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암을 경험하였고, 딸이자 아내, 엄마인 동시에 누군가의 친구인 저자가 기록한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가까운 이들의 죽음부터 기사로 접하는 낯선 이들의 죽음까지, 살며 만나는 여러 죽음과 또 암 환자의 시간을 거치며 저자는 살아 있는 것들의 사라짐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거대한 슬픔 앞에서 그는 한 가지 할 일을 깨닫는다. 그것은 바로 사랑. “사라지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사라지려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사랑하는 것뿐이다.”(p.7)글을 읽다 보면,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채 지내온 것이 후회스럽고 한편으론 아직 기회가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게도 된다. 지난날은 바꿀 수 없으니 남은 기회만큼은 놓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오늘’이 내일의 후회가 되지는 않게 하자. 그러기 위해선 오늘 할 수 있는 일, 사랑하는 일을 성실히 해내야 한다. 그것이 결국 잘 살고, 또 잘 사라지는 길이다.
출판사 리뷰
살아감에 대한 깊은 사유,
사랑함을 향한 굳은 결심
일상의 소중함은 대체로 일상이 흔들리고 나서 체감된다. ‘일상’이라고 부르는 삶의 자리가 얼마나 많은 요소의 치밀한 상호 작용과 정교한 연쇄 작용이 이루어 낸 질서인지, 또한 그것이 매일의 나를 얼마나 단단히 받치고 있었는지를 그것이 깨지기 전에는 잘 모른다는 뜻이다. 심지어 그것이 깨질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건 하지 않는 듯이 살아간다. 삶에 선물처럼 주어지는 좋은 것들이 자주 그런 취급을 당한다. 젊을 때는 젊음이, 건강할 때는 건강이, 사랑받고 사랑할 때는 사랑이 가볍게 여겨진다.
그것들의 가치에 대해 말하게 되는 것은 결핍과 상실을 지나면서다. 당연한 줄 알았던 삶의 풍경이 사라지려는 것을 직감할 때, 혹은 사라졌음을 목도할 때, 그제야 누려온 것들이 하나도 당연하지 않았음을 깨달으며 허둥지둥 놓친 순간과 마음을 끌어모은다. 이미 지난 것을 그리워하고, 지난날의 무심함을 후회하면서. 그래서일까, 역설적이게도 잃어 본 사람이 더욱 그것의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안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 경험한 몇 죽음과 죽은 이들이 남긴 흔적과 사랑하는 이의 질병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게 마련이고, 질병이나 사고 같은 변수에 의해서도 생의 기운은 꺾인다. 여기에 마음이 멀어진 관계와 땅의 거리가 멀어져 버린 관계까지 생각하면, 살며 경험하는 헤어짐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헤어짐을 말하며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쓸쓸함과 허무, 그리움만이 아니다. 뜻밖에도 그는 매일 찾아오는 ‘오늘 아침’의 특별함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스스로 암을 경험한 이의 말이기에 더욱 힘이 있다.
“오늘 아침에 당신이 여기 있었던 것처럼 내일 아침에도 당신이 내 곁에 있을 것이라고, 나와 당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믿는다. 모두 오해다. 우리는 그렇게 매일 매 순간 오해하며 살아간다.” (프롤로그에서)
‘모든 것이 그대로’라는 오해와 착각 탓에 우리는 자주 ‘지금’에 소홀하다. 중요한 일을 미루고 소중한 사람을 홀대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놓친다. ‘나중’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죽음이나 또 다른 형태의 이별을 통해 가족과 친구의 사라짐을 경험하고 또 스스로 암을 겪어 내면서, 저자는 나중이나 다음에 기대는 건 위험하고도 어리석인 일이라는 것을 배운 듯하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다. “사라지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사라지려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사랑하는 것뿐이다.”
