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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
보리 | 부모님 | 202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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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일제와 독재에 맞서며
자기 길을 만들어간 김학철의 생생한 목소리

❚ 마르크스주의자 김학철의 인생 역정을 담은 산문집 《나의 길》
〈김학철 문학 전집〉 일곱 번째 권 《나의 길》은 1990년대에 발표한 산문 53편을 실었다.
김학철은 평생 권력과 불의에 맞서며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일관된 삶을 살았다. 김학철은 루쉰을 사표로 삼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서라면 조금도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글을 썼다.
이 책 1부는 주로 김학철의 인생 역정을 담담하게 술회한 글들이다. ‘집사람과 나’에서는 ‘한국전쟁(조선전쟁)’ 때 김학철이 북경에 가기까지 저간의 사정을 자세하게 밝혔다. 또한 ‘반우파 투쟁’과 ‘문화대혁명’ 시기를 거쳐 1980년 복권되기까지 통틀어 24년을 ‘반혁명 현행범’ 김학철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냈는지를 볼 수 있다.
2부에는 글쓰기에 매진하는 김학철의 하루 일과를 담은 글과 더불어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실렸다. 산문 ‘만장일치’에서 자기 생각 없이 주변 눈치를 보며 손을 드는 것을 비판하고, “반대파가 없으면 민주주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언론 탄압은 반동 정권의 공통점”이라고 하면서 언론의 문제를 짚은 산문 ‘덕담 신문’, ‘절대 권력이 한 사람 손에 집중되는 것은 재난’이라고 한 ‘제1 부인’ 같은 글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3부에는 주로 김학철의 글쓰기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산문들이 실려 있다. 산문 ‘바람과 깃발’ ‘동물 성격’ ‘벤츠는 달린다’ 같은 글에서 김학철은 현실을 호도하고 잘못된 이념으로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에 바탕을 두면서도 “본질적이며 전형적인 특징을 구체적이며 감각적으로 형상화할 것(‘거장의 손’)”을 강조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목숨까지 위태로웠던 세월을 살아온 김학철이 풍자와 해학으로 현실 문제를 짚어 내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다.

❚ 드팀없이 꿋꿋이 살아온 작가로서의 삶
김학철은, 문학은 현실을 진실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로지 글쓰기에 전념하여 말년까지 400여 편이 넘는 산문을 썼다. 대문에 ‘한인막고문(閑人莫敲門, 볼일 없는 분은 문을 두드리지 마시오)’이라고 쓴 패찰까지 걸어 놓고, 하루에 500자씩은 꼭 쓰려고 했다. 그렇게 “글을 쓰자면 세상만사를 무불통지로 다 잘 알아야 하므로 갖가지 사전들을 뒤져 보고(‘호박 엮음’)” “오후에 신문을 읽으면서 메모하고 오려내는 이 시간이 가장 즐겁다(‘나의 하루’)”고 할 만큼 자료를 모아 갈무리했다.
김학철은 《고요한 돈》의 표현 방법을 예로 들며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묘사는 하지 않을 작정(‘거장의 손’)”이라고 하였다. 또한 “구체적인 사람, 현실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써야 한다(‘성장 과정’)고 강조했다.
그래서 김학철의 산문들은 마치 사랑방 이야기처럼 읽힌다. 동서고금 갖가지 이야기들에 속담을 알맞춤하게 섞어 쓴 산문들은 읽는 재미가 있다.

❚ 현대문학사의 공백을 채우는 김학철의 생생한 목소리
부록으로 실은 ‘김학철의 발자취’는 김학철이 살아온 이야기를 스스로 말한 것으로 100여 쪽에 이른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1985년 4월부터 일 년 동안 연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김학철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테이프 10개에 녹취하였다. 김학철이 오무라 마스오 교수와 일본어로 나눈 이 대화 녹취록을 연변 남상현 선생이 번역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2023년 1월에 작고했는데, 평생 이육사, 윤동주를 비롯해 한인 문학을 연구하고 김학철을 일본에 알린 학자다. 특히 1985년 윤동주 묘소와 생가를 처음 발견하여 국내에 알렸다.
이 녹취 기록에 《노마만리》로 잘 알려진 월북 작가 김사량 이야기가 자못 상세하게 나온다. 김학철은 평양에 있을 때 김사량과 교분을 맺었는데, 안타깝게도 한국전쟁 때 사망하였다. 김사량 또한 남과 북의 역사에서 모두 지워진 작가이다. 좋은 글쓰기의 모범인 《문장강화》로 알려진 이태준 등 월북 작가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볼 수 있어 현대문학사의 빈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귀한 자료이기도 하다.

<김학철 문학 전집> 출간에 부쳐

항일 무장투쟁의 문학적 복원! <김학철 문학 전집> 출시!
20세기 격정 시대를 살다 간 김학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상을 집대성하다


