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어회화에 관심을 가져 고시 선택과목도 영어로 할 만큼 46년간 영어를 공부해온 영어공부 방법 실험 역사의 기록이다. 46년간 영어공부를 빠지는 날 없이 한 건 아니다. 대비할 시험이 없어 10여 년간 전혀 영어공부를 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 46년간 영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소개함으로써 책은 저자의 사실상 자서전이다.
몇 차례 경력 단절을 겪으며 제때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못하는 사이 대학원 입학시험 영어과목이 자체 시험에서 공인영어시험 성적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특히 듣기 평가가 강화된 그 시험에 적응하지 못해 공인영어시험점수 미달로 저자는 결국 뜻하던 진로로 나아가지 못했다.
저자는 영어회화에 일찍이 관심을 가지고 테이프도 사서 듣는 등 노력했으나 공인영어시험 듣기능력 평가는 역부족이었다. 그 뒤 시험 부담이 없는 가운데 영어 듣기를 잘 하기 위한 방법, 우리말과 영어의 비교, 귀납적 모국어 습득과 연역적 외국어 학습의 대비 등 언어학 영역까지 관심의 범위를 확대했다. 결국 소쉬르 이후 언어습득의 일반이론과 영어가 우리나라에서 가지는 의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영어를 향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뒤늦게 문법을 기초로 한 영작에 취미를 가졌다. 그 결과 연역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면서 영어실력이 늘었다. 그 증거로 저자의 일기와 칼럼을 영어로 번역한 영문을 책에 한영대역으로 실었다.
영어를 잘하려고 저자는 이 궁리 저 궁리 참 많이도 했다. 이른바 프리토킹을 위해 선교사를 찾아다녔고 생활 영어도 공부했다. 테이프도 이것저것 많이 샀고 책도 이 책 저 책 많이 사 모았다. 그중에는 발음에만 관한 내용의 책도 있고 한국식 영어 표현의 오류를 지적한 책도 있다.
영어신문도 구독했다. VR 신기술을 이용했다는 교재와 전화영어도 시도해 봤다. TOEFL, TOEIC, TEPS 시험도 다 쳐 봤다. 허위 선전과 과장 광고에 속기도 했다. 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돈도 많이 썼다. 그 과정을 모두 적지는 않았지만, 저자가 영어 공부를 한 이력과 변해 가는 영어 공부 방법론에 대해서도 썼다.
꾸준하게 해야 느는 게 외국어, 악기 연주, 운동이다. 저자는 자기계발의 예로서 영어 공부와 함께 피아노 연습한 얘기도 소개한다. 그 피아노 연습과 관련한 저자의 개인사를 또 영어로 번역해 한영대역으로 실었다.
고등학교 때는 영어로 이른바 프리토킹(Free Talking)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마침 미국인 선교사들이 영어를 가르쳐 주는 기회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그래서 아침마다 TV 방송에서 배운 표현을 직접 써 보려고 매 상황을 다 외워서 말했는데, 이상하게 대답이 방송에서 나온 것과 똑같았다. 보통 영어 프로그램은 원어민이 먼저 말하고 한국인이 이를 해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 프로그램은 한국인 진행자가 먼저 우리말을 하고 뒤이어 원어민이 이를 영어로 얘기하는 형식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래서 그랬는지 그들도 우리말을 배우려고 그 프로그램을 시청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일요일 예배에는 참석하지 않고 영어 공부반에만 참석하는 내가 고까웠는지 자기들끼리 영어쟁이라고 수군거렸다. 진짜로 신을 믿지는 않더라도 일요일 예배에 참석하며 믿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영어 공부반에 참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자기들이 이용만 당하는 것 같아 언짢았을 것이다.
법대 학부생 때 돈 안 들이고 실용 영어를 공부해 보고 싶어서 극성스럽게 영어교육과의 실용 영어 수업을 신청했다. 그런데 타과생은 안 된다고 해서 배제되었다. 그런 내 극성스러움에 데었는지 그다음 학기부터는 수강편람에 ‘타과생 제외’라는 문구가 명문으로 기재되었다. 수업 자체는 아니고 과제물이 영어로 진행되는 대학원 영미법 수업을 청강하기도 했다. 법대 대학원생 때는 지금은 아마 로스쿨생이 공부할 것 같은, 실무에서 쓰는 영문 계약서를 구해서 읽어 보려고도 했다.
영어와 서양 문화에 관련된 것이니 실수에서 배운 경험을 소개하겠다. 사회 수업 시간에 민주주의에 대해 배우는데 계몽사상가 존 로크의 이름이 첫 글자 J.로만 표기되어 있었다. 나는 잘난 체하려는 마음에 ‘제임스’라고 섣불리 말했는데, 제임스가 아니라 존(John)이라고 했다. 도둑질하다가 들킨 것 같은 그때의 뻘쭘함과 창피스러운 감정은 로크의 이름(first name)이 존이라는 사실과 함께 아마 죽은 뒤에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런 실수를 경험하고 나서 존이란 이름에 대해 공부하고 찾아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기독교 문명사회인 서양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성서(Bible)의 인물인 요한의 철자에서 유래된 존이 서양 남성의 가장 흔한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