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박순현 시인의 첫 시집 『이름 없는 꽃』은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진정성과 순수의 언어로,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행복의 의미를 조용히 묻는 시집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화려한 수사나 기교보다,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삶의 고백과 감정의 흔적을 담담히 품는다. 자연의 흐름과 사소한 일상, 한 사람의 소중함과 상실의 아픔을 통해 시인은 인간이 살아가며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고독과 슬픔, 그리고 다시 살아가게 하는 희망의 근원을 시로 증언한다. 시는 상처를 숨기지 않되 과장하지 않고, 아픔을 절망으로 고정하지 않으면서 삶을 지속하게 하는 내면의 힘을 보여준다.
『이름 없는 꽃』은 물질과 속도가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와 기억, 감사와 자족의 삶이 얼마나 귀한 가치인지를 일깨우는 시집이다. 제한된 삶의 조건 속에서도 자연과 사물, 이웃과 추억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시인의 태도는 시를 통해 조용한 위로와 깊은 공감을 건넨다. 이 시집은 삶의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독자들에게, 다시 하루를 살아갈 용기와 ‘지금 여기’의 의미를 되묻게 한다. 이름 없이 피어난 꽃처럼,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에 남는 시의 향기가 오래도록 독자의 곁을 지켜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시를 통해 존재와 정체성, 행복을 탐색하는 여정
― 이충재 문학평론가 서평 요약
이 글은 박순현 시인의 첫 시집 『이름 없는 꽃』을 통해 한 개인의 삶과 영혼의 건강성, 그리고 시가 지닌 치유적·존재론적 의미를 깊이 성찰한 문학평론이다. 필자는 시를 단순한 언어의 예술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삶과 사유가 응축된 결정체로 바라보며, 한 사람의 진정성과 순수성이 곧 사회와 인류의 건강성과 맞닿아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첫 시집을 만나는 일은,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진단하고 다시 살아갈 의지를 어떻게 세우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본다.
필자는 박순현 시인을 개인적으로 잘 알지 못하지만, 시라는 가장 객관적인 통로를 통해 그의 삶과 세계관을 만난다고 밝힌다. 전문적인 창작 교육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은 오히려 그의 시를 더욱 원석 같은 진정성으로 빛나게 하며, 삶의 고통과 기쁨, 말로 꺼내기 어려웠던 고백들이 꾸밈없이 시 속에 담겨 있다고 평가한다. 이는 시가 지나치게 기교적이거나 이론화될 때 잃기 쉬운 순수성과 맞닿아 있으며, 필자는 이러한 점에서 박순현 시인의 시 세계를 높이 평가한다.
서평은 시를 치유와 성찰의 언어로 바라보는 관점으로 확장된다. 시는 인간이 겪는 상실, 좌절, 이루지 못한 꿈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슬픔을 인식하고 극복하도록 돕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삶의 탄력성과 통찰을 제공한다. 박순현 시인의 시 또한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고통과 애증의 흔적을 통해, 독자를 인간 본연의 감정과 의미로 초대한다.
시 「왕숙천」에서는 자연의 흐름을 통해 희망과 생의 에너지를 회복하는 시인의 내면이 드러난다. 자유롭게 이동하기 어려운 삶의 조건 속에서도, 왕숙천은 시인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자 삶을 지속하게 하는 동기의 원천으로 기능한다. 작은 물길이 큰 강과 바다로 이어지듯, 시인은 자연의 이미지 속에서 자신의 삶을 더 넓은 세계와 연결시키며 희망을 발견한다.
「소중한 사람」, 「빈자리」 등의 시에서는 관계와 사랑의 가치가 두드러진다. 현대 사회가 고독과 단절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분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시인은 단 한 사람의 소중함을 통해 웃고 슬퍼하며 살아간다. 이는 물질적 풍요나 외적 성공이 아닌, 사람 자체가 가장 큰 재산임을 증언하는 태도이며, 소확행의 본질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존재에 대한 슬픔 또한 시를 통해 사랑의 또 다른 증거로 남는다.
「돌탑」과 「그림자」에서는 타인을 향한 배려와 자족의 삶이 강조된다. 경제적·신체적 조건과 무관하게, 시인은 매 순간 이웃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하며 살아간다. 제한된 행동 반경 속에서도 자연과 사계절, 주변의 사물들을 친구 삼아 살아가는 그의 태도는 원망이 아닌 수용과 지혜의 삶으로 읽힌다. 이러한 자족이 결여될 경우, 개인과 사회는 불만과 폭력으로 기울 수 있음을 필자는 경고한다.
