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작가회의의 문학 잡지 『내일을여는작가』 2025년 겨울호(통권 93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는 12·3 비상계엄을 저지했던 ‘빛의 혁명’을 기억하며, 그 혁명의 나날 속 각자의 마음에 깃들었던 문장을 선별하여 27인 문학평론가들의 에세이로 선보인다.
1부에는 계엄의 밤 이후 광장의 기억들 그리고 그로부터 촉발된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 에세이를 실었다. 신경림의 시 「어둠 속에서」를 비롯해 최진영의 소설 「돌아오는 밤」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세대를 넘어선 목소리와 호흡을 공유할 수 있다.
2부는 역사 앞에 선 문장들을 지금, 이곳으로 불러낸다. 1930년대 초에 일어난 제주해녀항쟁의 현장에서부터 서구적 산업문명의 위기 앞에서 생태주의로의 전환을 선언한 『녹색평론』 창간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와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만나게 된다.
3부에서는 내일의 삶을 상상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언어를 마주한다. 신동엽과 김수영, 그리고 박완서와 이경자 등의 문장을 아우르며 읽다 보면 “문학의 언어는 불가능한 미래를 요구하는 자를 위한 지원군”이라는 믿음을 다시금 갖게 된다.
또한 이번 호에서는 24회를 맞이한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수상자도 확인할 수 있다. 수상자는 김재희(시 부문)·홍해랑(소설 부문)·수경(동시 부문)이며, 당선작과 당선 소감 및 심사평은 2026년 봄호에 게재된다.
출판사 리뷰
“빛의 혁명 - 광장에서 점화된 말”
내란의 밤, 27인의 문학평론가가 발견한 문학의 언어
한국작가회의의 문학 잡지 『내일을여는작가』 2025년 겨울호(통권 93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는 12·3 비상계엄을 저지했던 ‘빛의 혁명’을 기억하며, 그 혁명의 나날 속 각자의 마음에 깃들었던 문장을 선별하여 27인 문학평론가들의 에세이로 선보인다.
12·3 비상계엄을 저지했던 빛의 혁명이 1주년을 맞았다. 빛으로 밝힌 광장이 환기하는 건 일 년 전의 분노와 환희만이 아니다. 광장은 또 다른 싸움이 진행 중인 현재와 이어진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만나는 교차점이다. 계엄이 시민의 삶을 황폐화한 역사의 순간을 돌아보게 되었고 과거의 시민들이 꿈꾸었던 미래로서 현재를 통찰하게 되었으며, 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미래를 구상하게 되었다. 『내일을여는작가』는 그 순간의 감격과 아름다움을 기억하면서 각별한 마음으로 겨울호를 기획했다. 지난하게 이어질 것만 같은 내란 심판을 지켜보며 정의와 윤리의 감각이 마모되지 않기를, 현실적 타협의 안온함에 파묻혀 미래의 삶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특별호를 내놓는다.
빛으로 밝혀진 광장에서 점화된 말들을 모아 보기로 했다. 27명의 평론가에게 계엄 국면 이후 자신의 마음속에 점화된 문학의 언어가 무엇인지 물었다. 한국문학이 겪어온 역사적 상황에서 탄생한 문장만이 아니라 경험한 적 없는 낯선 감각으로 내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문장에 이르기까지 각자에게 빛으로 존재하는 한국문학의 유산을 공유하되 그에 덧붙이는 비평적 에세이를 요청했다. 평론가들이 쓴 에세이는 자신이 상속한 한국문학이 불어넣은 혁명의 감각을 발견하는 순간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중략-)
찬란했던 빛의 혁명은 종료된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내일의 삶에 대한 서사로서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거듭 기록되어야 한다. 2025년을 마무리하는 『내일을여는작가』 겨울호는 문학의 언어를 통해 빛의 혁명을 또 다른 방식으로 기록하는 실천의 일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이 한국문학의 자장에서 각자 간직해 온 문장을 꺼내 응원봉처럼 흔들며, 미래는 더 많은 정의와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우리의 것이라고 외치는 즐거운 소요가 되었으면 한다.
− 서문 「다시,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장은영) 부분
1부에는 계엄의 밤 이후 광장의 기억들 그리고 그로부터 촉발된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 에세이를 실었다. 신경림의 시 「어둠 속에서」를 비롯해 최진영의 소설 「돌아오는 밤」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세대를 넘어선 목소리와 호흡을 공유할 수 있다.
2부는 역사 앞에 선 문장들을 지금, 이곳으로 불러낸다. 1930년대 초에 일어난 제주해녀항쟁의 현장에서부터 서구적 산업문명의 위기 앞에서 생태주의로의 전환을 선언한 『녹색평론』 창간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와 문학이 교차하는 지점들을 만나게 된다.
3부에서는 내일의 삶을 상상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언어를 마주한다. 신동엽과 김수영, 그리고 박완서와 이경자 등의 문장을 아우르며 읽다 보면 “문학의 언어는 불가능한 미래를 요구하는 자를 위한 지원군”이라는 믿음을 다시금 갖게 된다.
또한 이번 호에서는 24회를 맞이한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수상자도 확인할 수 있다. 수상자는 김재희(시 부문)·홍해랑(소설 부문)·수경(동시 부문)이며, 당선작과 당선 소감 및 심사평은 2026년 봄호에 게재된다.
