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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작가 94 - 2026.봄
청색종이 | 부모님 |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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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작가회의의 문학 잡지 『내일을여는작가』 2026년 봄호(통권 94호)가 발간되었다. 이번 호는《매체는 문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라는 특집을 통해 기술매체 속에서 달라진 문학의 양상을 살펴본다.
지금 우리는 이미 편재적 환경으로서의 기술매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벤야민의 ‘경험 빈곤’에 대한 우려와 별도로, ‘매체환경’은 이미 우리의 경험이 되어 버렸고, 우리의 의식과 감성을 형성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봄호 기획 특집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시와 소설에 형상화되는 ‘시공간’의 구성과 인식, 감성은 과거와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그것은 자연환경으로서의 매체 알고리즘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최근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팬덤’과 아이돌의 세계는 취향의 공동체를 넘어 카리스마 리더십, 팬덤의 정치화, 미학적 감각의 분할과 정체성 정치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 SNS 기반의 새로운 웹진과 문학 매체는 대중스타 시인, 작가들을 출현시키면서 대중과의 소통을 넓히고 있는 한편, 문학 작품의 특성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백욱인의 「경험의 빈곤과 파괴적 야만인: 인공지능 시대의 작가」는 텅 빈 기호 체계 속에 갇힌 경험빈곤의 시대에 대응하는 네 가지 작가 유형을 제시한다. 활용과 협업, 도구의 노예, 일탈 등이 가능한 대응방식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진짜 ‘독립적 행위자로서의 인공 작가’에 맞설 ‘파괴적 야만인’으로서의 ‘작가’를 고대하는 백욱인의 희망은 비단 문학인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김미정의 「읽기와 몸/독서할 수 있는/없는 시대의 회로 속에서(2)」는 기술매체의 명료함과 쾌적한 시스템에 의해 구축된 ‘객관적 주체화’가 어떻게 새로운 신으로 등극하여 우리의 과거, 미래를 유형화하는지에 대해, 실종된 ‘아이러니’, ‘모호성’, ‘불편’ 등의 정동과 함께 살펴보고 있다. 황유지의 「미치도록 미치고 싶어서, 미치도록 미치지 못해서」는 최근 문학의 ‘팬덤 서사’를 다루고 있다. 김신식의 「어느 순자산 1분위 한국인의 문학매체론」은 ‘필사 열풍’과 미국의 ‘새드 걸 미학’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문학텍스트 자체에 몰두하기보다는,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위축된 청년들이 기분을 드러내기 위해 문학을 생활환경 콘셉트처럼 활용하는 ‘커스터마이징’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한다. 김상혁의 「읽히지 않는 시의 읽힘 정도」는 ‘시 인플루언서로서의 시인’을 집중 조명하면서 소비 대상으로서의 ‘시인’과 시 장르적 특성, 그리고 서로 다른 개성의 고선경과 유선혜의 시가 갖는 동시대적 의미와 ‘읽히는 정도로서의 시의 대중성과 매체의 접촉면’에 대해 의미 있는 논의를 펼친다. 이재용의 「평론가 G의 북튜브 몽상 분투기」는 ‘산업으로서의 문학’, ‘생산관계’, 매체와 굿즈 등 이론과 현실을 넘나들며 북튜버의 실제, 절망적인 독서율 실태, 그리고 이와 상반되는 현상으로서의 텍스트힙이 보여 주는 ‘다시, 읽기’의 가능성을 친화력 있는 문체로 써 내려가고 있다.
창작란도 풍성하다. 고영서, 김근, 문경수, 박남준, 박두규, 방성인, 이소연, 임재정, 한여진, 한연희 시인의 신작시와 문소이, 이서수 소설은 세대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가장 민감한 지점들에 대한 의미 있는 사유들을 보여 준다.
또한《작가의 작가》에서 정보라는 아르헨티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의 범죄소설을 통해 여성의 자리에 대한 흥미로운 서사를 소개한다. 가부장, 여성의 몸, 사랑 등이 ‘가족’이라는 공간 혹은 가치와 연루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은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다시 물어야 하는 중요한 지점임을 상기시킨다.
이번 호에는 제24회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수상자의 당선작과 소감, 심사평도 만날 수 있다. 시 부문 김재희는 “매우 안정적이고 차분한 호흡으로 선명하면서도 밀도 있는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소설 부문 홍해랑은 ‘혐오’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 준다. 수경의 동시는 세대 간 소통과 불소통의 경계지대에서 언어의 지시적 가치와 정서적 가치가 경합하는 풍경을 활기차고 유머러스한 대화로 펼쳐내고 있다. 이들 모두가 신인상의 자랑스런 역사를 더욱 굳건히 하는 성과일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단 하나의 영역, 즉 ‘살아 있음의 고통과 환희’를 직면하는 파괴적 야만인이 거대한 자동화 장치 속에서 걸어 나와 세상과 소통하며 문학의 숨통을 터 주어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가 만드는 ‘전자 양’의 꿈에서 깨어나, 거칠고 차가운 월든 숲으로 걸어 들어갈 시간이다.
-백욱인, 「경험의 빈곤과 파괴적 야만인: 인공지능 시대의 작가」