「어릴 적 가을 향기」와 같은 시에서는 기억과 추억의 힘이 드러난다. 힘겨운 현실 속에서 시인은 과거의 감각과 정서를 회상하며 삶을 견뎌낼 에너지를 얻는다. 이는 현실을 도피하는 회귀가 아니라, 정체성이 형성된 시절의 기억을 통해 현재를 살아갈 힘을 회복하는 방식이다.
시집을 관통하는 핵심은 결국 ‘다시 일어남’이다. 「일어나」에서 시인은 잃어버린 것들과 후회를 씻어내고, 여명을 붙잡고 다시 하루의 길로 나아간다. 이는 장애와 고통이 더 이상 삶의 발목을 잡는 수렁이 아니라, 오히려 의지와 감사, 동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대목이다. 동시에 이 시는 고단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조용한 격려로 다가온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시를 자유와 행복, 의미로 나아가는 창에 비유하며, 박순현 시인이 이미 그 창을 통해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화려함과 외연의 가치가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도, 시인은 시와 함께하며 감사와 기쁨을 길어 올린다. 강요하지 않고 주장하지 않으며, 다만 자신의 양심과 선한 본능을 시라는 그릇에 담아 독자 앞에 내어놓을 뿐이다.
『이름 없는 꽃』은 그러한 태도로 인해, 어둡고 불온한 시대를 정화하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의 시집으로 자리한다. 필자는 이 시집이 시인의 삶에 더 큰 행복과 희망을 불러오기를, 그리고 시가 다시 한 번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으로 작동하기를 기원하며 글을 맺는다.
향기
먼 길을 돌아
기다린 길목 위에
잊지 못할 얼굴이
오랜만에 만져보는
지난 시절을 들고 서 있다
숨겨뒀던 그리운 마음이
꼭 잡은 손
지난 시절의 울음과 웃움들
아름다운 흔적들 가득차다
눈꽃 같은 하얀 물감을 이고
행복한 눈망울에
오늘이 넘친다
내가 살아가는 날
지금 같은 향기이기를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터질 것 같은 어두운 동체를 달래며
조각조각 난 갈등은
부서져 내렸다
아침은 또 다른 하루
힘겹게 짊어지고
바쁘기만 하다
저 멀리 노을에 잡힌
오늘 무척 아쉽다
훔쳐보는 내일 속으로
숨어 버린 우리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순현
한국작가 신인상으로 등단구리문인협회 회원
목차
004 Preface
107 서평
제1부 별이 된 마음
012 향기
013 여행
014 너와 나
015 비가 내린다
016 왕숙천
017 사랑
018 코스모스
019 봄을 기다리며
020 무궁화
021 행복한 사람
022 별이 된 마음 0
24 내가 한 사랑을 위해서
026 소중한 사람
028 갈망의 꽃
제2부 빈 하루
032 까만 고무신
034 탈춤
036 후회
037 연
038 팽이처럼
039 빈 하루
040 내 고향
041 시를 쓰는 마음
042 하얀 도화지
043 바위 2
044 작은 새
045 그릇
046 꽃잎
047 가을 낙엽
048 돌탑
제3부 달을 먹고 사는 나무
051 무지개
052 노래하고 싶다
053 왜
054 아침을 부르며
055 이름 없는 꽃
056 달을 먹고 사는 나무
058 무명화의 하루 1
060 무명화의 하루 2
061 연습
062 꽃
063 야화
064 나팔꽃
065 찌그러진 시계
066 수레바퀴의 꿈
067 별빛 사랑
제4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070 겨울 사랑
071 그리움
072 그림자
073 자전거
074 흐르는 시간 속의 희망
075 지금
076 어릴 적 가을 향기
077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078 외상
080 아날로그
081 파도
082 바람꽃
083 가엾은 이 꽃을
084 위대한 스승
085 바둑
제5부 빈자리
088 빈자리
089 고추장
090 고추잠자리
091 오솔길
092 커피 한 잔
093 팽이
094 이 봄에
095 아버지
096 풍선 놀이
097 친구
098 일어나
099 내일
100 9회 말 투아웃 만루
102 촛불 1
103 촛불 2
104 촛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