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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싫을 때 읽는 책
마감과 고갈 사이에서 건진 스물네 개의 문장들
북트리거 | 부모님 |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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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사는 건 무섭다.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 할 일을 해치웠나 싶으면 또 다른 돌부리가 튀어나와 발을 건다. 무엇 하나 집중하기 어렵고, 안간힘을 쥐어짠들 잘 될지도 모르겠다. 심지어는 “내가 하는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 책은 그런 당신을 위한 책이다. 그러니까 사는 게 곤란한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곤경에서 벗어날 비법 같은 걸 알려 주느냐고? 그럴 리가…. 다만 마감에 쫓기고 아이디어의 고갈에 시달리며, 어쩌다 찾아낸 문장들에 걸터앉는 편법을 선보일 따름이다.

이 중에는 당신에게 곁을 내어 줄 문장도 있겠지만, 아마 당신이 “기대한 방식대로”는 아닐 것이다. 저자 금정연의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은 심오한 격언도 아니고,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문장도 아니다. 웹소설에서부터 자기계발서까지, 카프카의 편지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까지, 온갖 글줄 사이를 가로지르며 당장 마음에 걸리는 문장을 낚아 올릴 따름이다.

중요한 건 문장의 표면적인 의미가 아니라 당신이 그 문장과 맺는 관계다. 금정연이 보여 주는 건 그러니까 관계 맺기의 기술이다. 오랜 세월 응원해 온 야구팀, 챗GPT, 동경하는 작가, 친구와 아이들… 한마디로 우리는, 글을 통해 자신의 인생과 연결되는 법을 배운다. 그러다 보면, 어쩌면, 사는 게 조금 덜 두려워질지도 모른다. “무서움 뒤에는 다른 많은 것도 있다. 어쩌면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건 그게 전부인지도 모른다.”

  출판사 리뷰

누구에게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삶에 두들겨 맞기 전까지는…


누구에게나 삶을 견디는 자기 나름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어떤 노하우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아랫집에선 물이 샌다고 전화가 오고, 응원하는 야구 팀은 터무니없는 실책으로 승리를 내주고, 작업을 하려고 컴퓨터를 켰더니 윈도 업데이트가 느긋하게 약 올리고, 그러다 보면 막상 하려던 일은 시작도 못 한 채 해가 떠오르고….
이건 16년 차 전업 작가 금정연의 하루다. 인터넷 서점 엠디에서 ‘서평을 쓰지 않는 서평가’로 전직하고, 이제는 “서평, 에세이, 일기, 강연록, 소설, 인터뷰”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받는 “곤경에 처한 중년 프리랜서”.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잠깐만, 연기를 어떻게 하는 거였지?” 하고 막막해진다는 TV 속 이병헌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다만 오래 쓴 사람”의 일상.
그리고 이건 우리 모두의 하루이기도 하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진다. 문제는, 달아날 장소가 아무래도 마땅치 않다는 것. 그러는 동안에도 초침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 그러면 우리는 초조해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함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이 책은 그런 ‘허우적’ 타이밍에 읽는 책이다. 금정연은 말한다. “이제 나는 진짜로 도망친다. (…) 그리고 돌아온다.” 그런데 어디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달리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니 책 속으로라도 도망치는 수밖에.”

“문제는 글쓰기가 아니라 당신 자신일지도 모른다.” (피터 엘보)
“막막makmak을 거꾸로 하면 캄캄kamkam이다.” (금정연)


구글에 ‘힘들 때 읽는 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자. 그러면 다음과 같은 글귀들이 화면 위에 떠오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그러니까 아직 지나가지 않아서 문제라니까.
‘자신을 믿어라’―자신만만한 사람이 이런 글귀를 찾아 읽을 리 없잖아?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마감은 코앞이고 시작도 안 했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

쉽게 나타나는 문장은 너무 대책 없이 다정하거나, 너무 진부하게 비장하다. 우리 일상은 그렇게 엄숙하지도 따뜻하지도 않은데.
우리에겐 이미 알고 있는 큰길이 아니라 현지인만 알고 있는 샛길을 알려 줄 가이드가 필요하고, 금정연보다 그 일을 잘 해낼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금정연이 계속 글의 목적지를 바꾸기 때문이다. 짐작과는 다른 곳에 도착해서야 애당초 이 사람이 서평이나 가이드 같은 걸 쓰려고 했던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길 찾기에 실패한 후에 도착한 곳이 훨씬 마음에 들 때가 많은데, 금정연의 글이 대부분 그렇다.”(김중혁 소설가)
그러니까 이건 글쓰기에 관한 책이 아니다. 도망치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는, 그래서 샛길이 필요한 우리 자신에 관한 책이다.

