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4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앞선 작품들이 지닌 고민과 시선의 깊이를 이어받아 박지리문학상의 취지와 색깔을 더욱 견고히 해준다. 경장편이 아닌 단편 묶음이 수상한 것은 처음으로, 세 편의 단편은 마치 한 편인 듯 근미래의 사회를 공유하며 흘러간다. 2031년 원전사고 이후 저마다의 일상을 투쟁하듯 살아가는 시민이자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광주, 용인, 경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다지 멀지 않은 미래에 창의적이고 의욕적인 젊은 예술인들이 이 소설과 컬래버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제안해오지 않을까” 하는 구병모 소설가의 기대처럼 이 작품은 “동시대 예술에 대한 소설이며, 나아가 예술의 동시대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백남준아트센터 등 공공공간을 점거하는 소설 속 시도는 현실의 장소에서 허구의 인물이 정말 일어날 법한 일을 꾸민다는 데에 독자에게 기묘하고 재밌는 감각을 선사할 것이다.내가 한 명의 시민으로 철저히 무력하다는 깨달음을 온몸으로 받아낸 경험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에이, 전당은 길바닥이 아니어요. 그때도 거기서 먹고 자고 다 하지 않았어?”눈 씨가 말한 그때란 물론 1980년대다. 전당 정문에는 바로 옆에 자리한 옛 전남도청 건물이 광주민주화운동의 최후 항쟁지였음을 알리는 붉은 글씨가 적힌 팻말이 솟아 있었다
내가 묻자 찬란 씨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그의 이름에 희망(hope)이, 이 도시의 이름에는 빛(光)이 있으니 짙은 어둠 속에서 희망은 더 빛을 낸다고 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최수진
1991년생. 울산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살고 있다. 부산, 광주, 속초, 경주에서 살기를 바라며 그곳에서 사는 스스로를 종종 떠올린다. 「점거당한 집 외 2편」으로 제4회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다. 재난과 예술 그리고 지역 사회에 관심이 많으며, 그 속에서 읽고 쓰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