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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는 토요일 새벽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은행나무 | 부모님 | 202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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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한국경제신문사는 기성과 신인을 아울러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발굴해낸다는 기치 아래 아르떼문학상을 신설했다. 367편의 응모작 가운데 첫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수상작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독자를 만나는 소설가 정덕시 씨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이다.‘펫로스’와 ‘동물권’이라는 동시대적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비인간’과의 실존적 교류로 인해 가해진 삶의 변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며 인간 너머의 영역을 끈질기게 탐색하려는 서사적 시도가 소설의 동시대적 영역을 한층 넓히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가깝고 소중한 존재의 상실에 대해 다루는 한편, 반려동물로는 다소 생소한 ‘거미’를 다루면서 현실의 시선이 틈입한 곳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17년간 함께한 반려동물 ‘두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두희는 타란툴라, 거미다. 소설은 주인공이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대해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두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 갈등을 빚은 일, 두희를 인공적 환경에서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하고 상실을 기꺼이 다루어 나간다.

  출판사 리뷰

타인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나의 소중한 존재
어쩌면 나조차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존재,
그 존재를 상실했을 때 혼자서 겪어가야 하는 이야기들
5천만 원 고료 제1회 아르떼문학상 수상작
인간 너머의 영역을 끈질기게 탐색하려는 젊고 새로운 시도!

한국경제신문사는 기성과 신인을 아울러 이 시대에 필요한 새롭고 신선한 작품을 발굴해낸다는 기치 아래 아르떼문학상을 신설했다. 367편의 응모작 가운데 첫 수상의 영예를 거머쥔 수상작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독자를 만나는 소설가 정덕시 씨의 《거미는 토요일 새벽》이다. ‘펫로스’와 ‘동물권’이라는 동시대적 주제를 다룬 이 작품은 “‘비인간’과의 실존적 교류로 인해 가해진 삶의 변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으며 인간 너머의 영역을 끈질기게 탐색하려는 서사적 시도가 소설의 동시대적 영역을 한층 넓히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되었다.
가깝고 소중한 존재의 상실에 대해 다루는 한편, 반려동물로는 다소 생소한 ‘거미’를 다루면서 현실의 시선이 틈입한 곳을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17년간 함께한 반려동물 ‘두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두희는 타란툴라, 거미다. 소설은 주인공이 두희를 기억하고 두희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간다. 반려 거미에 대해 쏟아지던 호기심과 혐오, 두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족들과 갈등을 빚은 일, 두희를 인공적 환경에서 키우는 일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였던 두희의 빈자리를 확인하는 일까지. 주인공은 천천히 애도의 과정을 통과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반추하고 상실을 기꺼이 다루어 나간다.
그러나 이 소설의 미덕은 인간중심적이고 따듯하기만 한 손쉬운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소설은 비인간과 인간 간의 이해불가능성을 모른 척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뚫고 나아간다. 소설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구체성, 특히 인간의 눈에서 독해된 애정과 감정을 그대로 응시한다. 그리고 인간과 반려동물의 삶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지점에서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이 가지는 단단하고 강한 힘이다. 한편 타인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나의 소중한 존재, 어쩌면 나조차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존재에 대해 섬세하게 다루는 이 소설은 소수자 서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나’와 다른 두희의 몸, 두희를 향한 혐오의 시선, 가족과 친척과 불화하는 관계, 누군가에게 알리지 못하는 죽음과 홀로 지새워야 하는 애도의 시간은 소수자 서사와 긴밀하게 공명하면서, 이 소설을 ‘펫로스’에 대한 소설에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킨다.

“두희는 자기 이름이 두희였다는 걸 알았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걔도 너의 무언가를 알아채는 순간들이 있었을 거야.
그게 아주 찰나였을지라도.”