웹소설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까지,
삶과 글을 넘나드는 웃픈(?) 일상 편력기


금정연은 “책을 읽으면 인생이 바뀐다느니 글쓰기가 우리를 절망에서 구원한다느니 하는” 얘기들에 쉽게 감동받지 않는다. 그런 ‘얼핏 듣기엔 그럴듯한’ 말 대신, 조금 삐딱하거나 어이없고 우스운 말을 꺼낸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돈 걱정을 해서는 안 돼요.”라는 뒤라스를 따라 하면서 일론 머스크의 재산 규모를 AI에게 물어본다거나,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다….”는 롤랑 바르트의 다짐을 되새기면서 “실패가 두려워 좀처럼 시작하지 못하던 (…) 나는 아직도 그런 사람”이라고 털어놓는다거나….
그러다가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좋은 말’을 슬쩍 끼워 넣”기도 하고.
“그래, 내용이 꼭 이어질 필요는 없고, 때로는 전혀 이어질 듯하지 않던 것들이 스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니 일단은 써야 한다, 무엇이 되건 어디로 이어지건.”

그래서 도대체 어떡해야 하지?
“중요한 점은 어떤 것을 사랑하는 일이고 배움은 그다음이다.”


이 책은 뭔가를 하고 싶은데 하기 싫을 때 읽는 책이다. ‘하고 싶은 일’이 싫어졌다는 건,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래도 어쨌거나 하는 수밖에.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사람은 일을 해야” 하니까. 그리고 슬프게도 마감 시간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혹은 이미 지나 버렸거나.
이 책을 읽는다 한들 지친 일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도 시간은 야속하게 흐르고, 귀찮은 일은 결코 줄어드는 법이 없다.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용적인 팁이라면 딱 하나, ‘포모도로 기법(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왔다.)’이라는 시간 관리 방법론이 소개된다는 정도. 물론 그런 ‘방법론’은 잠깐 반짝하고 약발이 떨어질 뿐이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문장은 우리 안에 남는다. 오래도록 새겨지든, 그날그날 지워지든. 중요한 건, 어떤 문장이 우리의 마음속에 펀치를 날리는 순간이 있고, 그런 문장은 우리의 삶을 비추어 준다는 것이다.
금정연의 말대로, 우리 각자는 “끝까지 붙잡을 만한 무언가―정확히 말하면, 끝까지 놓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느냐 없느냐”를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그건 야구 팀이 될 수도,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하나의 문장이 될 수도.

16년 차 전업 작가 금정연의 본격 ‘딴짓’ 권장 에세이
“일단은 도망쳐도 된다. 단, 너무 멀리 가지 말 것.”


할 일을 미뤄 두고서 책을 읽는 건 회피다. 하지만 책은 가장 그럴싸한 회피다. 억지로 기를 쓴다고 일이 풀리는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책을 읽으면 최단 기간에 가장 멀리까지 다녀올 수도 있고, 누가 뭐라고 하면 자료 조사 중이라고 둘러대기도 쉬우니까. 그러니 “일단은 도망쳐도 된다. 단, 너무 멀리 가지 말 것.”
그런데 대체 어디까지 도망쳐도 될지 모르겠다고?
그때 이 책을 펼쳐라. 여기 실린 스물네 개의 글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인용구와 금정연의 말들이 실마리가 되어 줄 것이다. 딴 길로 샜다가 돌아올 때는, 금정연이 풀어놓은 실타래를 천천히 따라오면 된다.
이 짧은 여정에서, 당신 또한 “비어 있는지도 몰랐던” 마음속 공간에 딱 들어맞는 문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우리가 “기대한 방식대로 의미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런 다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할 일을 다시 시작해 보자. 그리고 이렇게, 할리우드 스타를 따라 하는 금정연을 따라 터프하게 한번 읊어 보는 것이다.
“감동은 이제 그만. 엉덩이를 움직여.”(매튜 맥커너히, 『그린라이트』)




