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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의 대가
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몰락
너머북스 | 부모님 | 202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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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소빙하기의 절정이었던 1640년대 초 중국, 기후위기와 팬데믹, 치솟는 물가와 인플레이션의 치명적 조합이 명제국을 한순간에 몰락시켰다. 많은 역사가들이 명의 멸망을 만주족의 침략과 정치적 파벌주의, 행정 실패, 세수 감소, 농민 반란 등의 도덕적 실패 때문이라 해왔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깊은 원인이 있었다. 기후문제다. 저명한 중국사가 티모시 브룩 교수(UBC)의 신작 『몰락의 대가_기후위기와 물가 그리고 명제국의 붕괴』(원제 The Price of Collapse)는 명 말의 정치사가 아니라 어찌 보면 평범한 자료인‘물가’에 초점을 맞춘다. 물가가 기후 변화의 결과만이 아니라 환경 재앙을 감지하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이다. 기후사와 물가사를 동전의 앞뒤처럼 결합하여 기근 시기 곡물 가격이 환경사적 증거로 왜 중요한지, 단기적인 환경 충격이 시장과 사회를 어떻게 붕괴시킬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은으로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저렴한 유일한 식품은 두부를 만드는 콩이었다. 천치더는 이 콩의 가격을 중앙에 구멍이 뚫린 얇은 동전으로 매겼는데, 이 동전은 소액 거래에 사용되었다. 이 동전은 ‘글자’라는 뜻의 ‘문文’으로 불렸는데, 이는 동전 앞면에 새겨진 황제의 연호를 의미했다. 포르투갈 상인들은 이 동전을 말레이어를 따라 ‘카이샤caixa’ 또는 스페인어로 ‘카사caxa’라고 불렀는데, 여기서 영어 단어 ‘캐시cash’가 유래했다. ‘캐시’가 영어에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책에서는 저가의 동전을 의미하는 옛 영어 표현인 ‘구리copper’를 동전을 세는 단위인 ‘문文’의 번역어로 사용한다. 1,000문은 명 초에 은 1냥과 명목상 동등 가치로 설정되었으나, 동전은 곧 은에 비해 가치가 상승하여 은 1냥당 동전 700문 정도의 환율로 안정되었다. 따라서 동전 7문은 은 1푼과 동등한 가치가 있었다. 동전 1문은 큰 가치가 없었다. 두부 한 모, 흔한 종이 한 장, 젓가락 두 쌍, 또는 목탄 1파운드를 살 수 있었다. 동전 2문으로는 저렴한 붓, 향나무로 만든 향, 또는 쌀떡을 살 수 있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동전을 귀중하게 여겼고, 부유한 사람들은 동전 하나를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
<표 2.2>는 은 1푼으로 구매할 수 있는 품목들을 보여준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었다. 1푼은 오이, 매실 등과 같은 채소 1근(1과 3분의 1파운드 또는 600그램)의 거의 보편적인 가격이었으나, 파와 생강 같은 기본 요리 재료의 값으로는 너무 높은 가격이었으며, 이것들은 은 1푼의 5분의 1 또는 그 이하, 즉 동전 1문 또는 2문이었다. 은 1푼은 하이루이가 1근의 술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술은 여러 가격대에서 구할 수 있었다(선방은 1병당 은 4푼에서 20푼까지의 가격을 제시했다). 육류의 표준 가격이 1근당 은 2푼이었기 때문에, 은 1푼으로는 반 근(300그램 또는 3분의 2파운드)만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살아 있는 가축은 도축된 고기의 절반 가격이었다. 신선하거나 절인 생선은 보통 육류와 같은 가격에 팔렸지만, 1602년의 편지에서 예수회 선교사 디에고 판토하는 베이징에서 송어 1근을 은 1푼에 살 수 있다고 썼다.
명나라로 흘러 들어온 은이 약 1억 명의 인구를 가진 중국 경제에 화폐 공급을 확대하여 물가 상승을 초래했을까? 많은 역사학자들이 비교적 산발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가격 자료를 바탕으로 그렇다고 결론 내리곤 했지만, 대부분의 경제사학자들은 이제 그 가설에서 물러났다. 이 장은 후자 그룹과 함께 이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른 해석을 제안할 것이다. 우리는 시선을 거꾸로 돌려 명조 말기에 은의 물결을 타고 중국 무역에 참여하려 했던 영국인의 관점에서 당시의 국제적인 은 문제에 접근할 것이다. 물가가 경제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우선 명조 전반기 조공 체제의 시기를 살펴보고, 이어서 명조 마지막 반세기 동안 상품과 은을 거래한 스페인, 영국, 네덜란드 상인들이 남긴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의 기록들을 검토할 것이다. 이 장은 은 무역의 유익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일부 명대 인사들의 목소리를 간략히 고찰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티모시 브룩
1973년 캐나다 토론토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스탠퍼드대와 토론토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의 중국사 교수이자 캐나다 왕립학회 회원이다. 그의 주요 관심분야는 명대의 사회·문화사, 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의 중국 침략, 세계사와 인권에 대한 역사학적 관점이다. 저서로 『쾌락의 혼돈-중국 명대의 상업과 문화』 『근대 중국의 친일합작』 『베르메르의 모자』 『셀던의 중국지도』 등이 있다.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전6권)의 책임편집자로 편찬을 이끌었으며, 그중 『하버드 중국사 원명: 곤경에 빠진 제국』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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