말이되 말이 아니고, 말에서 어긋남으로써만 가장 진실된 말의 자리에 다다르는 이성복의 “구화(口話)”는 치욕을, 치욕의 언어를, 치욕의 내부로부터 되받아 쓴 치욕 너머의 말이다. 세속의 언어에 닿아 있되, 매질로서의 음성을 직접 공유하지 않는 구화는, “사람이 사람을/괴롭히고, 그러나 죽지 않을 만큼 짓이겨”야 살아남는 폭력의 잔혹한 기술들이 새로운 세계의 상식이자 합리로 윤리이자 도덕으로 군림하는 적막한 경악의 순간들을, “말하지 않으면 모든 게 허위”가 되지만 동시에 어떤 말로도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삶의 가혹한 조건이자 적나라한 진실로서 아프게 드러낸다. 치욕의 자리를, 그 본성과 생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발설함으로써 치욕 너머의 “먼 별”을, 그 별의 파편들을, 파편들로 이루어진 공동의 미래와 꿈을 상상하고 갈망하게 한다.
- 이철주, 「치욕의 내부로부터 되받아 쓴 치욕 너머의 말」
개인의 힘은 연약하고 미약합니다. 오수연의 말대로 “이라크에 간다고 전쟁을 막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상에 안주하여 적당히 다독이며 살 수 없어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애틋한 마음.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거대한 물결을 이루어 세상을 지금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2024년 12월 3일,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의 마음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혁명에 대한 감성, 정의에 대한 열망, 유토피아에 대한 은밀한 소망들’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요?
- 고인환,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사의 한 진경(眞境)」
‘원인’을 알지 못하면 ‘범인’을 찾으려 하는 것이 우리의 속성이다. 그리고 범인은 늘 그렇듯이 우리의 주변에 있다. ‘나’의 기회를 가져가는 것은 결국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함께 밥을 먹지 않았다. 정보는 이제 교환의 대상이 아니라 은폐의 대상이다. 총구의 위치를 모르는 이상 가급적 자신을 감추는 것이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술자리는 친교가 아닌 정치의 자리가 된다.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능한 다른 방식은 자신과 유사한 배경을 가진 경쟁자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다. 학력, 젠더, 세대, 지역 등은 가장 손쉬운 지표가 된다. 우리는 이제 모든 종류의 ‘차별’에 찬성한다. 여기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과 일탈의 형식으로 규정하는 ‘비(非)‒정규’가 된다. 또 다른 시인의 말대로 우리는 이제 모든 ‘죄와 어울리는 나이’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70년대산’은 생물학적 개념이지만 자본주의의 최종 산출물이라는 점에서 정치경제적 개념이기도 하다. ‘70년대산’들의 시대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쏘는 패잔병이 되어 종료되었다.
- 김대현, 「사격 중지! 아군이다」
목차
서문 _ 다시,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1부 - 밤을 넘어서
남승원 _ 광장의 친구들 (신경림, 「어둠 속에서」)
이철주 _ 치욕의 내부로부터 되받아 쓴 치욕 너머의 말 (이성복, 「구화」)
최선교 _ 시적 혁명을 기다리며 (김혜순, 「90년대의 시적 현실, 어디에 있었는가」)
고인환 _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사의 한 진경(眞境) (오수연, 『아부 알리, 죽지 마』)
김대현 _ 사격 중지! 아군이다 (진은영, 「70년대산(産)」)
하혁진 _ 오래전에 시작된 (이광호, 『장소의 연인들』)
김태선 _ 모르는, 마음의 목소리를 듣는 일 (이영광, 「어두운 마음」)
노지영 _ 사랑 이후의 사랑, 끝말잇기의 장애서사 (하은빈,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임지훈 _ 그러나 여전히 광장의 한편에서는 (최진영, 「돌아오는 밤」)
2부 - 전진하는 문장들
정은경 _ 진화하는 적들과 여기의 싸움 (임화, 「적」)
양순모 _ 병원에서 (윤동주, 「병원」)
손정수 _ 기대와 불안이 뒤섞인 해방의 풍경, 혹은 이념과 환상이 교차하는 소설의 시선
(김남천, 『1945 8·15』)
박수연 _ 시의 미완성과 김수영의 고독 (김수영, 「육법전서와 혁명」)
오창은 _ “4·19혁명은 무질서의 위대한 형식을 창조했다” (박태순, 「무너진 극장」)
백애송 _ 꺾이지 않는 봄 (박봉우, 「서울 하야식」)
이명원 _ 김종철의 목소리와 아포칼립스의 예감 (김종철, 『녹색평론』 창간사)
장은영 _ 해방과 ‘래디칼’로서의 ‘여백’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이은란 _ 혁명의 에로스와 ‘사랑의 숨비질’ (허영선, 「해녀 김옥련 1」)
3부 - 미래의 언어
최진석 _ 우리와 내일, 미-래를 여는 언어
(신동엽,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 )
선우은실 _ 혁명-이후: 비겁하지 않은 삶을 위하여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민가경 _ 그런 ‘혁명’은 없다 (박완서, 「지렁이 울음소리」)
박동억 _ 참상에 눈 돌리지 않는 의지 (김종삼, 「무제」)
박다솜 _ 최초의 민주적 사생활 (이경자, 「가면」)
이병국 _ 난장의 역동 (황병승, 「에로틱파괴어린빌리지의 겨울」)
김정현 _ 짖어대는 “관념어”, 어둠의 혁명이란 기묘한 고유성 (박참새, 「청강」)
송현지 _ 입국 심사 중입니다 (차도하, 「입국 심사」)
조대한 _ ‘우리’에게 남은 것들 (김복희, 「서쪽에서 온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