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상상인 시인선 73권. 상실과 쓸쓸함의 언저리에서 끝내 피어나고자 하는 생명력의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이 시집은 삶의 균열과 상처, 그로 인한 슬픔과 공허를 응시하는 한편, 그러한 부정적 경험을 식물적 상상력으로 견디고 이겨내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려낸다.시집의 첫 작품 「저 붉은 새, 포인세티아」에서 화자는 어둠 속에서조차 잎을 틔우는 포인세티아의 붉은 줄기와 마주한다. “엄마의 심장은 여러 개였다”는 구절은 슬픔과 상실을 품어내는 모성적 존재로서의 자연을 환기하며, 고통의 중심에서 생명을 키우는 힘을 노래한다. 시인은 슬픔이 단순히 소멸의 징후가 아니라 새로운 생명의 기원이 되는 자리임을 반복해서 환기한다. 이러한 생명력은 「흐린 꽃을 슬픔에 꽂고」와 같은 시에서도 두드러진다. 화자는 꺾이고 시든 꽃들 속에서 슬픔을 꽃바구니로 엮어내는 손의 기억을 되살리며, 쓸쓸함을 가꾸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그린다. 슬픔을 “주무르던 손”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상실의 시간을 견디며 새로운 의미를 짓는 손길이다.암호를 풀겠다고 혼잣말을 허용하는 날세상의 끄트머리 같은 말들이 비에 젖는다-「끄트머리 같은 말」 부분
그러니까 나는,고라니가 보았던 뜨거운 찰나의 빛을 보았지만먼 길로 떠나는 목차에서 지워진 이름이 되었다-「불빛에 지워진 숨」 부분
당신이라는 언덕을 비켜서서맑은 날이 되기를 바라는 기도로 신발을 신는다나는, 등이 가려운 새처럼 운다-「달은 습관처럼 돌아오고」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윤혜숙
2018년 『문학사랑』 등단 시집 『손끝 체온이 그리운 날』 『이별 사육사』 『그래도, 꽃 필 자리』제4회 청양문학상, 충남문화재단창작지원금 수혜(2023, 2025)현) 충남작가회의, 천안문인협회, 시소, 바람시 회원 천안문협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