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국어시간에 고전읽기 시리즈 4권. 「박씨전」은 남자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박씨를 통해 남성 권력자들의 무능을 꾸짖으며 청나라에 짓밟힌 조선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품이다. 원전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썼다.
한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고전 소설을 쉽게 접하게 할지 고민하며, 낯설고 어려운 어휘는 쉽게, 긴 문장은 짧게 다듬고, 갖가지 유래는 맛깔스럽게 풀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고전의 맛을 더해 주는 그림과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 쌈지, 그리고 ‘「박씨전」 깊이읽기’는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결해 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이민족의 말발굽에 철저하게 유린당한 치욕의 역사, 병자호란!
이 뼈아픈 역사를 뒤집어 버리는 문학적 허구이자,
조선 백성들의 울분과 상처를 위로하는
한판 씻김굿, 「박씨전」
병자호란의 상처를 위로하는 여성 영웅의 이야기
「박씨전」은 병자호란(1636)을 배경으로 한 여성 영웅의 이야기로, 병자호란 과정에서 처참하게 유린당한 조선 백성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작품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런 전쟁으로 불리는 병자호란은 인조의 항복으로 끝을 맺는데, 그 과정에서 조선 백성들의 삶은 철저하게 유린당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사람만 50만 명이 넘습니다. 한마디로 병자호란은 조선 사회를 뿌리째 흔들어 버린 사건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병자호란이 임금과 양반 사대부들의 무능이 불러들인 전쟁이라는 것입니다. 명.청 교체기의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무시한 채, 사대주의와 명분론에 빠져 명나라만 바라보다 일어난 전쟁인 것입니다. 「박씨전」은 남자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박씨를 통해 남성 권력자들의 무능을 꾸짖으며 청나라에 짓밟힌 조선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습니다.
남녀 차별의 질곡에서 신음하던 조선 여성들의 문학적 해방구
「박씨전」은 「구운몽」, 「춘향전」 다음으로 이본이 많은 작품으로, 이본이 많다는 것은 독자층이 두텁고 인기가 매우 높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그 많은 이본 가운데 독자들이 가장 선호한 작품은 박씨의 영웅적인 면모가 부각되는 내용의 것이었다고 합니다. 여성 영웅에 대해 열광하는 독자는 같은 여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볼 때, 「박씨전」이 처음부터 순 한글로 창작되어 유통되었던 것도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남존여비 사상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성은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사회의 전면에 나서기 어려웠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어 「박씨전」 같은 여성 영웅 이야기가 탄생한 것입니다. 무능하고 유약한 양반 사대부들에 대한 원망과 남녀 차별의 질곡에서 신음하던 조선의 여성들에게 「박씨전」은 하나의 해방구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박씨전」의 또 다른 재미 - 거침없는 여성 캐릭터들
뭐니 뭐니 해도 「박씨전」의 재미는 여성 캐릭터들의 거침없는 말과 행동입니다. 박씨는 추한 외모 때문에 남편은 물론 시어머니와 종들한테까지 냉대를 당하지만 눈물을 짜내고만 있지 않습니다. ‘피화당’을 지어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고, 자신을 구박하던 집안사람들에게 신묘한 재주를 보여 만만치 않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킵니다. 무엇보다 박씨의 호쾌한 모습이 빛나는 부분은 허물을 벗고 미인으로 거듭났을 때입니다. 초당으로 찾아든 이시백을 꾸짖는 대목에서 독자들은 통쾌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박씨의 몸종인 계화의 활약도 눈부십니다. 우선 박씨의 환골탈태를 보러 온 귀족 부인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가 만만치 않습니다. 박씨를 대신해 도술을 보이는 이도 계화이고, 용울대의 목을 베는 이도 계화입니다. 몸종인 계화에게 이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부여한 창작자의 의도가 의미심장합니다. 청나라 자객인 기홍대는 또 어떠한가요? 미모와 학문이 출중하며 무예까지 통달한 인물입니다. 호국의 왕비 또한 앉아서 천 리, 서서 만 리를 보는 뛰어난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박씨전」의 여성 캐릭터들은 그 어떤 남성 캐릭터들보다 당당하고 기품이 넘쳐흐릅니다. 우리 고전 소설 가운데 이처럼 씩씩한 여성 캐릭터들이 여럿 등장하는 작품이 또 있었던가요? 이런 캐릭터 창조가 「박씨전」을 돋보이게 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고전의 맛을 더해 주는 그림과 정보 쌈지!
