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창간 50주년과 통권 600호를 맞은 月刊 『춤』은 창간 발행인이자 무용평론가, 언론인이었던 조동화(1922-2014)의 글을 세 권의 전집으로 묶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글을 바탕으로, 한국 근대무용의 현장과 사유를 기록한 방대한 아카이브를 복원했다. 생전 출판을 고사했던 저자의 스크랩북 여덟 권이 이번 전집의 토대가 되었다.
제1권은 실향의 기억과 삶의 궤적을 담은 수필, 제2권은 1953년 첫 무용평부터 15년간의 시평을 아우른 평론, 제3권은 우화와 과학·생활 에세이로 구성된다. 무용의 지성화, 기록화, 제도화를 실천한 한 지식인의 언어는 한국 문화예술사의 사료로서 의미를 지닌다. 이번 전집은 유고 정리를 넘어, 한 시대의 정신이 언어로 구현된 과정을 온전히 전한다.
출판사 리뷰
발간사
2026년은 『춤』이 창간된 지 반세기가 되는 해입니다.
창간 50년(1976년 창간), 통권 600호라는 기념비적인 시점에서 우리는 『춤』의 창간 발행인이자 선각적 지식인이었던 조동화(趙東華, 1922~2014) 선생의 글을 모아 전집으로 간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집은 총 세 권으로 구성됩니다.
제1권 『수필』
함경북도 회령의 고향마을과 어머니, 이웃과 친구들에 대한 회상에서부터 중국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찾으러 간 여정, 부산 피난 시절 연극반 활동에 이르기까지―스스로를 “실향민, 팔레스타인人”이라 불렀던 그의 삶과 사유, 자의식에는 잃어버린 조국과 파란 많았던 청춘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번뇌가 깃들어 있습니다. (2025년 12월 발간)
제2권 『평론』
1953년 『연합신문』에 게재된 첫 무용평 「균형의 상실―송범 무용공연을 보고」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 당시 주요 일간지와 지방지에 실린 공연평과 『空間』, 『여원』 등 잡지, 연감, 팸플릿 등의 리뷰와 해설, 그리고 『신동아』(1965~80년까지)에 15년간 연재된 무용 시평(時評)등 조동화 선생의 평론들을 총망라하였습니다. 이 글들은 月刊 『춤』 50년 누적(累積)과 함께 한국무용 50년 현장을 지키며 박수와 매도, 애착과 기대를 가감 없이 정리한 기록으로, 무용학도나 학자들의 한국 근대무용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2026년 2월 발간 예정)
제3권 『우화』
『샘터』에 10여 년간 연재된 「호랑이 이야기」와 「동물적 인간론」, 『조선일보』에 김성환 화백의 삽화와 함께 연재된 「어린이를 위한 꽃 전설」, 그리고 과학 칼럼, 생활 에세이를 한 데 묶었습니다. 과학자의 시선 위에 유머와 통찰을 교직(交織)한 조동화의 우화(寓話)들은 해학과 위악(僞惡)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 어린이 신문, 잡지 등에 연재된 수백 여 편의 동식물 글과 그림은 이번 전집에서는 빠졌습니다. (2027년 2월 발간 예정)
조동화 선생은 『춤』을 창간하기 이전,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약사이자 『조선생물술어통일용어집』을 편찬한 식물학자였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무용 용어의 표준화를 위한 「무용용어집」 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그는 언론자유를 수호한 언론인이기도 했습니다.
동아방송 재직 시절 투옥과 테러를 겪었고, 1975년 ‘동아 사태’로 해직의 고난을 겪은 뒤, 이듬해인 1976년 ‘무용계의 지위 향상’을 위한 무용의 ‘지성화, 기록화, 제도화’를 목적으로 무용평론지 月刊 『춤』 을 창간하였습니다.
그는 『춤』을 통한 대한민국무용제와 동아무용콩쿠르 창설, 무용평론가 발굴과 양성, 그리고 무용의 문예진흥기금 수혜 등 한국 무용계의 제도와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았으며, ‘잡지 문화운동’을 통해 전(全) 무용인들의 뜻을 모아 어느 예술계도 엄두를 내지 못한 일로서 처음으로 국립극장 앞마당에 ‘조택원 춤비’를 세웠고, 한성준 춤비를 세우는 등 무용의 사회적 위상 확립에도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생전 선생은 1953년부터 90년대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게재된 자신의 글들을 오려 붙여 여덟 권의 스크랩북으로 정리하셨습니다.
제1권 표지에는 “Scrap-Book (1) - 1954年 11月~1956年 9月”이라 적혀 있으며, 첫 페이지에는 『연합신문』(1953.11.14)에 실린 「균형의 상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는 이처럼 방대한 기록을 남겼으면서도 주위에서 출판을 권유하면 “누가 읽겠는가, 민폐다”라며 출판을 사양하셨습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뒤, 우리는 낡고 바스러져 가는 스크랩북을 마주하며 2015년부터 아카이브를 위한 디지털 입력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희미해진 활자와 읽기 힘든 오래전 한자들, 조판 과정의 오탈자들을 맞추어가는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오래전 잃어버린 문화와 풍경을 찾게 되는 보람과 희열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조동화의 글은 지금 읽어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여전히 새롭다’는 것을.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그래서 당신이 원하시지는 않았지만, 용기를 내어 출판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내기에 앞서 지난 10여 년간 『춤』지의 「춤 스크랩북」 칼럼을 통해 매달 10여 편씩 발표하였습니다. 이제 시리즈로 1,000여 편이 되었고 아직도 『춤』지의 「춤 스크랩북」은 연재되고 있습니다.
