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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흐름출판 | 부모님 | 2025.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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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서울대 암 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만난 암 환자와 그 곁의 사람들, 의사로서의 솔직한 속내를 담은 에세이.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다른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의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후 뇌 기증 의사를 존중하는 아들, 의식 없는 어머니가 심폐소생술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어머니를 놓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 환자 곁의 사람들 모두 각기 다른 선택을 한다. 그 같은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의 선택을 되돌아보며 저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라고 자문한다. 저자는 환자들과 가족들이 그려가는 마지막을 지켜보며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되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다. 책의 1, 2부는 저자가 만나온 환자들의 이야기로 환자와 가족들이 예정된 죽음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3, 4부는 암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의 고민과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책 속의 사람들의 모습에는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과 죽음에 태도는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사람들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환자가 의사를 먹여 살리는 셈이고, 때로는 환자가 의사를 치료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만나온 환자들의 선택이, 그들이 꾸려가는 시간이,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내게는 반면교사가 되기도 했고 정면교사가 되기도 했다. 내가 만난 환자 들은 삶과 죽음으로 살아 있는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마치 생의 숙제를 푸는 것 같았 다. 그들이야말로 나의 선생님이었다.
장애물이 있으면 어떻게든 치우며 앞으로 나아가는 삶.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존재 이유를 찾는, 앞만 보며 이 악물고 달려온 삶. 그에게 삶은 열심히 싸워 야만 하는 투쟁의 장이 아니었을까? (…) 나중에 호스피스 실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12월의 어느 추운 겨울날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떠났을지, 가족들의 외면 속에서 쓸쓸히 떠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켜봐왔던 그의 삶을 생각해보면 후자였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죽은 뒤에 혹시라도 그를 다시 만난다면 꼭 묻고 싶어졌다. “당신은 무엇을 위하여 그렇게 열심히 살았습니까?”
내가 목격한 수많은 혈연관계도 참담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럴 때면 생각 했다.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첫 문장은 옳다고. 누군가에게 가족은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었지만 때때로 누군가에게는 짐이자 삶을 옥죄는 족쇄에 지나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범석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이자 임상교수암환자의 남은 삶이 의미 있게 연장될 수 있도록 암환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암 환자들을 만나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통과 희망을 마주해왔다. 의사, 교수, 연구자, 임상시험 전문가, 글쓰는 사람이라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다.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으며 쓴 책으로는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경계의 풍경이 묻다》 《항암치료란 무엇인가》 《암, 나는 나 너는 너》 《암환자의 슬기로운 병원 생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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