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꿈꾸는 그림책 시리즈 2권. 192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은 역사책에서 하찮게 여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상이 바뀌면서 사라져버린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디테일에 치중하기보다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활기찬 그림 속에서,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힘찬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방이 잠들어 있는 깜깜한 새벽, 메리 스미스 부인은 딱총과 콩알들과 회중시계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이윽고 시내에 도착해서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딱총에 콩알을 집어넣고 훅 분다. 사람들이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가장 먼저 깨울 사람은 빵집 주인! 팅, 통 콩알이 날아가 빵집 유리창을 때린다.
전등불이 켜지고 빵집 주인이 하품을 쩍 하고 얼굴을 보여준다. 그 다음엔 열차 차장네 집 유리창을, 그 다음에는 세탁소 아주머니네 집 유리창을…. 창문을 열고 냉큼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 큰일난다. 꾸물거렸다가는 콩알에 얼굴을 맞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메리 스미스 부인은 런던 시내 사람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간다.
출판사 리뷰
시계가 귀했던 시절, 아이들은 어떻게 학교 갈 시간을 알았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아이들이 있겠지요. 책장에서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쓴 두툼한 역사책을 꺼내 팔랑팔랑 넘겨봅니다. 한쪽 귀퉁이의 조그만 글자까지 샅샅이 뒤져보아도 아이들의 호기심에 속 시원히 답해 줄 대목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1920년대 영국에서 자명종이라는 기계 시계가 할 일을 대신했던 메리 스미스라는 부인을 주목하여 기록으로 남긴 역사학자는 거의 없으니까요. 192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이 그림책은 역사책에서 하찮게 여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세상이 바뀌면서 사라져버린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하나씩 시계를 가질 수 없었던 시절, 영국에는 “잠깨우개”라는 별난 직업이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별난 직업들이 있었지요. 지금은 사라졌지만, 상수도 시설이 발달하기 전, 마을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팔았던 “물장수”라는 직업 같은 것입니다. 영국의 잠깨우개들은 시간에 맞춰 출근해야 하는 공장 노동자들이 많은 공업 도시에서 주로 활동했습니다. 한 주일에 푼돈 얼마씩 받고 하는 그 일은 대개 노인이나 여자들이 도맡아 했지만, 잠깨우개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을 만큼 중요한 직업이었습니다.
틱, 톡, 콩알 소리와 함께 활기찬 하루가 시작되다
사방이 잠들어 있는 깜깜한 새벽, 메리 스미스 부인은 딱총과 콩알들과 회중시계를 챙겨서 집을 나섭니다. 이윽고 시내에 도착해서 회중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딱총에 콩알을 집어넣고 훅 붑니다. 사람들이 아침을 거르고 출근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가장 먼저 깨울 사람은 빵집 주인! 팅, 통 콩알이 날아가 빵집 유리창을 때립니다. 전등불이 켜지고 빵집 주인이 하품을 쩍 하고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 다음엔 열차 차장네 집 유리창을, 그 다음에는 세탁소 아주머니네 집 유리창을…… 창문을 열고 냉큼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 큰일납니다. 메리 스미스 부인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테니까요. 꾸물거렸다가는 콩알에 얼굴을 맞을지도 몰라요. 시장님이라고 예외는 아니지요. 세상의 모든 잠꾸러기들은, 아침마다 잠깨우개 메리 스미스 부인에게 꼼짝도 못합니다. 메리 스미스 부인은 런던 시내 사람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 바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메리 스미스 부인의 어린 딸은 여태 일어나지 않고 침대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사람이 자명종을 대신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의 작가 앤드리어 어렌은 아마 어렸을 때, 학교 가라고, 어서 일어나라고 따르릉 울리는 자명종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뭉기적거리다가 엄마한테 혼이 난 기억을 더듬어서 이 그림책을 만든 것 같습니다. 네, 엄마가 야단치는 소리는 기계 따위인 자명종 소리보다 무섭지요. 수채화이면서도 인물과 배경을 시원스럽게 굵은 외곽선으로 표현한 그림은 메리스 스미스 부인의 씩씩한 활약상을 시원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잿빛에서 연자줏빛으로, 주홍빛으로, 마침내 파란빛으로 바뀌는 하늘을 배경으로 깨어나는 아침의 풍경도 대단히 역동적입니다. 디테일에 치중하기보다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활기찬 그림책에서,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힘찬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쉽고 간결한 시각 언어, 그림책의 문법을 만든 클래식 그림책들
지난 5월 8일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모리스 샌닥의 등장은, 그를 일컬어 “그림책의 멘토”라고 해도 될 만큼 후배 작가들 사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샌닥의 그림책을 보고 자란 세대인 앤드리어 어렌은 자신의 그림책 스타일에서 마치 샌닥의 그림책을 보는 것처럼 간결하고 과감한 시각 언어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최근 새로 출간되는 그림책들을 보면 개성 있는 시각 언어를 추구하는 그림책들이 많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져 보이는데, 이 그림책이 돋보이는 까닭은 무엇보다도, 그림책의 1차 독자인 어린 독자들과의 “소통”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최초로 책 읽는 즐거움을 주는, 앎의 기쁨을 주는 그림책의 힘이 얼마나 쉽고 단순한 시각 언어에서 출발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