소설은 17년간 함께한 반려동물 ‘두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지상을 돌아다니는 배회성 뉴월드종 타란툴라인 ‘두희’. 주인공 수현은 두희가 자신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조차 다시 찾지 못할 산속 깊은 곳에 두희를 묻고 돌아온다. 그리고 차근차근 두희의 물건을 정리한다. 비바리움과 먹이를 정리하고 야행성인 타란툴라를 위해 빼두었던 전등을 다시 설치한다. 그렇게 수현은 조용한 장례 절차를 마무리 한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두희가 타란툴라라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들이 쏟아진다. 언제부터 곤충을 좋아했는지, 타란툴라를 어디서 구했는지, 타란툴라가 보호자를 알아보는지, 타란툴라에게 물려봤는지, 그래서 죽을 뻔했는지. 농담조로 나에게 거미줄을 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본문 7~8쪽

하지만 17년의 시간은 수현의 삶에 겹겹이 남아 있다. 수현은 어디에서나 두희와의 추억을 발견한다. 오랜만에 친척을 만난 자리에서 수현은 두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친척들과 싸운 일을 기억해낸다. 두희에게 우호적이었던 사촌 소리마저 조카 원준이 두희에게 물린 이후로 수현과 두희를 비난한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원준은 두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에 진심으로 슬퍼하며 수현을 위로한다. 원준의 곁에는 강아지 포포가 있다. 원준은 포포를 진심으로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위해 가족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현은 원준의 삶에 두희의 기억이 남아 있고, 그것이 원준으로 하여금 포포를 더욱 잘 사랑하기 위해 애쓰도록 만들고 있음을 희미하게 짐작한다.

“우리가 포포를 잘 안 돌봐줘서 그런 건데, 엄마랑 아빠는 자꾸 시골로 보내자고 그래요. 거기서 포포가 더 행복할 거래요.”
원준은 차분히 포포가 싼 똥을 배변 봉투에 담았다. 포포는 그저 신나 보였다. 크지 않은 체구에서 참 많은 것들이 나왔다.
“고모할머니도 그런 적 있어.”
(……)
내 얘기를 들은 원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원준은 이미 사람의 손을 탄 동물을 방생하는 건 동물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같다는 걸 잘 이해하고 있었다.
“고모할머니도 지금은 절대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계셔. 엄청 싸웠거든. 그렇다고 너도 엄마랑 싸우라는 뜻은 아니고.”
“저도 잘 해볼게요.”
어쩌면 가족이란 서로에게 불가피한 영역을 뜻하는 것 일지도 몰랐다. 소리와 똑 닮은 원준의 날렵한 눈매가 그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본문 79~81쪽

한편 수현은 주안의 귀국 소식을 듣는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수현과 주안은 연인이었다. 그것을 아는 것은 두희뿐. 하지만 두희의 모체가 살던 남미의 나라로 유학을 떠난 주안과 수현의 관계는 틀어지고, 둘은 사이를 정리한다. 오랜만에 만난 주안에게 수현은 두희의 죽음을 전한다. 주안은 수현에게 자신이 그 나라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이 두희 덕분임을 알리고. 수현은 두희가 자신과 주위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집에 또 타란툴라가 들어온 거야.”
그날 마주친 타란툴라는 그곳에서 본 것 중 크기가 가장 컸다. 손바닥 두 개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것 같았다. 주안은 자신도 모르게 타란툴라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았다. 그러다 문득 그것과 눈이 마주친 것 같았을 때, 주안은 말을 걸었다. 아마도 외로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주안은 고백했다.
“뭐라고 했는데?”
“한국말로, 너무 힘들다고. 집에 가고 싶다고.”
하지만 아무리 속사정을 털어놓아도 그것은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그때 주안은 두희를 떠올렸다.
“두희가 꼭 우리 얘기를 들어주는 것 같을 때가 있었잖아.”
나는 주안이 무엇을 얘기하는 건지 기억해냈다. 주안은 두희에게 종종 말을 걸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두희는 움직임을 멈추고 주안의 얘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 가만히 멈춰 있었다. 두희는 단지 갑작스러운 진동을 감지하고 추이를 살피기 위해 자리를 지켰을 뿐이었지만 그 모습이 주안에게는 자신의 얘기를 경청하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그러다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거기서 꽤 많은 타란툴라를 만났고, 거기 있는 동안은 다른 타란툴라들을 더 많이 볼 텐데, 앞으로 내가 어떤 타란툴라를 마주쳐도 내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건 두희밖에 없을 거라는.”
―본문 114~115쪽

