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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 대정전 후 두 시간
해피북스투유 | 부모님 | 2020.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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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88만원 세대>, <민주주의는 회사 문 앞에서 멈춘다> 등 사회적 동력과 연대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면서도, 오랫동안 국가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모피아'의 실체를 고발한 소설 <모피아>의 작가로도 유명한 우석훈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한전 본사가 있는 나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국 대정전'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규모 소요 사태를 예상한 청와대는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 제주도로 피신했고, 전국 지자체 지휘부들은 각자 끊어진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한다. 하지만 지진과 함께 중앙급전소가 붕괴하면서, 전국 각 시.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고립되어간다.

한편, 대규모 정전 사태를 예감하고 비상시 대책 방안을 마련해왔던 서울시는 아직 대부분의 설비가 살아 있는 마포 당인리 발전소에 비상대책본부를 마련하고, 전국에 전기 공급을 재개하기 위한 첫 번째 작전이 송도, 목동, 당인리의 송전 라인을 복구하는 '대한민국 파워 리부팅'을 전개하는데…….

  출판사 리뷰

만일, ‘전국 대정전’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 우리 주위에 가득하다!

‘전국 대정전’이란, 행정용어로는 ‘전계통 정전’, 조금 쉽게 설명하자면 대한민국 전역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을 말한다. 만약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전기가 다시 공급되는 데는 얼마나 걸리나? 이 부분에서 작가의 말을 조금 인용하자면, 한마디로 “답 없다, 복구 불가능하다”.
《당인리: 대정전 후 두 시간》은 대한민국에서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재난 중 가장 절망적인 상황을 예견하고 쓴 작품이다. 국가별로 전기를 송전 또는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유럽이나, 전기 생산과 공급의 지자체별 자급이 가능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중앙 집중형 시스템이기 때문에, 한국전력공사 본사가 있는 나주에 지진 등의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대한민국 전체 전기가 꺼지는 재앙이 벌어진다. 작가는 이러한 재난 상황 속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의 무기력함과, 언제나 그랬듯이 이를 극복하려는 시민 개개인의 노력을 적나라하게 또는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마치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과 연대가 그러하듯이, 이 소설에서도 분노와 위로가 동시에 그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은 여전히 안타깝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정전의 후폭풍
대한민국을 떠받치는 모든 시스템의 붕괴

한전 본사가 있는 나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고, 동시에 중앙급전소가 붕괴되면서 대한민국 전역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잠시 정전이 된 것이고, 몇 분 후면 다시 불이 들어올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미리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정부는 아무런 대비책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오히려 대규모 소요 사태를 예상하고, 현재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는 제주도로 급히 탈출했다.
전기가 끊어지자, 통신이 단절됐고, 각 시?도별 지자체는 중앙과 분리된 채 고립되었다. 신호등이 꺼지자, 도로는 마비되었고, 사람들은 도로에 차를 버려둔 채 집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춰 고층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에 초 등을 이용해 불을 밝히다 화재로 이어졌다.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펌프에 전기 공급이 끊어진 소화전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재난 주관 방송국은 갑자기 끊어진 전기에 방송을 송출할 수 없었고, 사람들은 현 재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일상 곳곳에 버려졌다.
단순히 전기가 끊어진 상황이 아니라, 모든 시스템이 멈추고 붕괴된다. ‘전계통 정전’이라는 용어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경험이 만들어낸 상상 가능한 공포
당인리는 우리가 바란 희망에 가장 가까운 공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인근에 위치한 당인리 발전소는 실제로 존재하는 시설이다. 작가는 이곳을 거점으로 삼고, 모든 기능이 꺼져버린 대한민국을 깨우는 작전을 설계한다. 송도의 LNG 기지와 목동의 열병합발전소 그리고 당인리 발전소의 송전 라인을 복구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단계다.
실제로 작가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근무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국책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때문에 이 절망적 재난 상황을 먼저 상상할 수 있었고, 그에 대한 대비책 그리고 복구와 회복에 대한 희망을 소설에 기대 서술할 수 있었다. 또한, 당인리 발전소에 모여 ‘대한민국 리부팅’을 위해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인 소설 속 이현주, 강선아, 하누리, 신동호, 한정건 등은 작가가 바라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리와 함께 모든 재난을 극복해나갈 가족이자, 동료, 국가의 모습일 것이다. 이 소설이 좀 더 많은 독자의 공감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작가가 바란 희망과 연대가 보다 명확한 실체가 되어간다는 증거가 아닐까.

