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메이로쿠잡지(明六雜誌)』는 1873년 7월에 미국에서 귀국한 주미대리공사 모리 아리노리가 일본의 교육개혁을 목표로 동지들과 함께 설립한 학술결사 메이로쿠샤(明六社)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국가 건설을 위해 국민의 지적 수준 향상과 교육개선의 필요를 통감한 모리는 해외 학회에서 교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지식인들의 고립성과 폐쇄성을 타파하고, 지식인 간의 학문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학술결사를 설립했다. 『메이로쿠잡지』는 메이로쿠샤 지식인들이 ‘교육의 진보’를 위해 지식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른바 ‘문명개화’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했던 것인데, 그 ‘문명개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이 제시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논의의 다양성과 논쟁이 이 잡지의 특징이 되었다. 또 이 잡지에는 당대 일본뿐 아니라 서양에서 유행하던 지식이나 사상들이 다채롭게 소개되고 있어서, 우리에게 현재 ‘상식’이나 ‘교양’으로 정착해 있는 지식의 기원과 전파의 양상을 살펴보는 데 흥미로운 단서들을 제공해 준다.현재 구미에서 인재가 번성하는 까닭은, 다름 아니라 주로 이 자유의 기질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풍속은 군주압제의 정치가 인민의 재능을 농락하였기 때문에, 인민의 재능이 발달한 곳은 오히려 벽지(僻?)나 변경같이 군주의 덕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었다. … 그리고 이렇게 뛰어난 호걸이 한 명 나오면, 주변 사람들이 떨쳐 일어나도록 고무시켜 그들이 가진 재능을 떨치게 한다. 이런 이유로 뛰어난 군주가 나온 지역에서 명현들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적이란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남을 살해하거나, 혹은 남을 겁박하는 자라는 말로, 천자에게 맞서는 자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천자에게 맞서는 자를 가리켜 모두 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인군독재(人君獨裁)의 나라에 있는 풍습으로, 군주를 지나치게 높이려는 데에서 나오는 저속한 말이다. 지나인의 뻐김과 교만함, 스스로를 추켜올리는 모습은 일본인이라면 실소를 금치 못하는 바인데, 이 적이라는 글자에 관해서는 지나인의 편견을 답습하여 고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니 기이한 일이다.
요컨대, 지금 화폐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병을 고치는 것과도 같다. 마땅히 좋아하는 모든 것을 멀리하고, 명예와 이익을 내던지며, 직업을 없애고 교제를 끊으면서 오직 요양에 전념하여야 비로소 완치를 바랄 수 있다. 그런데 병이 더욱 커지는 일이 있어 요양에 전념할 틈이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나는 단지 일분(一分)의 요양을 게을리하면 일분의 병세를 키우고, 이분(二分)의 요양을 게을리하면 이분의 병세를 키우며, 게으름이 쌓여 결국에는 회복하지 못하게 될까 봐 은밀히 두려워할 뿐이다. 아아, 화폐의 병세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우니, 요양의 방식에 어찌 마음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