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세 명의 저자들은 모두가 소녀 같은 분들이다. 수요일 오후 3시가 되면 소녀들은 어김없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이 써온 수필작품을 발표하고, 합평하면서 새처럼 재재거리며 해맑게 웃곤 하였다. 저마다 살아온 환경과 삶이 다르고, 개성 또한 강한 분들이다. 그러므로 그분들이 매주 써서 내어놓는 작품 또한 그러했다. 세 여성 주부들의 생활일기들은 곧 수필이란 문학 장르로 승화되어 창작품으로 결실을 보았다. 특별히 꾸밀 것도 없는 이들의 생활상은 어느 누구와도 다를바가 없지만 평번한 삶속에서 행복과 슬픔들을 발견하고 포착하는 관점들은 역시 그녀들만의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하기 때문일 것이다.우리 집 김정옥가을 햇살이 베란다 창을 통해 들어와 거실을 환하게 비추고 있다. 운동 후에 마시는 커피는 얼마나 감미로운지 아메리카노 커피의 쓴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앞 베란다로 나가 본다.우리 집 앞 베란다에서 밖을 내다보면 내 시야에 따라서 경치가 달라진다. 정면을 바라보면 나뭇잎 사이로 길 건너 아파트가 보이고, 시선을 약간 위로 옮기면 푸른 하늘이 가을 색을 더욱 자랑하고 있는 듯하다. 시선을 옮겨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화단에 떨어진 낙엽들과 끝이 누렇게 변해가는 풀들이 보인다.우리 집은 남들이 말하는 로열층은 아니지만 나는 대만족이다. 2층이라서 승강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오르내리기 쉽고, 창문만 열면 땅의 냄새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촉감과 실려 오는 냄새들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나이를 먹어 가는 까닭일 것이다.날씨가 쌀쌀해진 탓인지 요즘은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거실 밖으로 보이는 나무 위의 그 많던 새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가끔 새 모이를 주러 나오던 이웃집 할아버지와 손자도 요즘은 빈손으로 산책을 한다. 지금쯤 새들은 자신들의 안식처에서 쉬고 있을까? -생략
너의 색깔 이창경 ‘오늘은 꼭 해결해야지’ 여동생과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을 들어서며 생각한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제부가 이번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녀는 다음 주 화요일에 남편과 신년하례회에 가야 한다고 했다. 승진한 임원들이 부부 동반해서 회장님과 만나는 자리이다. 어려운 모임에 뭘 입고 참석해야 할지 큰일 났다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평소 패션에는 관심이 없는 동생이 옷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은 나에게 조언을 구한 것이다. 처음 받아보는 동생의 이런 부탁을 모른 척하고 싶지 않았다. 동생에게 적당한 것을 골라 줄 자신도 있었다. 어제는 동생과 명동 롯데백화점에 갔다. 점잖고 튀지 않으면서도 너무 평범하지는 않은 옷을 찾아야 했다. ‘정장을 입으면 되겠군. 바지정장보다는 치마 정장이 낫겠어. 색깔은 회색이나 검은색이 튀지 않고 좋겠지?’ 매일 우중충한 사무실에만 틀어박혀 지내다가 졸지에 조명이 휘황찬란한 백화점 나들이라니……. 이곳에 온 목적은 잠시 뒤로하고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평일 낮의 백화점 풍경은 그야말로 별천지가 따로 없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삼삼오오 팔짱을 낀 채 여유 시간을 보내는 아줌마들 틈에서 나는 과연 어떤 옷이 동생에게 적당할지 계속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생략
산티아고 순례길·1 - 빨간 수첩 최미경 생장 - 팜플로나 나는 오래 기억하려고 기록을 한다. 듣는 얘기를 흘려 버리지 않고 정리해 두려고 끄적끄적 적는 버릇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논리적으로 정돈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사소한 일들을 잘 잊어버려서 핸드폰 달력에 저장한다. 필요해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그냥 습관처럼, 틈나는 대로 기록해둔다. 이쯤 되면 취미이기도 하다. 뭔가를 적어두면 마음이 안정된다고 해야 할까?지금 내 앞에 빨간 수첩 한 권이 놓여있다. 가로 10*세로 20 크기로 손바닥만 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쨍한 색깔이 좋고, 2019년에 걸었던 순례길의 기록이 남아있어서다. 오랜만에 그것을 꺼내서 읽던 요 며칠, 새삼 행복하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기억을 되짚는다.빨간 수첩의 무게 120g은 순례자의 배낭에서 비중이 크다. 그런데도 그 빨간 수첩을 가져간 이유는 빳빳한 표지 때문에 한참 가지고 다녀도 찢어지지 않을 것 같았고, 그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그 안에는 내 삶의 중심을 잡아줄 묵직한 추억이 담겨있고, 사그라드는 열정에 불을 지필 장작도 있다. 소중한 빨간 수첩의 일기 몇 편을 꺼낸다. -생략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정옥
전업주부로서 생활수필을 쓰고 있다.
지은이 : 이창경
전업주부로서 생활수필을 쓰고 있다.
지은이 : 최미경
전업주부로서 생활수필을 쓰고 있다.
목차
발간사 첫 문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_ 4
축사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_ 6
제1부
김정옥
건이와의 일상이 너무도 소중 _ 13
우리 집 _ 14
길 _ 18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_ 22
나의 봄 _ 26
내겐 너무나 소중한 다리 _ 30
보이지 않는 문 _ 33
신호등 _ 36
손이 들려주는 이야기 _ 40
나의 오월 _43
내 가까이에 있는 문학 _47
잡초 _ 50
한 여름의 캠핑 _ 54
러브 버그 _ 58
옥수수 하모니카 _ 62
여름의 한복판에서 _ 66
세발 자전거 _ 70
제2부
이창경
욥기 8장 7절의 말씀처럼 _ 77
새로운 세계로 나있는 문 _ 78
너의 색깔 _ 81
능곡 이야기 _ 84
오래된 친구 _ 88
말하고 싶은 비밀 _ 92
빨간불만 들어오는 날 _ 96
며느리와 떠나는 여행_ 100
풀 _ 106
손님 _ 110
후회없는 선택? _ 114
요리하는 여인 _ 118
도리 생각 _ 122
반성문 _ 126
비 오는 날의 결혼식(단편소설) _ 131
제3부
최미경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 _ 147
프롤로그- 사랑이 시작된 이야기 _ 148
나를 마주하다 _ 153
산티아고 순례길·1 - 빨간 수첩 _ 160
산티아고 순례길·2 - 길에서 보다 _ 165
산티아고 순례길·3 - 그리움 _ 169
산티아고 순례길·4 - 사람을 잇다 _ 174
산티아고 순례길·5 - 계속 가는 거야 _ 181
산티아고 순례길·6 - 멈추다. 그리고 다시 _ 189
산티아고 순례길·7 - 고결한 손 _ 198
산티아고 순례길·8 - 봄이 겨울을 만나도 _ 202
산티아고 순례길·9 - 진심 _ 210
산티아고 순례길·10 - 숲 _ 215
산티아고 순례길·11 - 까미노가 수필이 되어 _ 221
산티아고 순례길·12 - 드디어 _ 225
에필로그 - 끝나지 않은 이야기 _ 229
그저 걸어 봐! _ 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