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꽃피는 소리를 스케치하다
매화나무 아래,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리
웃음소리일 거란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어미 닭을 따라가는 병아리들일까요
동그라미를 그리다가 그만, 둥글고 물렁한 엄마 얼굴을 그렸습니다
제 살을 찢고 나오는 아픔의 굵기는 얼마나 될까요
아릿한 눈물의 냄새를 스케치합니다
그리움이 들숨으로 스며듭니다
당신을
꽃 피는 소리를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Y
생각이 나무를 자라게 한다
나무는 Y , Y는 Yes
햇볕이 목을 간지럽혀도
별빛이 허리를 감아도
바람이 입맞춤 해도
그래, 하면서 나무는 Y로 산다
긍정은 무슨 빛깔일까
달빛 무성할 때, 햇살 다정할 때면
나무의 생각은 하늘에 올라 뿌리를 내린다
하늘이 푸르게 나부낀다
문득 길 가던 사람이 나무 그늘에 들면 금방 푸른 빛에 젖는다
나무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Y,Y,Y,
내뿜는 날숨이 싱싱하다
들숨에 허공이 흔들린다
세상은 Y
가지가 푸르다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
아교같이 녹여낸 제 몸의 뼈로
곡선과 직선의 길을 이어 새로운 길을 낸다
여덟 개의 다리로 고정하고
별빛에 흔들리며 한 땀 한 땀 허공을 시침질한다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며 허공으로 내는 길
그 길에 들어서면
저 너머, 우주가 보인다
가다 보면 길이 된다
딛는 곳이 길이 되고 삶이 된다
산다는 것은 누구도 걷지 않는 허공에 길을 내는 일
날마다 걷는 길
문득, 뒤를 돌아보며 생각한다
바르게 걷자고 하면서도
게걸음은 치지 않았는지
비뚤어진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걸어온 길을 거울 삼아
오늘도 길 위에서 길을 간다
아직 한 번도 걷지 않은 인생길이 남아 있다
거미 한 마리
허공 위에 새로이 길을 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순영
•전남 화순 출생•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교육방법 전공)•인천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교육행정 전공)•인천광역시교육청장학관 및 초등교장 역임•황조근정훈장 수상. 경기·인천사도대상 수상•《시와사람》 시 부문 당선•《시조시학》 시조 부문 당선•광주광역시문인협회 회원•광주광역시시인협회 회원•나주문인협회 회원•화순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