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고(故) 박상륭 작가의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일곱번째 '문지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1986년 여름에 단권 활판(活版)으로 초판이 발행되어 당시 한국 문학계의 지축을 흔들었던 이 작품은 이후 21쇄까지 연이어 중쇄(重刷)하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신화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초판 발행 후 11년이 지난 1997년 여름에는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의 탄생과 함께 2판(전 2권)으로 발행되어 26쇄까지 중쇄함으로써 세기말의 한국 문학계에 여전히 '살아 있는 별'로 창작자와 독자 들의 문학적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다시, 초판 발행 이후 34년이 흐른 지금, <죽음의 한 연구>는 '문지클래식'이라는 당당한 출현과 함께, 오래 입어 해진 옷을 정갈히 갈아입고 3판(단권)으로 반듯이 제작되었다.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 가장 젊은 고전의 탄생!
충실한 원본 검증, 세련된 장정
문학과지성사가 펴내는 한국 현대문학 명작 시리즈
시대가 원하는 한국 현대소설 시리즈 <문지클래식>은 문학과지성사에서 간행한 도서 중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작품’들로 구성되었다. ‘고전classic’의 사전적 정의에 충실한 동시에 현 세대가 읽고도 그 깊이와 모던함에 신선한 충격을 받을 만한 시리즈이다. 한국전쟁 이후 사회의 모순과 폭력을 글로써 치열하게 살아내며, 한편으로 인간의 근원적 욕망과 인류사적 과제를 놀라운 감각으로 그려낸 한국 문학사의 문제작들이 한데 모였다. 의미적 측면뿐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폭넓은 독자들에게 깊이 사랑받으며 지금까지 중쇄를 거듭해온 문학과지성사의 수작들이다. 지난 20여 년간 간행되어온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도서 중 일부를 포함, 그간 우리 문학 토양을 단단하고 풍요롭게 다져온 작품들로 엄격한 정본 작업과 개정을 거쳐 세련된 장정으로 태어났다. 현대적 가치를 새롭게 새기고 젊은 독자들과 시간의 벽을 넘어 소통해낼 준비를 마친 <문지클래식>이 앞으로 우리 사회 가장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언어의 샘을 마련하리라 기대해본다.
한국 문학을 신화적 반열로 끌어올린 살아 있는 별!
한국 문학을 하는 창작자라면, 한국 문학을 읽는 독자라면, 적어도 한 번은 읽어야 할 고(故) 박상륭 작가의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가 일곱번째 ‘문지클래식’으로 출간되었다. 1986년 여름에 단권 활판(活版)으로 초판이 발행되어 당시 한국 문학계의 지축을 흔들었던 이 작품은 이후 21쇄까지 연이어 중쇄(重刷)하며 한국 문학의 지평을 신화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초판 발행 후 11년이 지난 1997년 여름에는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의 탄생과 함께 2판(전 2권)으로 발행되어 26쇄까지 중쇄함으로써 세기말의 한국 문학계에 여전히 ‘살아 있는 별’로 창작자와 독자 들의 문학적 세계관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다시, 초판 발행 이후 34년이 흐른 지금, 『죽음의 한 연구』는 ‘문지클래식’이라는 당당한 출현과 함께, 오래 입어 해진 옷을 정갈히 갈아입고 3판(단권)으로 반듯이 제작되었다. 이 작품이, 덜컹! 독자의 마음을 친 지 34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한 세대가 지난 오늘의 독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가리라 예상한다. 공교롭게도 3판까지 여름에 출간되었으니, 작품의 공간 배경인 ‘유리(里)’에서의 여름날 40일이 알지 못할 아득한 시간의 끈에 되감겨 있음에, 어쩌면 생과 죽음의 행방은 여름만 맴도는 순환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작품 속 한여름 ‘마른 늪’에서, 있을 리 만무한 물고기를 낚으려는 화자(話者)의 허망한 몸짓, 말짓, 마음짓 같은, 간절하고도 무모한 생의 욕망이 뜨거운 문학일 테니, 우연만은 아니리라.
박상륭의 문학은 무엇일까? 『죽음의 한 연구』를 가장 먼저, 가장 깊이 발견한 문학평론가 고(故) 김현의 말에 기댄다면, ‘한국 문학이 잃지 않은’ 문학이 아닐까. 세상이 지각 변동에 쓸리고 잠겨도, 아찔하게 솟은 암산으로 끝내 오른 지독한 창작 수행의 발자국이 아닐까. 『죽음의 한 연구』는 그중 가장 수려하여 찾는 이가 많은 봉오리가 아닐까. 그럼에도 이 작품은 가파르기에, 긴 호흡으로 읽기에 따르는 고통을 디뎌야만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마라톤의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처럼 이 명작은 동시에 ‘감동’이라는 ‘베타 엔돌핀’을 생성한다. 그 어귀마다 독자는 짠하고 먹먹하고 아름다운 낯선 세계를 만난다. 그렇게, 고통과 감동이 엮인 그곳, 유리(里)로 가는 길은 (작가 말을 빌리면) ‘앓음답다’. 그러니 독자는 헌 마음과 맨발만 챙겨 가면 된다, 작가가 이미 뜨겁게 새긴 발자국을 남겨놓았으니. 박상륭의 문학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읽거나 창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올라야 할 태산(泰山)이라는 것! 그곳에 잃지 않은 한국 문학이 있다.
드디어 나는, 죽음 위에 정박한 작은 배로구나. 죽음이여, 그러면 내게 오라. 내가 그대 위에 드리운 그늘을 온통 밤으로 덮어, 그 그늘의 작은 한 조각을 지워버리도록, 육중한 어둠이여, 이제는 오라, 까마귀들로 더불어, 그러면 오라.
공문(空門)의 안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바깥뜰에 있는 것도 아니어서, 수도도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살이의 정도에 들어선 것도 아니어서, 중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중(俗衆)도 아니어서, 그냥 걸사(乞士)라거나 돌팔이 중이라고 해야 할 것들 중의 어떤 것들은, 그 영봉을 구름에 머리 감기는 동녘 운산으로나, 사철 눈에 덮여 천년 동정스런 북녘 눈뫼로나, 미친년 오줌 누듯 여덟 달간이나 비가 내리지만 겨울 또한 혹독한 법 없는 서녘 비골로도 찾아가지만, 별로 찌는 듯한 더위는 아니라도 갈증이 계속되며 그늘도 또한 없고 해가 떠 있어도 그렇게 눈부신 법이 없는데다, 우계에는 안개비나 조금 오다 그친다는 남녘 유리(?里)로도 모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상륭
1940년에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서라벌예술대학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수학했다. 1963년에 단편소설 「아겔다마」로 사상계 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열명길』 『아겔다마』 『평심』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 『소설법』,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 『神을 죽인 자의 행로는 쓸쓸했도다』 『잡설품』, 산문집 『산해기』가 있다. 동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7월 1일에 일흔일곱을 일기로 타계했다.
목차
제1장
제1일/제2일/제3일/제4일/제5일/제6일/제7일/제8일/제9일
제2장
제10일/제11일/제12일/제13일/제14일
제3장
제15일/제16일/제17일/제18일/제19일/제20일/제21일/제22일
제4장
제23일/제24일/제25일/제26일/제27일/제28일/제29일/제30일/제31일/제32일/제33일
제5장
제34일/제35일/제36일/제37일/제38일/제39일/제4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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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 육조어론_김인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