그러나 두희의 소중함을 깨달을수록 수현은 두희를 좁은 비바리움에서 살게 한 것이 근원적으로 인간적인 욕심은 아니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수현은 희귀동물을 취급하는 곳이자 두희를 만나게 된 공간이기도 한 ‘블루프로그’의 주인 J와 이야기를 나눈다. 타란툴라와 교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J는 그럴 수 없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서로를 알아차리는 어떤 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랬을까? 수현은 자신이 이해조차 하지 못했던 두희의 삶을 온전히 애도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비인간-객체를 ‘환대’할 수 있겠는가를 탐구하는
드물게 윤리적인 작품”

반려동물과의 삶이 시대의 주요한 의제인 요즘, 이 작품은 ‘펫로스’라는 상실의 과정을 다루면서도 인간중심적이고 따듯하기만 한 손쉬운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반려동물과의 교감 불가능성을 한편에 파수꾼처럼 세워두면서, 소설은 ‘비바리움’이라는 인위적 환경이 한 생명에게 얼마나 열악한 환경인지, 반려동물이 인간과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되새긴다. 그런 점에서 소설의 주인공이 접촉불가능한 거미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이 반성은 두 존재의 접촉불가능성에 골몰하며 비관으로 추락하지 않는다. 타자가 타자로 존재하더라도 닿으려고 애쓰던 순간만은 분명히 남아 삶의 여러 모양을 만들어낸다는 것의 발견. 주인공 수현이 애도의 과정에서 해내는 것은 바로 그런 것이다. 수현이 거미가 되는 꿈을 꾸는 데에 다다르면, 타자와의 연결 가능성은 문학적 차원으로 승화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거미를 비롯한 희귀 반려동물을 취급하는 가게 ‘블루프로그’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주인공 수현이 두희를 만난 곳이기도 한 이 공간은 세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희귀함과 수집의 욕구를 위해 이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주지하면서도, 소설은 세 번째 블루프로그의 주인인 J를 통해 공생 방법에 골몰하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타란툴라에 매혹되어 한국의 기후에서 타란툴라를 키울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매뉴얼, ‘케어 시트’를 만드는 열심, 그리고 후에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인 일인지를 깨닫고 개체의 특수성을 파악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J의 행보는 특기할 만하다. 인간 스스로의 미숙함을 깨닫고 더 나은 환경을 모색하는 일. 그러나 여전히 미숙한 자신을 잊지 않는 일. 그 분열적인 주체를 견디는 일은 어쩌면 인간이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닐까?
한편 타인에게 이해받기 어려운 나의 소중한 존재, 어쩌면 나조차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존재인 두희에 대한 서사는 어딘가 익숙한 데가 있다. ‘나’와는 다른 두희의 다른 몸, 두희를 향해 쏟아지는 혐오의 시선, 가족과 친척들과 불화하는 관계, 누군가에게 알리지 못하는 죽음과 홀로 지새워야 하는 애도의 시간은 소수자 서사와 긴밀하게 공명한다. 소설은 다시금 인간의 일이라는 듯 우리 곁의 이야기로 돌아온다. 인간과 반려동물이, 나와 타인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그 지점에서 이 소설은 이해의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그것이야 말로 이 소설이 가지는 단단하고 강한 힘이다.

나의 이십대와 삼십대를 함께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나를 위로할 것이다. 하지만 두희가 거미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두희는 자기 이름이 두희였다는 걸 알았을까?”
“그건 모르겠지만 걔도 너의 무언가를 알아채는 순간들이 있었을 거야. 그게 아주 찰나였을지라도.”

“괜찮아. 가족이잖니. 원래 가족끼리는 한 번씩 싸우면서 지내는 거야. 너무 화목하기만 하면 그것도 밋밋하고 재미없어.”
엄마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려온 사람처럼 활기가 넘쳤다. 엄마에게 가족이란 모든 사건의 주범이며, 동시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인 것 같았다. 내게도 가족이란 마법 같은 단어였다. 그것은 평생을 할애해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였고,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단번에 설명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두희는 내 가족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덕시
2024년 제1회 아르떼문학상 장편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거미는 토요일 새벽》이 있다.

  목차

두희 … 7
블루프로그 … 22
착한 거미 … 38
네 번째 애인 … 83
꿈꿈 … 123
도마뱀 산책 … 147
나비 … 171
그동안 절지들을 … 186

작가의 말 … 227
추천의 말 … 231
―타란툴라와 가족이 되는 법 _김형중(문학평론가)
―기울어진 슬픔을 마주하는 궤적 _이서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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