「박씨전」은 원전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쓴〈국어시간에 고전읽기〉의 네 번째 책입니다. 한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고전 소설을 쉽게 접하게 할지 고민하며, 낯설고 어려운 어휘는 쉽게, 긴 문장은 짧게 다듬고, 갖가지 유래는 맛깔스럽게 풀어내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고전의 맛을 더해 주는 그림과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익한 정보 쌈지, 그리고 ‘『박씨전』 깊이읽기’는 이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을 충분히 해결해 줄 것입니다.
신부 박씨의 얼굴은 참으로 볼만하였다. 얼굴빛은 검은 데다 온통 얽은 곰보딱지가 덕지덕지 맺혀 있었다. 눈은 달팽이 구멍 같고, 코는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 삐죽삐죽 솟은 험한 바위 같고, 이마는 넓게 벗어지고 툭 튀어나와 있었다. 머리털은 짧은 데다 더부룩하여 함부로 자란 쑥대밭 같고, 키는 팔척장신에 한쪽 팔은 길고 한쪽 팔은 짧았다.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할 얼굴이었다.
조선은 예의의 나라라 하였는데, 사람이 오륜을 모르면 어찌 예의를 알겠습니까. 낭군께서는 아내가 못생겼다 하여 수삼 년을 천대하였으니 부부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오. 인륜도 모르면서 어찌 덕을 알며 처자의 마음도 모르면서 나라를 위하는 일은 무슨 재주로 하리오. 앞으로는 부모께 효도를 다하고 수신제가부터 먼저 하소서. 첩은 비록 아녀자이나 낭군 같은 사내는 결코 부럽지 않소이다.
“이놈, 용울대야. 가련하고 불쌍하다. 네가 한 나라의 대장으로 남의 나라에 나왔다가 나 같은 연약한 여자에게 죽는구나. 너는 내 말을 명심하여 들어라. 너의 무도한 왕이 하늘을 어기고 외람되이 우리나라를 침범했다. 더구나 너 같이 어린것을 대장이라고 보냈으니 우습고 우습도다. 본래 죄는 너의 왕에게 있으니, 네 신세를 헤아리면 측은하기는 하나 어찌하랴. 네 목숨이 오늘 내 손에 달렸으니 용서하고 싶으나 천명이 그렇지 않구나. 부득이 오랑캐의 더러운 목에 옥 같은 내 칼을 주겠노라. 너는 무지한 놈이지만 하늘의 명이거니 생각하고 나를 원망치 마라!”
작가 소개
저자 : 장주식
서울교육대학교와 민족문화추진회(한국고전번역원) 국역연수원을 졸업했습니다. 동화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리운 매화향기≫ ≪토끼청설모 까치≫ ≪그해 여름의 복수≫ ≪순간들≫ 등 동화와 소설을 펴냈습니다. 고전연구와 강독도 진행하면서 ≪논어의 발견≫ ≪논어인문학 1, 2≫ 등의 책도 썼습니다. 현재는 <월간 어린이와 문학>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입니다. 또한 지난 해부터 강변에 집을 짓고 사는데, 여러 동물과 식물들 하고 친구가 되고 있는 중입니다.
목차
〈국어시간에 고전읽기〉를 펴내며 _ 8
『박씨전』을 읽기 전에 _ 10
이 상공과 박 처사가 만나 혼인을 정하다 _ 18
금강산에서 박씨가 시백과 혼례를 올리다 _ 26
전통 혼례 _ 복잡하고도 복잡하도다
구박 받는 박씨, 후원에 초당을 짓고 살다 _ 40
하룻밤에 조복을 짓고 천리마를 알아보다 _ 49
피화당에 나무를 심고 못가에서 연적을 얻다 _ 60
박씨, 허물을 벗고 본모습을 찾다 _ 74
미녀는 괴로워 _ 미인만 될 수 있다면
부인들과 놀며 신묘한 재주를 보이다 _ 92
시백은 벼슬이 올라 이름을 떨치고 이 상공 부부가 승천하다 _ 98
기홍대가 조선으로 나오니 박씨가 크게 꾸짖어 보내다 _ 108
병자호란 바로알기 _ 명분론이 불러들인 치욕스런 전쟁
호국이 군사를 크게 일으켜 조선을 짓밟다 _ 128
박씨가 피화당에서 용울대의 목을 베다 _ 139
용골대, 박씨 앞에 무릎 꿇다 _ 145
임경업이 눈물을 흘리고, 박씨 부부가 승천하다 _ 160
조선의 여성들 _ 사내로 태어났다면……
『박씨전』 깊이읽기 _ 171
『박씨전』을 읽고 나서 _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