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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나무로 읽는 역사와 생태 인문학 이미지

대구의 나무로 읽는 역사와 생태 인문학
학이사(이상사) | 부모님 |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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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맞선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인 문일평은 『화하만필(花下漫筆)』에 “고려 때 시인 정지상은 매화 그림을 잘 그렸고, 어몽룡의 매화 그림은 조선에서 으뜸으로 일컬어졌다.”고 했다. 지금도 어몽룡의 묵매(墨梅) 가운데 늙은 매화나무 둥치에서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아 있는 가지에 성글게 핀 매화와 어스름한 달이 조화를 이루는 월매도(月梅圖)는 5만 원권 지폐의 신사임당 초상화 뒷면에 들어있어 한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 봄 '매화나무' 중에서

국내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최초로 찾아낸 사람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프랑스인 선교사 에밀 타케(?mile Joseph Taquet, 1873~1952) 신부다. 1902년부터 1915년까지 제주도에서 사목하던 그가 1908년 4월 15일 제주도 한라산 북쪽 관음사 뒤 해발 600m 지점의 숲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해 1912년 독일 베를린대학교의 쾨네 박사에게 감정을 받음으로써 왕벚나무 자생지가 한국임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대구 중구 남산동 천주교대구대교구청 뜰에는 타케 신부가 1930년대 유스티노 신학교에 재직할 때 심은 왕벚나무인 일명 타케나무가 있는데 해마다 봄이면 소담스러운 꽃이 활짝 핀다.

- 봄 '벚나무' 중에서

아까시나무의 학명은 로비니아 슈도아카시아(Robinia pseudoacacia)다. 프랑스 원예가 로빈이 신대륙에서 아카시아와 비슷한 나무를 유럽으로 가져왔는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그의 이름을 따서 속명을 로비니아로 했다. 종소명은 아카시아를 닮았다는 뜻의 슈도아카시아라고 붙였다. 학명으로 풀어볼 때 '로빈이 가져온 가짜 아카시아나무'이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학명에서 '가짜, 모조'라는 의미인 슈도(pseudo)를 빼버리고 그냥 아카시아(acacia)로 부르게 된 모양새다.
진짜 아카시아나무는 열대성 상록수로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기린이 잎을 먹는 키가 큰 나무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아카시아라는 다른 나무가 엄연히 있는데도 표준어가 바뀌기 전까지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불렀다. 지금부터라도 아까시나무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면 나무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고 사람들도 헷갈리지 않을 것이다.

- 봄 '아까시나무'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종민
1963년 경북 포항시 청하면에서 태어났다.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덕분에 어릴 때부터 나무와 함께 생활했다.이후 대구 계성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상경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경북일보(구, 대동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1994년부터는 매일신문 기자로 일하기 시작해 편집부장과 선임기자를 역임했다.현재는 '이종민의 나무오디세이'를 신문에 연재하면서 모든 나무를 인문학적 관점으로 살펴 독자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목차

1부 / 봄 春
백화경염 百花競艶 - 뭇 꽃들 경쟁


매화나무 | 선비의 절개
산수유나무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벚나무 | 낙화도 아름답다
라일락나무 | 첫사랑의 달달한 향기
이팝나무 | 쌀밥에 고깃국 그리다
아까시나무 | 아카시아가 아닙니다

2부 / 여름 夏
화양연화 花樣年華 - 신록의 잔치


뽕나무 | 인류에게 비단 선물
배롱나무 | 화무십일홍이 무색하다
능소화나무 | 땡볕에 고고한 양반꽃
회화나무 | 사대부가 정원수
느티나무 | 천 년을 꿈꾸는 장수목

3부 / 가을 秋
감홍난자 紅爛紫 - 화려한 결실


사과나무 | 역사를 뒤흔든 과일
모과나무 | 못생긴 열매, 못 잊을 향
탱자나무 | 가성비 좋은 울타리
벽오동 | 봉황을 기다리며
은행나무 | 행단의 살아있는 화석

4부 / 겨울 冬
독야청정 獨也靑靑 - 홀로 선 나무


대나무 | 사람이나 나무나 올곧게
잣나무 | 늙은 나무도 동량 된다
전나무 | 큰 절 호위 무사
측백나무 | 수천만 년 전 터줏대감
호랑가시나무 | 빨간 열매의 강한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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