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앤 드 마르켄의 소설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가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영미권 출판계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알렉시예비치, 토카르추크, 에르노, 포세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수상 전부터 영미권에 선구적으로 출간해 온 영국의 피츠카랄도 에디션스와 카프카, 보르헤스, 제발트 등 세계 문학의 굵직한 목소리들을 미국 독자에게 전해 온 뉴 디렉션스 출판사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더 노벨 프라이즈’의 수상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해 부커상을 수상하며 국내 독자들한테도 뜨거운 호응을 받은 서맨사 하비의 『궤도』와 나란히 최종 후보에 오른 끝에, “고요하게 폭발하는 상상력의 산물”이자 “좀비 소설의 외피를 두른, 기억과 상실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록”(심사위원, 마거릿 애트우드, 켄 리우, 카르멘 마리아 마차도, 오마르 엘 아카드, 메건 기딩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4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2025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2025 VCU 캐벌 신인 소설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는 아포칼립스 배경으로 좀비 화자가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그 어떤 전형과도 무관한 새로운 좀비 소설을 써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장르적 괴물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론적 조건으로서의 좀비를 탐문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좀비는 사색한다. 그 화자의 시적인 상념은 자유롭게 흘러가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멈추면서도 유머와 위트로 빛을 발하는데, 어느 순간 불현듯 깊은 곳에 닿는다. 파편적이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정확하게. 그 사변 속에서 이 소설은 장르 경계를 초월해,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자,
몸이 해체되면서도 끝끝내 남는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것이 사랑일 수 있는지를 묻는 이야기가 된다. “인류세라는 슬로모션 재앙을 가로지르는 은밀한 안내서”(《TLS》)이자, “영혼을 뒤흔들 만큼 광활”(《더 텔레그래프》)하다는 갈채를 받은 이 작품은 어쩌면 언데드의 시선으로 쓴 『어린왕자』라 할 만하다. 우리가 오래 품어온 질문들을 가장 낯설고 날카로운 방식으로 되살리는 소설이기에. 이 책은 원서 기준 130여 쪽, 한 손에 쉽게 쥐어지는 얇기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이 작은 책 안에 얼마나 많은 강렬한 것들이 담겨 있었는지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2024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수상작★★
★★마거릿 애트우드·켄 리우·천선란 소설가 강력 추천★★
좀비 소설의 외피를 두른, 기억과 상실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록,
고요하게 폭발하는 상상력의 산물앤 드 마르켄의 소설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가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출간 전부터 영미권 출판계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알렉시예비치, 토카르추크, 에르노, 포세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을 수상 전부터 영미권에 선구적으로 출간해 온 영국의 피츠카랄도 에디션스(Fitzcarraldo Editions)와 카프카, 보르헤스, 제발트 등 세계 문학의 굵직한 목소리들을 미국 독자에게 전해 온 뉴 디렉션스 출판사(New Directions) 등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더 노벨 프라이즈(The Novel Prize)’의 수상작이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해 부커상을 수상하며 국내 독자들한테도 뜨거운 호응을 받은 서맨사 하비의 『궤도』와 나란히 최종 후보에 오른 끝에, “고요하게 폭발하는 상상력의 산물”이자 “좀비 소설의 외피를 두른, 기억과 상실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록”(심사위원, 마거릿 애트우드, 켄 리우, 카르멘 마리아 마차도, 오마르 엘 아카드, 메건 기딩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2024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후 2025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2025 VCU 캐벌 신인 소설가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그 진가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는 아포칼립스 배경으로 좀비 화자가 등장하는 소설이지만, 그 어떤 전형과도 무관한 새로운 좀비 소설을 써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장르적 괴물이 아니라 하나의 존재론적 조건으로서의 좀비를 탐문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좀비는 사색한다. 그 화자의 시적인 상념은 자유롭게 흘러가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멈추면서도 유머와 위트로 빛을 발하는데, 어느 순간 불현듯 깊은 곳에 닿는다. 파편적이고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정확하게. 그 사변 속에서 이 소설은 장르 경계를 초월해, 상실에 관한 이야기이자, 몸이 해체되면서도 끝끝내 남는 어떤 것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것이 사랑일 수 있는지를 묻는 이야기가 된다. “인류세라는 슬로모션 재앙을 가로지르는 은밀한 안내서”(《TLS》)이자, “영혼을 뒤흔들 만큼 광활”(《더 텔레그래프》)하다는 갈채를 받은 이 작품은 어쩌면 언데드의 시선으로 쓴 『어린왕자』라 할 만하다. 우리가 오래 품어온 질문들을 가장 낯설고 날카로운 방식으로 되살리는 소설이기에. 이 책은 원서 기준 130여 쪽, 한 손에 쉽게 쥐어지는 얇기다. 그런데 다 읽고 나면 이 작은 책 안에 얼마나 많은 강렬한 것들이 담겨 있었는지 놀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좀비의 상념으로 쓴, 가장 낯선 방식의 사랑에 대하여
“나는 이래서 썩어버린 몸의 사랑을 좋아한다.”_ 천선란(소설가)우리는 자신을 연기하는 성격파 배우인 거다. 알아볼 수는 있는데 이름은 모르겠는 자신을 연기한다. _15쪽
나는 놓아야 한다는 감정과 이미 놓아버렸다는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이것이―바로 이것이― 죽지 않은 상태의 느낌이다. _91~92쪽
소설은 화자인 ‘나’의 상념으로부터 시작된다. 왼팔을 잃은 나. 어깻죽지에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가 뭔가 이발한 느낌이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화자는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계를 떠도는 좀비다. 갈라진 아스팔트, 버려진 자동차들, 달은 늘 보름달인 세계. 종말이 다가올 때 흔히 그렇듯 부흥회가 열리고 난장판이 벌어진다. 죽이고 먹고, 굶주림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설의 진짜 무대는 화자의 내면이다.
