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의가 넘치는 나라, 한국이다. 모든 이가 저마다 자신의 정의를 내세운다. 자기만의 진실, 자기만의 도덕을 사수한다. 그래서 결과는? 심판과 비토, 비방과 린치, 끊임없는 내로남불의 악다구니가 우리 사회와 정치를 집어삼켰다. 현직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에 관한 고발과 특검이 난무하고, 상대를 적(敵)으로 규정하는 혐오와 냉소가 온 사회에 일렁인다. 한국의 제도권 언론인들과 저널리즘은 철저하게 불신받는 중이다. 그 틈을 비집고 탄생한 사이버 레커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사람을 물어뜯으며 돈을 번다.4년 넘게 ‘김희원 칼럼’을 연재하며 당대 최고의 글쟁이, 우리 언론계의 독보적인 칼럼니스트라 불리고 있는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 김희원은 바로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한다. 그는 32년 차 기자의 눈으로 우리 사회의 무책임과 몰염치를 낱낱이 파헤친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어느 진영에도 기대지 않는다. 당연히, 자기 자신이 속한 언론계를 비판하는 데도 여념이 없다.김희원은 2005년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취재하며, 2013년 사측에 의해 뉴스룸이 폐쇄됐던 ‘《한국일보》 사태’를 겪으면서 벼랑 끝의 처지에 몰렸던 바 있다. 황우석이 국가 영웅으로 추앙받던 때 주위의 많은 사람이 “왜 잘 나가는 사람 곱게 봐주지 못하느냐”며 자신을 탓하거나, 사측에 선 뉴스룸 간부들이 어제까지 함께 일하던 동료와 노조를 없애야 할 적으로 취급하는 일을 직접 겪었다. 그래서 김희원은 단언한다. 비겁함은 죄라고. 반성하지 않고 자기 몫의 판단과 결정을 미루거나, 자신의 원칙을 조금씩 포기하며, 자기 진영과 지지자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죄라고. 누구나 그런 ‘쉬운 길’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오염된 정의』는 그처럼 모두의 정의와 진실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남은 건 ‘오직 우리만이 정의이고 대의’가 된 이 불우한 사회를 샅샅이 파헤치는 책이다. 30여 년간 뉴스룸을 지켰던 김희원은 뼈아프게 고백하고, 대담하게 비판한다. 정교한 분노의 언어를 벼려낸다. 위축돼 가는 ‘상식과 원칙의 편’에게 말을 건다. 정의는 힘들게 승리하고, 진실은 가까스로 밝혀지는 것이라는 거듭 강조한다. 끝내 우린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진실은 타락하고 정의는 오염되었다. 제도는 불신받고 권위는 조롱당한다. 사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 또한 아수라다. 정치적 양극화와 맞물려 정파성이 심해졌다. 무슨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모를 기사들이 넘쳐난다. 언론의 문제를, 1인 미디어라는 더 큰 문제가 덮는다. 탈진실을 선동하고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 궤변이 살아남고 선동이 승리하기 쉬운 시대다.― 「서문」 중에서
그러므로 성찰하지 않은 잘못은 죄다. 각성하지 않은 것은 죄다. 작정한 무지는 그것만으로 죄가 된다. 자기 몫의 판단과 결정을 미루는 이들은 얼마나 흔한가. 듣기 좋은 말을 누가 못 하겠는가. 심기 경호만 하다가 진짜 문제를 방치하고, 결과를 내는 것보다 자리를 보존하는 게 우선인 이들은 얼마나 많은가. 대통령 밑에서 일하지만 않으면 선택의 갈림길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장관과 회장의 한마디에, 아니 부장과 팀장의 낯빛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제1부 타락한 진실의 시대 | 비겁함이 죄다」 중에서
이런 기자들이 합심해 실패를 이룩한다. 저널리즘 가치를 버리고 불신을 자초한다. 그러고도 자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부장이 쓰라고 시켰으니까, 내가 제일 먼저 제일 심하게 쓴 건 아니니까, 다들 그렇게 썼으니까, 나는 정말 그런 줄 알았으니까…. 이런 생각으로 자신이 일으킨 파장을 외면한다. 성찰과 각성 없는 기계적 수행이 거대한 악을 구성하는 순간이다.― 「제1부 타락한 진실의 시대 | 언론은 왜 자꾸 실패하는가」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희원
1993년 한국일보사에 입사해 32년째 재직 중이다. ‘김희원 칼럼’을 연재하면서 팩트에 기반해 사회·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사회부장, 문화부장, 기획취재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현재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을 맡고 있다.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진실 규명에 기여한 보도로 한국여성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 한국과학기자협회 과학기자상, 사이엔지(SCIENG) 과학기자상, 대한민국과학문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언론 보도 참사를 고민하며 과학커뮤니케이션 석사 논문을 썼으며, 세계과학기자연맹(WFSJ)의 제5회 세계과학기자콘퍼런스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뉴스 보도의 원칙과 기준을 관장하는 뉴스스탠다드실장으로서 2024년 4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생성형 AI 활용 준칙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