“예비력 24만 킬로, 예비율 0.35퍼센트입니다. 헤르츠 59.8, 마지막 순간입니다. 59헤르츠 밑으로 내려가면 계통 탈락 위기입니다.”
최철규의 목소리가 다시 침착해졌다.
“자, 시스템 수동으로 전환하고, 전력 부하 많은 순서대로 끈다. 실시!”
“여의도, 강남, 서초, 종로, 이런 데가 서울에서 지금 부하 높은 곳들입니다. 이 순서대로 다운 들어가면 되나요?”
최철규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그도 최악의 상황을 결심한 것 같았다.
“들어가. 나중에 말 나오지 않게 전기 많이 쓰는 순서대로, 30분씩 정전! 순환정전 실시!”
거의 마지막 순간인데도, 실무자들 역시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냥 병원도 끄고, 군부대도 끕니까?”
“지금 우리 배전 시스템상, 건물별로 골라서 끌 수가 없어. 우리가 무슨 ‘스마트 그리드’야? 당장 통으로 내려. 지체하면 전체 다운이야. 내가 책임져. 실시!”
한국 근현대사에서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던 순환정전 지시가 그렇게 최철규 전력거래소 상황실장의 판단하에 진행되었다. 실무 오퍼레이터들이 지역별로 정전을 시키기 직전에 마지막 추가 지시가 내려졌다.

“정 본부장님, 이거 진짜로 하면 우린 다 잘려요. 말이 좋아 중부발전이지, 우린 그냥 한전 자회사, 따까리예요. 우리 회사 주주총회에 산업부 사무관 한 명, 한전 기획실장, 그렇게 달랑 두 명이 대주주 대표로 들어와요. 한전이 싫어할 일 했다가는, 그냥 아작나요. 우리 회사 최대 주주는 정부와 한전입니다. 만약에 이걸 한다면 진짜로 목 걸고 하는 건데, 서울시의 최종 목표가 뭐죠? 우리도 뭔지나 알고 목숨을 걸어야 할 거 아녜요.”
정성진이 최철규의 얼굴을 힐끗 봤다. 당황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정성진은 크게 숨을 한 번 쉬고, 작은 보고서 하나를 흔들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100퍼센트는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자립할 수 있는 도시가 되는 게 서울시의 최종 목표입니다. 뭐, ‘지속가능한 도시’, 21세기 모든 도시의 꿈이겠죠. 거기까지 가기 전에 에너지 자립부터 하자, 이런 말입니다. 서울시 구청별로 하나씩 자기네 수요 감당할 수 있는 LNG 발전소를 만들면 전부 25개가 됩니다. 그 정도면 외부에서 전기 안 받고 자립할 수 있죠. 이 보고서 원저자가 바로 여러분들의 상사이신 한정건 처장입니다. 이거다 싶었습니다. 나중에는 이 LNG 발전소들을 관리할 서울시 자체 전력거래소도 만들고. 물론 이제 겨우 당인리와 목동 열병합 정도 확보한 거라서, 아직 기본 계획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닙니다. 이 대리가 최종 목표 물어보시니까, 저희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서울시 문제는 서울시 국감에서 따로 얘기할 테지만, 여기서 이건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전력 시스템이 불안하다느니, 블랙아웃이 와서 전국적 정전이 올 수도 있다, 이런 게 일상 생활하는 국민들에게 얼마나 큰 불안감이고 협박인지, 본부장 당신은 알 거 아냐?”
민기식의 발언이 이준원을 향했다. 그렇지만 피감기관 간부가 괜히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더더욱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준원은 버텼다. 민기식의 말은 점점 더 강해지고, 도끼처럼 공기를 갈랐다.
“본부장! 서울시장이 나중에 대통령 되면 청와대에 한자리 챙겨준다고 합디까? 공기업이면 공기업답게 품위와 공정성을 지켜야지, 어디서 대선판에나 기웃거리고 다녀? 이러라고 국민들이 당신들 연봉 챙겨주고 있는 건 줄 알아요?”
극심한 모멸감에도 사장은 호흡을 가다듬어보려 했지만, 되레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사고 발생부터 전계통 정전, 블랙아웃까지 대략 8초에서 20초 걸립니다. 그 순간에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당연히 비상시의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는 게 서울에 있는 전기 생산자가 국민 안전을 위해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의원회관 내에서 독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최세경이 책상을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외치기 시작했다.
“어이, 사장 양반. 그건 정부인 산업부, 국회의 우리 산업자원위원회가 할 일이야. 어서 한전 발전 자회사 따위가 끼어들어 국가 안전을 따져. 당신 돈 거 아냐? 이러니까 당신들이 정치권에 줄 대고 있는 거 아니냐고 지금 동료 의원들이 지적하는 거 아냐? 말 나온 김에 더 따져볼까? 당신들, 결국 LNG 쪽 사람들 아냐. 블랙아웃이니 태양광이니 분산형이니 어쩌구 하면서 원전이 위험할지도 몰라요, 이거 위험해요, 국민들 협박하는 거 아냐? 안전, 안전, 그러면서 결국 내셔널시큐러티, 바로 국가안보를 위험하게 만드는 거라고, 지금! 국민 안전? 웃기고 있네. 결국은 원전 없애고 자기들 자리 더 늘리겠다는 자리싸움 하는 거 아냐? 내 이 건, 한전 사장이랑 서울시장한테 꼭 따져 물어야겠어. 옛날 같았으면, 이건 한성판윤 역모야, 역모! 이것들이 아주 놀구 자빠졌어.”