그 생각의 세계는 유머와 비장함을 오가며, 기묘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름, 의례, 생동력, 기억, 인간성, 굶주림에 대해 사유하며, 죽은 자도 산 자도 아닌 좀비적 감각 혹은 상태를 치열하게 드러낸다. 상실이 누적된 존재이자, 잉여로 영속하며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품은 존재. 주체이면서 대상이 되는 그 감각은 형벌이면서도 어떤 해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자는 죽은 까마귀 한 마리를 발견하고 갈비뼈 아래 몸속에 품는다. 죽었지만 때때로 말을 내뱉는 까마귀. 그 까마귀를 가슴에 안은 순간부터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나’는 서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광대한 대지에 함께 있는 우리는, 바다의 소리와 태양의 온기 속, 하늘 아래, 모래 언덕 위 바람 불지 않는 곳에 함께 있는 우리는, 너무나 작디작아서, 과거에도 미래에도 이토록 함께일 수는 없다. _75쪽
나는 계속 서쪽으로 간다. 모래 언덕에 네가 없으리라는 것을 안다. 나는 그곳에 있겠지만.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고, 나를 통해 너 역시 그곳에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함께였던 장소에 내가 있으면, 우리는 다시 함께인 것이다. _121쪽
‘나’가 서쪽으로 걷는 것은 ‘너’를 향해서다. 이름도 잊었고 얼굴도 흐릿한, 이미 죽은 연인.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너에게 말을 건넨다. 몸이 기억하는 너와의 장면을 내내 추억한다. 그 감각의 잔해들이 나를 구성하는 거의 전부인 양 묘사되고, 그렇기에 이 소설은 사랑에 대한 소설이 된다. 이름도 팔도 기억도 점차 사라져가면서도 끝끝내 남는 무언가.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대신 굶주림을 갖게 된 거야.”(60쪽) 이 소설 속 ‘나’라는 좀비에게 굶주림은 욕망이 아니라 슬픔의 다른 이름이고, 그 슬픔은 곧 사랑의 증거다.
작가 앤 드 마르켄은 한 에세이에서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를 쓰면서 "연결되어 있다고 느껴야만 했다"고 썼다. "그래야만 연결이 끊기는 그 끔찍한 상실감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상실 앞에서 스스로를 굳히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기에, 마음을 부드럽게 유지해야 했다고도 적었다. 이 소설의 문장들이 그 부드러움을 갖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하는 것을 잃어본 적 있는 마음, 이미 끝났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나아가본 적 있는 마음, 혹은 끝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야 알게 된 마음. 이 소설은 이 모든 감각에 정확하게 닿는다. 슬픔 앞에서 굳지 않고, 그래도 계속 서쪽으로 걷는 사람의 목소리로.

오늘 나는 왼팔을 잃었다. 팔은 어깻죽지에서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2번 재니스가 그걸 주워다 호텔로 챙겨 왔다. 팔이 떨어지면 균형 잡기가 지금보다 더 힘들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이발한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그냥 이야기들이다. 너. 나. 우리 모두. 그냥 쇳소리 나는 껍데기. 미첨은 이게 우리가 우월한 증거라고 한다. 창조주인 동시에 피조물이기에.
작가 소개
지은이 : 앤 드 마르켄
다학제 예술가이자 작가. 소설 『영원히 계속되다가 끝이 난다It Lasts Forever and Then It’s Over』로 어슐러 K. 르 귄 소설상, 더 노벨 프라이즈, VCU 캐벌 신인 소설가상,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을 휩쓸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 외 지은 책으로 소설 『사고: 어느 기록The Accident: An Account』이 있으며, 그의 글은 《플라우셰어스》, 《브릭》, 《내러티브》 등 주요 문학 지면에 꾸준히 게재되어 왔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설치 미술, 영화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상실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설치 미술 프로젝트 〈인비저블 잉크Invisible Ink〉 시리즈와 영화 〈그룹Group〉 등을 선보였고, 그 예술적 성취를 인정받아 아티스트 트러스트 펠로십을 비롯한 유수의 예술 재단으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았다. 실험적인 독립 출판사인 ‘The 3rd Thing’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