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최고의 달이 뜬다는 소식에
계수나무 묘목을 샀다
뿌리와 잎에 물 적셔
백지로 곱게 싸 토방에 올려놓고
석양에 젖어 드는 마루에 누웠다
어둠이 짙어가며 서서히 떠오른 달
울타리 참죽나무 가지에 걸렸다가
순간 뿌리치고 솟아오른다
- ‘계수나무’ 중에서
관절통을 팝니다
무릎 어깨 발가락 통증이
최고로 저렴합니다
척추협착증 근육통은 매진
오전에 다 팔렸습니다
기부는 하지 않습니다
대등한 것과는 교환이 됩니다
- ‘관절통’ 중에서
넘보지 마라
여기는 경계의 나라
발 적신 자는 물총 맞는다
아리수 물계단은 일곱
임진강 물굽이는 아홉
둘이 만나 열여섯을 이루지 못하고
색을 바꿔 돌아서는 물머리
옷 벗은 백로가 몸을 씻었는가
물속에 빠진 가마우지 똥 쌌는가
황톳빛 위에 내린 햇살
바람 지나듯 스쳐 가버리고
먹구름빛 고인 물살에
둥둥 떠내려가는 자유의 깃발
뒤따라온 함성은 저 혼자 시끄럽다
- ‘물의 경계’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오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한국NGO신문 신춘문예 운영위원장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 수상시집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20권평론집 『언어의 광합성, 창의적 언어』시평집 『시의 향기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