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요한 숲에 ‘탕!’하고 울려 퍼지는 총소리! 새들이 날아오르고, 나무들이 흔들린다. 숲속 곳곳에 흩어 살던 수많은 생명들이 순식간에 분주해진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두려움과 공포, 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그 소리가 나에게는 흥분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탕 소리와 함께 나는 달린다. 누구보다 빠르게, 가장 먼저 사냥감을 물고 돌아온다. 나는 최고의 사냥개다.
출판사 리뷰
탕 소리와 함께 나는 달린다
나는 최고의 사냥개다
목적에 갇힌 존재가
스스로 감각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탕! 여백 없이 나를 달리게 하는 소리
고요한 숲에 ‘탕!’하고 울려 퍼지는 총소리!
새들이 날아오르고, 나무들이 흔들린다. 숲속 곳곳에 흩어 살던 수많은 생명들이 순식간에 분주해진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두려움과 공포, 불안에 휩싸이게 하는 그 소리가 나에게는 흥분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탕 소리와 함께 나는 달린다. 누구보다 빠르게, 가장 먼저 사냥감을 물고 돌아온다.
나는 최고의 사냥개다.
도구화된 존재의 잃어버린 감각을 찾아서
나는 예민한 코와 귀, 빠른 다리, 고도의 집중력과 냉정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약속된 규칙을 지키고 명령을 수행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총소리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다만 소리가 나면 즉시 몸을 움직일 뿐이다. 사냥감을 물어 오기 위해 다른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온몸과 정신을 하나로 모은다. 수많은 시간 동안 훈련받고 노력한 결과다.
그런데 어느 날 사냥을 하지 않는데도 달리고 있는 사슴을 만났다. 낙엽이 바삭바삭 부서지는 소리, 쌓인 눈이 꾹꾹 눌리는 소리도 들렸다. 쓸모없는 소리와 목적 없는 나아감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소리들도 듣고 또 듣다 보면 총소리처럼 익숙해질 수 있을까? 아니, 분명 나도 이미 알았던 소리이고 느꼈을 기분일 텐데 언제부터 이것들을 잊었던 걸까? 나도 저 사슴처럼 갈 곳이 없어도 달리고, 필요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감각을 마비시키는 자극적인 정보에
스스로를 얽매는데 익숙해진 우리
“이런 방법이 있어.”, “이렇게 살아야 해.”, “잘하고 있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TV, 책 등 여러 매체에서 매일같이 이런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이 되기 위해, 또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즉시 할 수 있는 단편적 정보에 우리는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탕’ 소리를 듣고 달아나던 다른 동물들처럼 처음엔 우리도 그런 말들이 얼마나 위험한 소리라는 걸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복되어 익숙해지면서, 그 소리가 삶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소리라는 사실을 점점 잊어버립니다. 그리고 그 정보대로 움직이고 그 모습을 다시 자신의 채널에 올려 사람들의 인정과 칭찬을 기대합니다. 그렇게 하나의 과정을 완료하면 임무를 다한 것이죠. 그렇게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자신을 도구화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 결과를 얻어내는 데 필요하지 않은 다른 소리들은 우리에게 들리지 않습니다. 쓸모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행복, 합리, 편안, 즐거움 같은 목적적 단어들이 아니라 싱그러움, 청량함, 잔잔함 같은 감각적 단어들이 우리를 채운다면, 그것들을 느끼는 ‘우리’가 삶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자극으로 전달되는 단편적 정보가 아니라 스스로 보고 들은 연결된 경험들이 우리를 살아 있게 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그 자체가 ‘삶’이니까요.
마비된 세상을 깨워 줄
한마디 외침, 탕!
『탕!』은 박수정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작가는 물방울이 스미듯 번져가다가도 불꽃처럼 강렬히 터지는 붓질과 색채로 늘 반복되던 계절의 변화와 익숙한 풍경들에 숨겨진 수많은 감각들을 우리에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대지를 달려 자연으로 향하는 사냥개의 모습이 바로 ‘나’라는 걸 알아채는 순간, 우리의 자유로움은 저 커다란 자연처럼 언제나 내 안에서 숨 쉬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이 책이 들리지 않던 것을 듣게 하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작가가 쏘아 올린 또 다른 의미의 ‘탕!’임을 깨닫게 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수정
영국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과 여러 나라에서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을 하며 오랜 시간 그림책 작가를 꿈꿨습니다.그림책의 세계는 항상 따뜻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울림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 울림으로 아이와 어른 모두가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한 줄의 이야기가 한 권의 그림책이 되기까지, 늘 곁에서 응원해 준 유성이와 가족들 그리고 이 여정을 함께해 준 고래뱃속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그 마음들 덕분에 이 이야기가 빛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