매달 책에서 한 문장을 골라 거기서 출발해 내 일상으로 걸어 나가는 방식이었다. 내가 읽은 문장이 내 생활에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그것은 다시 내가 읽은 문장에 새로운 맥락을 덧입힌다. 어떤 달에는 ‘그래도 오늘은 한 문장이라도 쓰자’는 다짐으로 끝나고, 어떤 달에는 ‘오늘은 아무것도 못 쓰겠다’는 좌절로 끝난다. 매번 다짐과 좌절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이 당신을 위한 책처럼 느껴졌으면, 당신이 무언가를 너무 하고 싶지만 하기 싫을 때 펼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_들어가며: 너무 하고 싶지만 하기 싫을 때

야구 경기에서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말이다. 진심을 다해 꾸준히 글을 쓰려고 노력하면 인생에 대해 알아야 할 전부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은 글쓰기를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다. 중요한 점은 어떤 것을 사랑하는 일이고 배움은 그다음이다.
_야구의 무서움: 레너드 코페트, 『야구란 무엇인가』

  작가 소개

지은이 : 금정연
읽고 쓰는 사람. 『서서비행』, 『난폭한 독서』,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아무튼, 택시』, 『담배와 영화』,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매일 쓸 것, 뭐라도 쓸 것』, 『한밤의 읽기』, 『모두 일요일이야』를 쓰고 『문학의 기쁨』, 『우리는 가끔 아름다움의 섬광을 보았다』 등을 함께 썼다. 『수동 타자기를 위한 레퀴엠』, 『동물농장』 등을 옮겼다.

  목차

들어가며: 너무 하고 싶지만 하기 싫을 때

1부. 사는 건 어렵다
야구의 무서움 / 레너드 코페트, 『야구란 무엇인가』
어떤 호구가 될 것인가? / 강보원, 『에세이의 준비』
돈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게 다예요』
그냥 벌어지는 일 / 브라이언 클라스,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문제는 숫자다 / 귀한자식, 〈크툴루 게임 속 천재 마법사가 되었다〉 708화
아이만의 이야기 / 강민선, 『당신을 기억할 무언가』
빈 토마토와 잘 구운 토스트 / 린다 시거, 『시나리오 거듭나기』
내 엉덩이를 움직이게 하는 책 / 매튜 맥커너히, 『그린라이트』

막간: 귀찮은 일이 줄어들지 않아…

2부. 쓰는 것도 어렵다
나는 글쓰기를 원하는가? /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작가가 친한 친구라면? / J. D.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롤랑 바르트의 소설 생각 /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웹소설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 / 고스름도치, 「대영제국에서 작가로 살아남기」 314화
번역서를 읽는 묘미와 일의 의미 / 버지니아 울프, 『A Writer’s Diary』
자기계발서의 보편적 가르침 / 아트 마크먼, 『원하는 것을 얻는 습관 바꾸기 기술』
후회를 관리하는 방법 / R. A. 디키·웨인 코피 , 『어디서 공을 던지더라도』
나와 글쓰기의 관계를 둘러싼 고찰 / 조지 손더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막간: 그래서 정말 도대체 어떡해야 하지?

3부. 어쩌긴 뭘 어째, 계속…
나만의 시간에 만난 지금 해리 포터 / J. K. 롤링,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비워 내며 얻은 것들 / G. K. 체스터턴, 「욥기 서론: 죽어야 사는 사람」
연필로 밑줄 긋기의 감각 / 금정연, 『서서비행: 생계 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숭덩! 단호하게 재단할 용기 / V. F. 퍼킨스, 『영화로서의 영화』
우리 2000년에 만나자 / 펄프, 〈Disco 2000〉
그렇게 가는 삶 / 커트 보니것, 『챔피언들의 아침 식사』
LG 트윈스 같은 세상 / 마크 오코널, 『종말을 준비하는 사람들』
일단 ‘쓰는’ 문장들 / 로베르트 발저, 『연필로 쓴 작은 글씨』

감사의 말
후주: 글쓰기 싫을 때마다 들춰 본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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