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송남섭의 문장은 단순한 서사적 기록이 아니다. 그녀의 시와 에세이는 독자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리며, 삶의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마치 스페셜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그려낸다. 그녀는 우리의 걱정과 고통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 동시에, 다음 생의 기대와 희망을 조명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과 강인함은 단순히 작가 개인의 성격을 넘어서, 인생이라는 복잡한 그림의 주요 색채로 자리 잡는다. 그녀의 삶을 엮은 퀼트는 단지 그녀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상징이 된다.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한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다. 송남섭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시간이 된다. 그녀의 이야기는 독자 각자의 삶 속에서도 잔잔한 위로와 깨달음을 제공한다. [외로울 때마다 걸었지]는 단순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걷는 행위를 넘어, 고독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한 찬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며, 고요하고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이제, 이 글을 통해 우리도 그녀처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재건축 아파트 1아파트 23동 앞을 지나가다 잠시 나무 그늘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몇 해 전 이 자리에는 지어진 지 40년이 넘은 낡은 저층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5층에서 밖을 내다보면 낡은 주홍색 지붕과 메타세쿼이아가 아파트 높이보다 키가 자라 유럽의 어느 마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곤 했다.봄이면 아파트는 온통 꽃대궐이다. 자목련은 아기 주먹만 한 꽃송이를 온몸에 가득 달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살구가 노랗게 익어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면 하나둘 주워 깨끗이 씻어 맛을 보기도 하고 효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모과나무, 감나무, 탱자나무, 개나리, 라일락, 벚꽃 등 봄이면 유혹하는 꽃들이 많았다.옹색한 내부의 답답함과 낡은 시설, 계단 오르내림에 불편을 겪던 아파트에 재건축이 시행되었다.매일 아침이면 각 동 앞에 하나둘 이삿짐 트럭이 세워졌다. 이사를 떠난 집 창문에는 빨간색 페인트로 ×표가 크게 그려지고 ‘공가’라는 붉은 글씨가 주홍글씨처럼 쓰여졌다. 빈집이 늘어날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이 단지 안을 맴돌았다. 참으로 어수선한 시간이었다.어느 아침 나는 굉음이 섞인 기계음 소리에 놀라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고, 입을 막고 악! 소리를 질렀다. 5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광경은 충격이었다. 3층 높이만큼 자란 살구나무가 큰 몸을 벌렁 누인 채 길게 쓰러져 있었다. 어제까지 건장하게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던 나무였는데, 전기톱이 움직일 때마다 허옇게 잘려진 몸통들이 이리저리 뒹굴었다. 나무는 잘려진 제 몸 위로 지나가는 오래된 이삿짐을 지켜보았다. 나무의 처절하고 소리 없는 고통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이제는 흔적도 없고 누군가의 기억에 옛이야기로만 남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남섭
• 제천 출생 • 2008년 「현대수필」 등단 • 2020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졸업 • 前 계간현대수필 작가회 회장 • 계간현대수필 편집위원 • 한국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