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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다
학이사(이상사) | 부모님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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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자매는 어머니를 ‘어마마마’라고 불렀다. 물론 어머니가 한국에 계실 때는 아니었다. 이민 생활 후반기로 기억된다. 동생들도 나이 들어 제 인생을 살다 보니 딸만 낳아 고생하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은 위로해 드리고 싶은 충정이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실제로 딸들 위에 군림하며 대비처럼 사셨다. 여장부의 풍모를 타고난 어머니는 풍채뿐 아니라 마음 씀씀이도 넉넉하셔서 남에게 베풀며 사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초등학교도 못 다니셨지만 한글을 스스로 터득하여 읽고 쓰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어머니는 열다섯 어린 나이에 시집와서 내리 딸만 여섯을 낳았다. 넷째 동생을 낳고부터는 많이 우셨다고 했다. 빨리 아들을 낳기 위해 콩나물을 빻아 젖을 삭이고 유모를 들였다고 한다. 네 살짜리 딸을 둔 유모의 젖이 풍족할 리 없었다. 항시 젖배가 고팠던 막냇동생은 아직도 키가 자그마하다.

- ‘어마마마’ 중에서

할머니에게는 손주가 많았지만 유독 나를 챙기셨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나는 해방 후에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우리 동네에서 십여 명의 남자아이들이 학교에 다녔는데, 여학생은 달랑 나 하나뿐이었다. 이십 리가 넘는 시골길을 친구 하나 없이 외롭게 다녔다. 당시에는 대부분 딸은 공부를 시키지 않았다. 방과 후, 하굣길에 남자아이들은 무리를 지어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그 대열에 끼지 못한 외톨이 신세였다. (중략)

해가 짧은 겨울에는 동네 어귀에 도착하기도 전에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입은 옷은 치마저고리가 고작이었고 외투나 책가방은 꿈도 꾸지 못한 시절이었다. 할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동구 밖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나를 보자마자 솜 포대기를 내 어깨에 씌워주시며 시린 손을 녹여주시던 할머니의 온기가 마냥 그립다.

- ‘우리 할머니’ 중에서

사람도 저 나무처럼 죽지 못해 사는 경우가 있다. 불현듯 수십 년 전 한겨울에 오들오들 떨면서 살던 순복 할머니의 얼굴이 나무 위로 겹쳐 지나갔다. 할머니는 우리 집 문간방에 세 들어 혼자 살았다. 그때는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했다. 연탄도 마음껏 땔 수 있는 가정이 흔치 않은 시절이었다. 피붙이 하나 없이 사시던 할머니는 연탄 한 개를 새끼줄에 꿰어 한 장씩 사다가 불을 지폈다. 어쩌다 십여 장의 연탄을 부엌 귀퉁이에 쌓아두는 날에는 부자가 된 듯 행복해했다. 할머니 방이 싸늘한 날이면 나도 가슴이 아팠다.

우리 집에서도 연탄을 아끼려고 아궁이 구멍을 될 수 있는 대로 틀어막았다. 아랫목만 겨우 냉기를 면할 뿐, 윗목은 언제나 냉골이었다. 방 안에 둔 물걸레가 꽁꽁 얼어 있었으니 그 시절 몸과 마음의 추위를 요즘 사람들은 짐작이나 할까? 모진 추위에서도 할머니는 살아냈다. 할머니는 푸념처럼 “죽지 못해 산다.”고 늘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살아있는 것이 장하다! 생존경쟁에서 등 떠밀려 죽지 않았고, 밀도 높은 밀림에서 제풀에 죽지 않았으며, 적당히 수분을 취하면서 목말라 죽지 않았다. 할머니뿐 아니라 우리 어머니 세대는 세찬 비바람 이겨내고 질기게도 살아냈다. 혹독한 추위 견뎌내며 죽지 못해 산 나무가 생명의 끈질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 ‘죽지 못해 산 나무’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스잔나
1939년 청도군 각북면 지슬1리에서 태어났다.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신인 대구효성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법학을 전공한 남편을 만나 진흥식물원을 경영했다. 노후에는 통점골 산비탈을 따라 층계를 이루며 붙어 있던 다랭이논에 집을 지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위 뜰에다 남편의 무덤을 옮겨 놓는 일이었다. 아침저녁 올라가 인사를 하면서 살아생전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한다. 수필에 발을 들여놓은 것도 그 무렵이다. 그는 후배가 운영하고 있는 수필 교실 〈에세이 아카데미〉로 찾아가 본격적인 수필 공부를 시작했다. 2017년 《한국수필》로 등단을 하고 문집 『당신과 함께』와 공저 『기억 저편』을 출간했다. 현재 한국수필가협회, 대구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에세이 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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