편집자란 타기(唾棄)할 센티멘탈(感傷)과 존경할 센티멘트(情緖)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 다 같은 것들에서 다른 것을 찾아내고, 다 다른 것들에서 같은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가 우리에게 항상 말하고 원했던 것, 그것이 바로 선생의 유니크한 능력이었음을 지금 안타깝게 회억(回憶)합니다.
이번 전집은 단순한 아카이빙, 유고(遺稿)의 정리가 아닙니다.
한 시대의 지성이 언어로 구현한 과정을 복원한 정신사적 기록이자, 한국 문화예술사의 귀중한 사료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조동화 선생의 글은 시대를 넘어 예술가와 연구자, 그리고 많은 독자가 공유하며 사유의 깊이를 일깨우고 오래도록 울림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작품평
『한국수필문학대전집』 전 20권 中 13권 조동화 편에 실린 문학평론가 임헌영의 작품해설
언론인·방송인·수필가로 알려진 조동화 씨의 글은 그 소재를 모두 지난 추억에서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지사라고 이미 낡아버린 것이 아니라 외지에서 자란 유년·소년기의 추억들을 잘 익은 옥수수처럼 윤기가 나게 다듬은 심오한 일상론적인 취향까지 섞어서 구수하고 아름답게 엮어내고 있다. 수필 문학이 지닌 다른 한 고귀한 영역을 개척한 인상을 주는 귀중한 글의 창조자다. 「어머니의 추억」은 씨의 부모에 대한 남다른 체험을 바탕삼아 쓴 일대기에 속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식민지 아래서 젊은이들이 겪었던 고난의 길과 조혼제(早婚制)의 희생, 대륙을 무대로 한 스케일 등을 느끼게 된다. ‘간도 용정’ ‘두만강’ 등은 요새 우리로선 가볼 수 없는 곳이기에 그 제목만으로도 민족적 회고 의식에 빠져드는 이름들이다. 서울까지 차 마시러 남행열차를 타던 분, 그 낭만과 대륙적 기질의 생활 규모가 못내 그리워지는 아쉬움 많은 글이다. 「잊혀지지 않은 이름들」은 보통학교 친구들의 회상기로 역시 우리의 민족적 정서를 은연중 일깨워주는 글이다.
(韓國隨筆家協會 1975년 10月 25日 汎潮社 刊)
작가 소개
지은이 : 조동화
1922년 함북 회생 생. 서울대 약학대 졸. 경기대, 건국대, 충북대 전임강사 역임. 유한양행, 동아방송 근무. 동아방송 근무 중 일명 ‘앵무새 사건’으로 기소되었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고, 1965년엔 군인들에 의한 납치 테러를 당함. 이 사건은 우리나라 최초의 언론인 테러 사건으로 기록됨. 1966년에는 『춤』 창간 준비호를 발행했고, 동아방송 해직 후 1976년 3월에 월간 『춤』 창간. 동아무용콩쿠르, 대한민국무용제 창설에 앞장섬. 무용용어통일위원회를 결성해 용어집 및 해설본 출간. 수상 및 훈포상 : 1958년 한국출판문화대상(한국일보), 1981·2000년 예술평론가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1988년 중앙예술대상(중앙일보), 1990년 옥관문화훈장, 2002년 허행초상, 2004년 월남장, 2007년 무용계발전공로상(대한무용협회) 저서 : 「꽃과 소녀」(螢雪文化史, 1953), 「세계의 꽃과 전설」(寶晉齋, 1962), 「꽃과 사랑」(신태양사, 1969), 「사랑의 꽃 이야기」(榮民社, 1973), 「이솝 寓話集」(샘터사, 1977), 「꽃과 사랑의 傳說, 神話」(悅話堂, 1978), 「동물적 인간론(動物的人間論)」(샘터사, 1978), 「돌제비」(동화책, 동화출판공사, 1982), 「꽃 이야기」(샘터사, 1987), 「조동화 전집」 1권 수필(늘봄, 2025), 「조동화 전집」 2권 평론(늘봄, 2026) 발간 예정, 「조동화 전집」 3권 우화(늘봄, 2027) 발간 예정
목차
조동화 전집을 엮으며
Ⅰ. 고향 이야기
Ⅱ. 학창 시절 이야기
Ⅲ. 조동화가 만난 사람들
Ⅳ. 생활 에세이
Ⅴ. 연극과 나
Ⅵ. 우리나라의 정원 & 답사기
Ⅶ. 무궁화를 둘러싼 국화 논쟁
부록 _ 조동화와 월간 『춤』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