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캐서린 맨스필드는 예민한 감수성, 자연과 인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밝고 싱싱한 시정을 가진 작가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새로운 기운으로 태동하던 영국 소설은 심리주의적 경향을 띠었다.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 등의 작가가 이를 대변한다. 맨스필드는 이러한 추세를 일찌감치 예지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여 활용했다. 그러나 단지 심리 분석에만 머무르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혁혁한 공로를 세워 확립한 단편소설의 형식에 심리를 기입해 형식과 내용의 적당한 조화를 이루었다. 독특한 운율로 대상의 생생한 이미지를 포착한다고 평가받는 맨스필드의 문체 역시 그녀 작품의 매력을 더한층 돋보이게 한다.
그 지겨운 출산이라는 여정에 오를 때마다 차가운 입김이 그녀를 송두리째 냉동시켜놓은 것 같았다. 그애들에게 줄 따스함이 남아 있지 않았다. (〈피서지에서〉)
밤이 되면 인간은 어째서 이렇게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자는 시각에 깨어 있다는 것은 왜 이다지도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일까? 늦은 시간이다. 아주 늦은 시간이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숨을 한 번 쉴 때마다 서서히 새롭고 신비하고, 낮의 세계보다 훨씬 짜릿하고 신나는 세계로 말똥말똥하게 들어가기라도 하듯, 점점 더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캐서린 맨스필드
뉴질랜드 태생의 영국 소설가로 웰링턴과 런던에서 교육받은 후 열아홉 살에 뉴질랜드를 떠나 영국에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14년까지 《리듬》 《블루 리뷰》 등에 단편을 발표했고 1920년에 발표한 《환희》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 1922년에 발표한 단편집 《가든 파티》 는 작가의 문학적 재능이 최고로 만개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맨스필드는 5년간 결핵으로 고생하다 서른넷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맨스필드의 남편이자 평론가 존 미들턴 머리는 그녀가 남긴 기록을 정리해 《일기》(1927)라는 제목으로 펴냈으며, 그녀가 자신에게 쓴 편지에 주석을 붙여 《서간집》(1928)으로 출간했다. 맨스필드의 작품은 안톤 체호프의 영향을 받아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섬세함과 완곡한 서술, 날카로운 통찰력을 고루 갖추었다고 인정받는다. 또한 매우 시적이고 독특한 산문 문체를 발전시켜 단편소설이 문학의 한 장르로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쳐 단편소설의 거장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