진부한 귀결 같지만 사실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은 대개 새롭지 않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을 행하지 않아서 실수를 거듭하고, 실수를 통해 깨달은 것을 또다시 잊어서 혹은 무시해서 불행해진다. 그러니 듣고 배운 것을 반복해서 가슴에 새기는 수밖에 없다. 사랑도 그중 하나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 그것은 곧 나를 포함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여기에 있다. 그러니 오늘, 사랑을 마주할 수 있을 때 아낌없이 사랑하면 좋겠다. 사랑하지 못했음이 언젠가 후회와 슬픔으로 남지 않도록 말이다. “내 사랑은 살아 있음. 내 사랑은 목숨의 모양”(p.111)이라는 저자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린다. 사랑, 살아 있어야 할 수 있다. 지나간 후에야 그 고마움과 아름다움을 말하지 말고,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더욱 사랑하자.

오늘 아침에 당신이 여기 있었던 것처럼 내일 아침에도 당신이 내 곁에 있을 것이라고, 나와 당신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대로일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믿는다. 모두 오해다.
사실의 나열이나 그 총합이 ‘나’인 것은 아니다. 나의 진실은 그보다 더 크고 깊고 짙다. 그러니 누군가에 의해 제대로 만져지지 않는다 해서 심란해할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누군가에 의해 오롯이 기억되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어떻게든 생은 흘러 지나가고 끝이 오기 마련이니 그저 최선을 다한다. 내가 가서 닿는 일과 누군가 와서 닿도록 하는 일에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영주
1983년에 나고 오랫동안 부산에서 자랐다. 지금은 서울에서 가사 노동과 돌봄 노동을 하며 아이, 남편과 함께 가정을 일구는 중이다. 남의 글 읽기와 나의 글 쓰기를 좋아하고, 그와 관련된 일들은 시간을 내고 들여 추구한다. 암을 경험하였고, 여전히 경계하며 가끔 두려워하기도 한다. 오늘을 성실히 생활하고 여러모로 잘 생활하는 법을 궁리한다. 제법 자주, 머지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편이다. 섬세하게 자라는 식물의 잎들 몇 장에 쉽게 환해지는 기분을 가졌다.인스타그램 @dudwn0200
목차
프롤로그
1부 사랑하는 것들이
할머니 없는 할머니 집
세 가지 죽음
명지 삼촌
바지춤을 잡아 올려야 하는 사람
떠나려는 이를 떠나보내는 방법
시간 여행
우리 이모
파스텔톤 유품
느린 걸음
밥그릇 1
밥그릇 2
오래된 여자들의 응원
트림
하얗고 환한 내원기
반짝반짝
머리를 잘라야만 하는 날
양지
태풍
경포의 밤
예뻐요, 참
제비꽃
0.1mm로 돌돌 만 1mm의 배려
나를 오해하는 나에게
꽃보다 미숙이
보행 보조기와 지팡이
여기 포크 하나 주세요
아무것도 모른다
상실을 통해 배운다는 말
엄마들의 아이들_이태원 참사자들을 추모하며
꿈을 꾸었습니다
식탁 앞 기도
최초의 맨몸
세탁소 사장님의 사정
계절은
겨울 같은 하루를 지나가기 위하여
내 사랑의 모습
2부 사라지기 전에
다시 보는 매화
남자와 유아차
부활의 아침
차라리 아무 말도
명랑과 다정
매듭
외롭다 외롭다 한다
벚꽃 귀가
각자의 표정
촉簇을 갈아 끼우듯
스파게티는 원 플러스 원
서울 말씨 친구
너오늘놀수있어?
세면대와 계단과 초인종과 어린이와
분홍색 니트
마음의 초기화
프라하의 그녀들과 경동시장의 그녀들
보이지 않는 얼룩
아이스크림 먹기
당당하게 잘 못하기
두 가지 상황
이면지
자기만의 밤
생의 힘
새잎 펼치기
운전면허
자전거 사장님
당신은 그때
말들의 공격
가시
바쁘다는 것
보이는 몸과 보이지 않는 몸
내 뒤의 풍경
무서운 일
다짐
귤이 상했다
마음 지지하기
솟아오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