광복 77주년을 맞아, 조선의용군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을 문학으로 만난다. 남북 분단으로 우리에게 잊힌 독립운동가 김학철은 민족 문학사의 커다란 산맥이기도 하다. 20세기 격정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김학철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상을 담은 문학 전집은 모두 12권으로 기획되어 앞으로 꾸준히 발간될 예정이다. <김학철 문학 전집>의 첫 시작은 일제강점기 시절 조국의 독립을 위한 항일투쟁 과정을 그린 자전적 장편소설 《격정시대》(모두 2권)과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이다.
남에서는 사회주의 단체라는 이유로, 북에서는 김일성 독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남과 북에서 모두에게 외면을 당한 조선의용대(군). 그들은 일제강점기 말 항일 무장투쟁의 선봉에 섰던 이들이다. 조선의용군 최후의 분대장 김학철은 조국을 위해 청춘을 바친 동지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조선의용군의 활동과 투쟁을 진실하게 그려낸다. 어떤 거짓과 과장 없이 그저 있었던 일을 또렷이 기억해 내고 생생하게 써 내려간다. 그것이 바로 역사와 진실의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조선 원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 동안 원산총파업, 광주학생운동, 만보산 사건, 리재유 체포 등 굵직한 국내외 사건에 영향을 받아 독립투사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김학철. 일제에는 총으로, 독재에는 펜으로 끊임없이 저항하며 20세기 불의의 시대와 싸워 왔다. 김학철은 굽히지 않는 저항 정신과 혁명적 낙관주의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작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그동안 국내에서 김학철의 작품은 1980년대부터 일부 소개되었으나 지금은 거의 절판된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컸다. 보리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하는 <김학철 문학 전집>은 민족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김학철의 문학과 삶을 온전히 복원하고 소개하는 작업이다. 국내에 여러 판본으로 소개되었던 《격정시대》를 첫 출발로 김학철이 남과 북, 그리고 중국에서 쓴 글을 모두 모아 전체 12권으로 선보인다. 우리 민족의 정신사와 문학사에 있어 하나의 이정표이자 영원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스무 살에 상해에서 반일 테러 활동에 뛰어들어 맥아더 사령부의 정치범 석방 명령으로 일본 감옥에서 풀려나는 서른 살까지 나는 지겨운 줄도 모르고 또 한눈도 팔지 않고 오로지 한길을 걸어 나왔다. 제멋에 겨워서 자신만만하게 걸어 나왔다. 하긴 자신만만한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화대혁명'이 터진 이래 칠팔 년 동안에 무릇 ‘계급의 적’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다—하나의 예외도 없이—명령에 따라 고개를 푹 숙이고 허리를 깊숙이 굽혀야 했다. ‘디터우(低頭)’ 하면 고개를 숙여야 하고 ‘하야오(哈腰)’ 하면 허리를 굽혀야 했다. ‘죽을죄를 지었으니 용서해 줍시사’는 표시였다.
한데 놀랍게도 이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하는 모욕적인 자세가 아예 의식화돼 버려 사회생활 속에 이미 정착을 했었다. 항다반이 돼 버려 아무도 해괴스레 여기지를 않았다.
나는 이에 도전할 결심을 내렸던 것이다.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숙이고 굽히고는 안 할 작정이었다. 극좌분자들이 벽돌 넉 장을 가느다란 쇠줄로 얽어매 가지고 ‘계급의 적’이라는 교장 선생의 허리 굽힌 목덜미에다 두세 시간씩 걸어놓는 것쯤은 예사로운 세월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학철
본명은 홍성걸(洪性杰). 1916년 조선 원산에서 태어나 서울 보성고보 재학 중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중국 상해로 탈출, 김원봉 휘하 의열단 반일 테러 활동에 가담, 중국 중앙육군군관학교(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1938년 조선의용대 창립 대원으로 항일 투쟁의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1940년 중국공산당에 가입, 1941년 태항산 호가장 전투에서 일본군과 교전 중 다리에 부상을 입고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압송, 나가사키형무소에서 4년 동안 복역했다.옥중에서 부상당한 다리를 절단하고 1945년 일본이 투항하여 출옥했다. 서울에서 조선독립동맹에 참여, 단편 〈지네〉(1945년)를 발표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하고, 그 뒤 평양에서 〈로동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1950년부터 중국 북경 중앙문학연구소(소장 정령)에서 창작활동을 계속했다. ‘문화대혁명’ 시기 《20세기의 신화》 필화사건으로 10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1980년 복권되어 창작활동을 재개하고 2001년 9월 25일 연길에서 세상을 떠났다. 장편소설 《해란강아 말하라》(1954년), 《격정시대》(1986년), 《20세기의 신화》(1996년), 소설집 《무명소졸》(1989년), 《태항산록》(1989년), 산문집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1994년), 《나의 길》(1996년), 《우렁이 속 같은 세상》(2001년), 《사또님 말씀이야 늘 옳습지》(2002년), 전기문학 《항전별곡》(1983년),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1995년) 등 이 밖에도 많은 저서를 남겼다.

  목차


추천사
한국판에 부쳐
저자의 말

제1부 나의 길
나의 길
나의 젊은 시절
황포동학회
아, 태항산
제2차 공판
여류 작가 리선희
고향이란 무엇이길래
집사람과 나
서울 나들이
우정 반세기
참배 풍파

제2부 락양―서울
락양—서울
나의 생일
나의 필기장
서안 나들이
나의 하루
만장일치
덕담 신문
타부와 십계명
부도수표
소리의 세계
호박 엮음
제1부인
닭알 폭탄
미이라
연금술
담뱃대 승차
반딧불 남편
거장의 손
만신창이
이 여성들
코끼리띠
동추하춘

제3부 나의 동기생
날조의 자유
추운 물
바람과 깃발
신판《림꺽정》
보물찾기
너구리 현상
동물 성격
‘그놈이 그놈’
꽁지 빠진 수꿩
참매미
‘벤츠’는 달린다
명언 가지가지
고혈압 병
정문이, 잘 가오
독서삼매
영웅 논란
논란 ‘한 번만’
문객 문학
성장 과정
나의 동기생

부록
김학철의 발자취_오무라 마스오
김학철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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