  작가 소개

지은이 : 우석훈
프랑스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대 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에서 일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역임했다.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글쓰기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88만원 세대》, 《불황 10년》, 《연봉은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등이 있다.

  목차

1장: 행복과 희망은 같이 다니지 않는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요?
2019년 여름 _너, 너무 많이 놀았다
보령의 여름 저녁 _우리, 당인리, 같이 가자!
2011년 9월 15일, 삼성동 전력거래소 5층 계통상황실 _모든 것의 시작
보령 직원아파트 _세영의 어느 하루
중부발전 보령 본사 _잘 좀 부탁드립니다
청와대 행정동 회의실 _개나 소나 말이나
주코쿠 전력과 히로시마 원폭병원 _괜찮아질 거예요

2장: 세상은 어지간해서 좋아지지 않는다
세상이 좋아질 것을 믿나요?
2019년 8월, 중앙과 지방 _중앙 나주, 지방 마포
당인리팀 보강 작업 _별 인기 없는 특별팀
당인리에서 목동까지 _우리도 좀 묻어가자
토정로 56 _엇갈리는 운명의 두 남자, 만나다
거짓말쟁이 여직원 _너한테 믿으라고 한 적 없다
미세먼지의 계절 _자기, 여기서 우리 일 얘기는 말자
청와대 근처 일식집 _내셔널시큐러티, 알또 못해!
국감장 _거의 아트에 가까운 화려한 퍼포먼스
다시 보령 _애들은 또 키우면 돼
첫눈 내리는 밤 _괜찮아, 괜찮아

3장: 그날, 기다려도 전기는 오지 않는다
아내가 가장 아름답던 순간
그날 _말 잘 듣는 사람들의 공화국
당인리 계통 탈락 _퍼펙트 스톰에 대처하는 법
청와대 행정 지침 _젠장, 미치겠네
당인리 오퍼레이팅룸 _블랙스타트, 우리가 움직이면, 그게 행정이야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오퍼레이팅룸 _똥바가지를 뒤집어쓰다

4장: 새로운 역사는 로컬에서
아주 특이한 날의 귀가 _거대한 ‘단디길’
서울시 정전종합대책본부 _서울 로컬 지휘부, 아직은 살아 있다
당인리 계통실 발진 _너희들은 너무 정치적이야
보령 비상대책본부 _비가역적 변화의 시간들
저녁 7시, 서울 거리 _정전 네 시간째
부탄발전기와 홈젠24 _지금은 병원에 못 가요
제주도 청와대 임시집무실 _이제 뭐 하지?
아파트 타워스 _일상의 전복

5장: 중앙정부 시설물 탈취
커티샥 좋아하는 심 여사 _남편이 이렇게 순하던지
당인 2호 발진 준비 _중앙정부 시설물 탈취 모의
제주도 화력발전 사무실 _우리 좀 돕고 살자!
영광의 원전과 낚시용 발전기 _워매, 이건 또 뭐여?
당인리 계통실 _자, 저는 결정했어요
당인리 지하 발전시설 _훈장은 쟤들이 받아야지
당인리 오퍼레이팅룸 _블랙스타트의 날
임시대피소, 초등학교 교정 _물론, 몰라도 된다
목동 서울시청 종합지휘본부 _비상계획 2 ‘리부팅’

6장: 각자도생, 로컬에서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순간
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 _언니가 홍해의 기적을 보여줄게
초등학교 교정 _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여의도, KBS 사장실 _누구 지금 상황 아는 사람?
당인리 _안녕들 하신가?
당인리 _길은 있는가
수색역 부근 _누가 이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가
당인리, 처장실 _레드퀸의 딜레마, 달리지 않으면 서 있을 수도 없다
제주도 청와대 임시집무실 _우리는 내일 무조건 서울로 간다
당인리 _한강은 노을이 참 예뻐

7장: 대한민국 파워 리부팅 1
현주네 집 _안 되겠다, 병원 가야겠다
제주발전본부 _팀장님, 빨리 떠나세요
보령 발전소 _이 나라를 깨웁시다!
태안 발전소 _너, 왜 이러냐?
당인리 _당인 3호 발진
보령, 송전 시작 _길고 긴 하루가 시작된다
당인리 _애가 아파요, 끄면 안 돼요
서울시장 기자회견 _우리 같이 삽시다

8장: 대한민국 파워 리부팅 2
현주네 집 _홈젠24
당인리 _차 키들 좀 주라
당인리 _버텨야 한다!
당인리 _4시가 넘었어!
당인리 _홍대 앞의 탱크들
당인리 _일동, 동작 그만!
청와대 작은 회의실 _끝이 좋으면 다 좋다
청와대 기자회견실 _여러분, 모두 안녕
면회실 _산 사람은 살아야지

에필로그 _세영의 인터뷰를 마치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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