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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꽃 물들다
시와사람 | 부모님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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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바람꽃

견디고 온 봄
비단숲길 계곡엔 하늘 풀어져
은사시나무에 눈발 날리고 있다

추위 잊은 매화는
겨우내 시린 상처 품을
햇살 한 조금 없이
자라던 고고한 잎맥
더 이상 나신 가릴 곳 없어
커튼 열고
청보라 속삭임의 물결처럼
청정하게 피워낸다

누렇게 뜬 갈대 끝
흔적 삼키는 흉계
손톱만 한 지우개로 양심 뭉개고
위선 들끓는 열탕 속

비굴한 몸짓 거부하고
거리마다 어둠 박차고
아우성 풀어 마신다

수천년 지나도
고매한 결기
버들피리 꺾어 불던
잠들 수 없는 바람 노래

서로 다른 길과 빛 찾는 염원
3월의 강가에는
눈부신 설원
그 순백의 하늘 열리고 있다.

모란

오는 듯 가 버리는 봄날
창가에 요염한 자태 뽐내며
고요히 꽃잎 펼친다

모서리 없는 향기처럼
아침 수건을 망각이라 부르며
함박웃음으로 너울 너울

고독이 눈빛으로 흘러
누군가의 사랑 애타게 기다리다
포효하는 치맛자락 쓸어안고
둥글게 녹아 내린다

수줍은 옹알이 문턱 넘고
꽃입술의 결백 물기로만 남아
더 고요 깊은 곳
별처럼 아슬히 푸른 울음소리

핏빛 노을 속으로 걸어가는
그리움 잉태하고도
더 이상 절규하지 않아

홀연히 춤추다 지는
저 황홀한 절망의 꽃.

봄빛

눈뜨면
아침 창가
어둠의 휘장 찢어 버리고

얼어붙은 땅 아래
고요의 온도 높이면
새순 돋아나
꽃잎 달구는 시간

꽃샘추위의 질투는
사랑에 빠진 상흔
치유한다

매화향 실어나른 햇살춤
연인 되어
길고 긴 기다림
애끓은 시련 견디어내고

얼어붙은 빙산 절벽
척박한 곳에서도 한조금 뿌리내려
그리움 움틀 때

마침내 봄이 찾아와
깊은 하늘 향해 별빛 부르며
세상 어느 곳에 가 닿을 때

너를 닮아
푸르디푸른 이파리 같은
시의 집 지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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