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내 꿈을 잴 자는 세상에 없다”
모든 꿈꾸는 이들을 응원하는 화가의 에세이 그림책 작가로, 순수미술가로, 개성적 입지를 구축한 소윤경 화가가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삶의 중심에 ‘그림’이라는 테마를 두고 지금까지 달려왔고, 중년의 고개에서 지나온 길을 더듬으며 통통 튀는 유쾌한 에피소드를 통해 반짝이는 통찰을 드러낸다.
집이자 작업실인 ‘호두나무 작업실’에서 보낸 일상과 작업 이야기, 잔뼈가 굵은 출판계와 미술계 사람들의 이야기, 여행 이야기까지. 삶의 굽이굽이 겪어온 이야기들에는 생생한 기운이 넘친다. 마치 유쾌한 사람과 허물없이 사는 얘기를 나눈 것 같다. 『호두나무 작업실』은 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작은 응원이 될 것이고,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 힘껏 달려온 인생을 다시금 점검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줄 에세이다.
“그림은 어설프고 나약한 실수들의 집합체로
그로 인해 인간답고 풍성한 볼륨을 쌓아가는 게 아닌가.”
화가의 내밀한 마음까지 그려낸 일상과 작업 에피소드어디서 났을지 모를 용기를 발휘해 연고가 전혀 없는 양평에 정착한 사람. 그림을 그리고 반려견을 키우고 텃밭과 정원을 일구며 사는 사람. 수영장에서 차가운 염소 물로 머릿속 뇌까지 헹구는 사람. 어쩌다 방송출연 제의를 받고 자신을 자체 검열하다가 좌절하고 방송을 취소하는 사람. 에세이를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발 빠른 추진력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에, 자신의 헛발질까지 인정하는 인간미에 배시시 웃음이 삐져나온다.
자신의 일상을 마구 털어서, “나 이렇게 살아왔다”라고 얘기하며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역시나 작업에 관해 말할 때는 당차고 분명하다. 화가는 올곧게 한길로만 걸어왔다.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온 뚝심과 의지가 작업 에피소드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바뀌는 세태 속에서 새로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자세, 그림책에 담고 싶었던 작가적 정신, 일러스트 작업했던 책들의 절판과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더불어 순수미술가로 시작해서 그림책 작가로 방향을 순회하면서 겪은 마음고생을 내비치기도 한다. 화가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는 길잡이가 되어줄 경험이고, 화가의 삶이 궁금한 이들에게는 작업자의 속살까지 보여주는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이다.
“오늘도 온종일 펜을 손에 쥐고 종이에 끝없이 가는 털을 새겨 넣고 있다. 펼침면 한 장 사이즈에 펜 선을 입히는 데 벌써 보름을 지나 한 달이 다 되도록 질질 끌고 있다. 이번 그림책은 내용상 필요한 자료가 많아서 더 그렇다. _ <쉬운 그림>, 72쪽”
“뭔가 해묵은 번민들이 눈 녹듯이 사라진 느낌이다. 두 장르 사이에서 고민할 게 없었나 보다. 나다운 그림을 그리는 게 답이었구나 싶다. 장르라는 구분은 선택해서 줄을 서야 하는 게 아니었다. 내 그림이 담기는 그저 두 개의 바구니 같은 것일 뿐이다. _ <우연히 ‘콤비’>, 104쪽”
“길을 찾으면, 다시 길을 잃는다.
어느새 과거의 내가 남아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세상 속에서 더욱 반짝이는 화가의 영혼화가는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자신을 던진다. 자신을 벗어나 바깥을 보는 데 게을리 하지 않는다. 주변 창작자들을 바라보며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들에 대한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화가의 말대로 ‘사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누구보다 종횡무진 세상을 누비며 세상을 보고 생각한 것들을 들려준다.
때때로 더 낯선 세계로 길을 나서기도 한다. 화가에게 여행은 꽤 비중이 있는 삶의 요소이다. 반려견과 하는 여행, 지인들과 하는 국내여행, 첫 해외여행의 추억, 강연자로 창작자로 떠나는 여행 등등. 편하게 쉬는 여행보다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여행이다.
화가가 맺는 사회적 관계, 여행 이야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결국에는 그림을 그리는 삶으로 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삶의 중심에 그림을 놓고, 늘 매진하고 있는, 사람 속에 있어도 고독한 화가의 영혼이 느껴진다.
“얼마 전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독립출판물 전람회에 갔었다. 마침 부스에 앉아서 자신들의 작업을 홍보하고 있던 과거의 학생들과 재회했다. (중략…) 오래전 나의 얼굴과 마주하는 듯하다. 청춘의 불안과 들뜬 열정을 돌아보는 것은 괴로운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저 그림 속 서늘한 청년이었던 나는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_ <서늘한 얼굴>, 118쪽”
“창신동 언덕길을 그동안 함께 그림책을 만든 편집자와 디자이너와 걸어 내려왔다. 지나치는 풍경들이 무대 위의 세트들처럼 아기자기했다. 활기찬 창신동 거리가 선배의 전시와 같이 어우러지니, 하나의 뮤지컬 공연처럼 느껴졌다. (중략…) 이토록 모두 각자의 삶을 가열차게 살아간다.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는 건, 어쩌면 지치고 허무하고 외로운 일일지도 모른다.” _ <부드러운 가시>, 136쪽”
“피곤한 여행자로 보내는 시간이 어느 때보다도 충만한 건 왜일까? 과거와 미래에 얽매인 ‘나’라는 무거운 짐을 던져두고 떠나왔기 때문이다. 배낭 하나 분량의 삶만으로도 어디서든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산 것이다. _ <겨울 깊은 스케치북>, 157쪽”
“이 별에서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외롭지 않다.
생명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열심히 산 모두와 함께 나누는 인생 이야기 에세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터득한 ‘자기 자신’으로 사는 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듯하다. 바깥의 시선으로 평가할 수 없는, 고유한 개인의 내면인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치열하게 쌓아왔을 내면의 풍경이다.
화가는 ‘중요한 건 세상의 인정도 보상이 아니다.’라고 한다. 그보다 꽃을 보고 감탄하고,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한 번 더 힘을 내고, 마주치는 생명들과 다정스레 미소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삶의 태도일 터였다.
이제 화가는,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인 우리를 호두나무 작업실로 초대한다.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이런저런 속내를 드러내고, 서로의 삶을 응원한다. 그렇게 한참 울고 웃다가 작업실을 나설 때에는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조금은 힘차지기를 바래본다.
대나무 돗자리에서 등이 배기도록 자고 일어나 모닝커피를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