
‘청춘을 바쳐 얻은 결과가 이것뿐인가’ ‘새로운 꿈을 꾸기에 이미 늦은 나이인가’ ‘이 다음에는 무엇을 목표로 살 것인가’ 오십 너머의 삶이 힘겨운 이유는 이처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의문들과 후회, 그리고 허무함 때문이 아닐까. 스위스와 독일 대중의 사랑을 받은 현대철학자이자 14년간 국영TV 철학 토크쇼를 진행해온 언론인인 바르바라 블라이슈는 인생의 의미를 평생 숙고해온 철학자들에게도 중년은 ‘위기’였다고 말한다. 단테에게도 중년은 가시덤불이었고 보부아르에게는 악몽이었으며, 톨스토이는 길을 잃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초행길인 중년의 시기를 과연 우리는 어떻게 헤쳐 나아갈 것인가? 인생에 찾아온 이러한 의문과 혼란 들을 진정한 자기 발견의 계기로 바꿔낸 것 역시 철학의 힘이었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쇼펜하우어, 스피노자, 버트런드 러셀, 톨스토이가 지나온 중년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중년이 저무는 시기가 아니라 인생 최고의 ‘전성기’임을 밝혀낸다.단테는 1321년 저술한 『신곡』에서 35세가 된 자신을 인생길의 한중간(nel mezzo del cammin)에 들어섰다고 표현한다. 그는 어둡고 거친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 단테의 표현대로 그는 길에서 벗어났고 덤불 사이에서 어떤 길을 또 가게 될지 알 도리가 없다. (중략) 소설 『스토너』에 등장하는 동명의 주인공 스토너는 42세에 “앞으로는 즐거울 일이 없고, 뒤로한 날에는 기억할 만한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가 하면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는 ‘50세를 넘는 것은 악몽’이라고 말하며 50세가 되면 이미 죽음이 시작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보부아르는 “나는 중년이 그렇게 빨리 시작되고 또 그렇게 아프리란 건 몰랐다”라고 말한다. 또 레프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는 『고백록』에서 자신이 맞이한 중년을 가리켜 단테의 ‘광야에서 길을 잃은 자’와 비슷한 묘사를 한다. -1장 「오십의 삶을 뒤흔드는 질문들」 중에서
중년의 철학은 위기에 대한 취약성을 숙고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무엇이 중년을 풍요로운 충만의 시기로 만드는지 파악하는 일이기도 하다. 중년은 위태로운 시기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인생의 전성기’ 내지는 ‘최고의 시기’라고 불리기도 한다. 고대에는 중년이 성숙에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시기란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렇다면 철학적 의미에서 성숙이란 무엇이며, 그 충만함을 자신을 위해 사용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개인의 성숙과 그에 따른 충만함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인생 경험과 중년에 생기는 과제를 현명하게 다룰 때만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1장 「오십의 삶을 뒤흔드는 질문들」 중에서
생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실존적 의문과 새로운 질문에 맞닥뜨리며 근본적인 위기의 시기를 맞이한다. 중년이 철학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이렇게 말한다. “철학적 문제는 ‘나는 나 자신을 알지 못한다’라는 형식을 띤다.” 인생의 풍경 속에서 길을 잃고 자신을 잃어버린 채 더는 갈 길을 모른다고 느낀 그 지점에서 모든 철학적 사색과 실존적 질문, 탐색이 시작된다. 길을 잃었을 때 우리는 고독한 존재가 되며 그보다 더 철학적인 순간은 없다. -1장 「오십의 삶을 뒤흔드는 질문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