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은 어떻게 세계전쟁이 되었나. 이 책은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식민지 쟁탈전으로 시작하여, 종전 12년 후 베를린의 한 영화관에서 일어난 소동으로 끝난다. 당시 상영된 영화는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작가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반전소설 <서부 전선 이상 없다>의 동명 영화였다. 당시 이 영화의 상영 방해를 주동한 사람이 저 유명한 괴벨스였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넘나들며 일화당 6쪽 내외의 에피소드 형식의 역사책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저자의 이번 탐구 주제는 ‘1차 세계대전’이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무와 숲”을 동시에 들여다보고 성찰하려는 저자의 의도가 이번에도 책의 주제의식을 관통한다. 영국,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에 왜 ‘세계’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었는가? ‘자본’이 발단이었고, 그 과정 또한 ‘자본주의’의 발전과 일치하였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등 참전국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와 아시아는 어쩔 수 없이 군대를 조직하여 참전하거나, 열강들이 전쟁에 사용할 전쟁물자 생산에 매달려야 했다. 미국 등 중립국들은 전쟁장사에 뛰어들어 큰 재미를 보았다. 자본주의는 전 세계를 ‘시장’으로 연결했고, 이로써 유럽의 패권 전쟁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여기에 저자는 ‘현대문명의 전쟁’이라는 두 번째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1차 세계대전에 첫선을 보인 탱크와 잠수함, 전투기, 기관총 등 최신 무기들은 당대의 기술을 총동원한 인류 최초의 ‘대량살상무기’들이었다. 일정한 열을 지어 격식에 따라 격돌하는 평원 전투는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다. 무조건 빨리, 많이 퍼붓는 쪽이 승리하게 되었다.가난한 사람들은 한탕 하러 식민지로 갔다. 《소공녀》, 《제인 에어》 같은 당시 작품에는 인도에서 큰돈을 번 친척이 등장한다. 마음만 먹으면 미지의 세계로 나가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자유와 도전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런가 하면 산업혁명으로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노동자계급의 저항이 심해지면서 마르크스주의가 유행했다. 마르크스주의자나 노조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여 거리에 사상자가 즐비하게 널려 있는 상황이 흔히 발생했다.
“어떻게 된 거야? 직진했어야 한다구. 빨리 차를 후진시켜.”대공 부부의 경호를 위해 쾌속으로 달리던 차가 멈췄다. 차는 천천히 후진하기 시작했다. 길모퉁이에는 차를 놓치고 황당해하던 프린치프Gavrilo Princip라는 청년이 권총을 품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대공 부부의 차를 보고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했으리라.
나폴레옹 시대 이후 가장 호전적인 프랑스 군대를 지배한 정신은 ‘드 그랑메종De Grandmaison’이다. 일종의 ‘닥공’(닥치고 공격하기) 전술로 총검을 들고 무조건 돌격하는 것이다. 마치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공격을 연상시키는 전술이다. 프랑스 참모부는 드 그랑메종에 입각하여 ‘제17계획’을 만들었다. 독일과 전쟁이 일어나면 80만 대군이 라인강을 향해 돌격한다는 계획으로, 독일을 정신 못 차리게 밀어붙여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표학렬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살아왔다. 어릴 적 위인전을 옆에 끼고 살고, 허구한 날 TV 사극을 시청하며, 국사 교과서로 공부에 찌든 머리를 식힌 끝에 연세대학교 사학과에 입학했다. 같은 대학 교육대학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이 서른에 한양여고(현 한양사대부고)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여자고등학교에 부임하며 느꼈던 설렘과 여학생들에 대한 환상은 일주일 만에 산산조각 났지만, ‘알을 깨고 나오는 고통’을 경험한 뒤 역사 교사의 임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깨에 힘을 뺀 역사, 사람이 살고 있는 역사를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국사가 제일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