알고리즘으로 대변되는 명료함과 효율성의 시스템에게 이 세계의 복잡함은 일종의 노이즈로 간주될 것이다. ‘좋아요’, ‘싫어요’나 단 몇 개의 이모티콘으로 감정 표현이 축소된 세계, 또는 ‘불쾌하다’, ‘불편하다’ 같은 말이 대중적인 비평 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술어로 기능하는 것도 이런 우리의 ‘미디어된 신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김미정, 「읽기와 몸: 독서할 수 있는/없는 시대의 회로 속에서(2)」

오늘날 문학 작품을 필사한다는 건, 경구처럼 다가오는 문장으로 절단화·파편화하는 행위로만 규정할 수 없다. 개인이 지향하는 문화적 라이프 스타일과 그것에 영향받은 실내 환경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문학을 개인의 생활환경 콘셉트에 맞추는 커스터마이징 행위다.
-김신식, 「어느 순자산 1분위 한국인의 문학 매체론」

  목차

여는 글
매체의 마음 _ 정은경

기획 특집 : 매체는 문학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경험의 빈곤과 파괴적 야만인: 인공지능 시대의 작가 _ 백욱인
읽기와 몸: 독서할 수 있는/없는 시대의 회로 속에서(2) _ 김미정
미치도록 미치고 싶어서, 미치도록 미치지 못해서 _ 황유지
읽히지 않는 시의 읽힘 정도 _ 김상혁
어느 순자산 1분위 한국인의 문학 매체론 _ 김신식
평론가 G의 북튜브 몽상 분투기 _ 이재용


마늘 한 접 _ 고영서
빌리지 _ 김근
아무것도 해결된 건 없다 _ 문경수
가장 진지한 고백이 희미해져서야 _ 박남준
서울 나들이 _ 박두규
파이프라인 _ 방성인
수증기 _ 이소연
벽에서 비롯된 이야기 _ 임재정
구술 채집 _ 한여진
뒷면을 보려는 시도 _ 한연희

소설
빙렬 _ 문소이
깃털 줍기 _ 이서수

보통의 독자
시 리뷰 : 비극적 아름다움의 서정과 끈적한 물질의 언어들 _ 김정현
소설 리뷰1 : 반복하는 문학 _ 박다솜
소설 리뷰2 : 20세기 디아스포라의 침목에서 듣는 소년과 타인의 심장 소리 _ 정은경
논픽션 리뷰 : 느리지만 존재하는 목소리 _ 김꽃비

작가의 작가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_ 정보라

걷는 문학
우리는 같은 통점이 된다 _ 신헤아림
동인 활동의 전망과 우리가 만들어 가는 문학의 미래 _ 문학동인 공통점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심사평

『내일을여는작가』 신인상 수상작

시 부문 「수복」 외 4편 _ 김재희
소설 부문 「복」 _ 홍해랑
아동문학(동시) 부문 「할머니, 무말랭이 드세요」 외 4편 _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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