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1995년 3월 20일, 도쿄의 지하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지하철 구내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옴진리교 사건
그 피해자들을 일 년여에 걸쳐 취재한 현대 기록문학의 걸작!
1990년대 일본에 큰 충격을 던져준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사건을 다룬 무라카미 하루키의 르포르타주. 당시 사린사건의 피해자를 하루키가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이 작품은 하루키가 스스로 자기 문학의 터닝 포인트라고 부를 만큼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아무 예고 없이 닥친 재앙에 갑자기 노출되어버린 보통사람들의 담담하고도 충격적인 회상과 고백이, 압도적인 분량만큼이나 거대한 울림을 전한다.
때는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아직 바람이 차가워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다. 어제는 일요일, 내일은 춘분 휴일, 즉 연휴의 한가운데다. 어떤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당신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역으로 간다. 그리고 늘 그렇듯 붐비는 전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찌르기 전까지는…….
하루키는 지하철 사린사건의 구체적인 배경과 사회적인 영향을 분석적으로 파헤치려 하지 않고,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춰, 사건이 일어난 시각 전까지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던 그날 아침의 정경 속으로 읽는 이를 자연스럽게 데려간다. 피해자들의 성장 배경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명사화되었던 그들 하나하나에게 생명의 불어넣고 원래의 인격을 되살려낸다. 얼굴 없는 존재였던 그들이 하나둘씩 모여 만들어내는 묵직하고도 호소력 있는 울림을 마지막으로 접하면, 하루키가 왜 자신의 전문분야인 소설이 아닌 인터뷰라는 낯선 형식으로 옴진리교 사린사건을 그려내려 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리뷰
지하철 구내에 사린가스를 살포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옴진리교 사건
그 피해자들을 일 년여에 걸쳐 취재한 현대 기록문학의 걸작
때는 월요일. 활짝 갠 초봄의 아침. 아직 바람이 차가워 오가는 행인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다. 어제는 일요일, 내일은 춘분 휴일, 즉 연휴의 한가운데다. 어떤 사람은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러 사정상 당신은 쉴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신은 여느 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세수를 한 다음, 아침을 먹고 옷을 입고 역으로 간다. 그리고 늘 그렇듯 붐비는 전차를 타고 회사로 향한다. 여느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아침이었다. 딱히 다른 날과 구분할 필요도 없는 당신의 인생 속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변장한 다섯 명의 남자가 그라인더로 뾰족하게 간 우산 끝으로, 묘한 액체가 든 비닐봉지를 콕 찌르기 전까지는……
_『언더그라운드』에서
도쿄 지하철 사린사건은 1995년 3월 20일 오전 8시경, 도쿄 중심부를 통과하는 지하철 마루노우치 선, 히비야 선, 지요다 선의 총 5개 차량에 중추신경계를 손상시키는 치명적인 화학물질 사린이 살포되어 12명이 사망하고 5천여 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대도시 지하에 거미줄처럼 얽혀 매일 수백만 명의 사람을 수송하며 시민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이 순식간에 유독가스를 고속으로 퍼뜨리는 ‘지옥의 전차’로 변해버린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로 불리던 일본에서, 그것도 평일 출근시간 도쿄 한복판에서 화학병기를 사용한 테러사건이 일어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으며, 더욱이 불특정 다수의 일반시민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했다는 사실은 당시 일본인에게는 물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건 이틀 후 경찰은 신흥종교 단체 옴진리교에 강제수색을 실시해 용의자들을 체포했고, 사건이 진상은 이미 사카모토 변호사 일가족 살해사건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는 옴진리교 교단이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대형 테러사건을 일으킨 것으로 판명되었다. 후에 옛 신도들과 사린사건에 관여했던 이들의 진술을 통해 옴진리교 교단 내의 생활과 각종 범죄 계획들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번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다. 2006년 교주 아사하라 쇼코에게 최종 사형판결이 내려졌고, 끝내 체포되지 않은 두 명의 용의자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는 상태다.
1990년대 일본을 뒤흔든 옴진리교의 진실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추적한다!
지하철 사린사건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이고 도망쳤다가 잡힌 사형수 하야시 야스오는, 별것 아닌 이유로 옴진리교에 들어가 세뇌를 당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극히 보통사람인 그가 흐름에 뒤엉켜 무거운 죄를 저지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사형수가 된 것이다. 달의 뒷면에 혼자 남겨진 듯한 그런 공포를 마치 내 이야기인 것처럼 상상하면서, 그 상황의 의미를 몇 년이나 계속 생각했다. 그것이 『1Q84』의 출발점이 됐다.
_요미우리신문 인터뷰 중에서
당시 미국 생활중이었던 무라카미 하루키는 잠시 일본에 귀국해 있던 상태에서 사건을 접했고, 어느 날 잡지에 실린 피해자 가족의 인터뷰를 읽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지하철 사린사건을 다룬 책을 쓸 결심을 했다고 말한다. 『언더그라운드』를 완성하기 위해 1996년 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일 년여 동안 이루어진 인터뷰와 취재 작업은, 일단 신문이나 잡지 지상에 이름이 밝혀진 700여 명의 피해자 리스트를 작성한 후, 신원이 파악된 140여명에게 연락을 취해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건의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이미 각종 매스컴에 시달릴 대로 시달린 피해자들은 좀처럼 인터뷰에 응하려 하지 않았고, 응한 후에도 내용 변경이나 삭제를 요청하는 등 여러 애로사항이 꼬리를 물었다. 결국 피해자의 가족과 의료 관계자 등을 포함한 62명의 증언이 최종적으로 책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은 길을 걷는 것 자체가 두렵습니다.
_다카쓰키 도모코(당시 26세)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우유를 샀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_사카타 고이치(당시 50세)
처음에 머리에 떠오른 것은 ‘오늘은 학교에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_다케다 유스케(당시 15세)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지하철 사린사건의 구체적인 배경과 사회적인 영향을 분석적으로 파헤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물론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뒷이야기를 캐내는 일반 매스컴의 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대신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춰, 사건이 일어난 시각 전까지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던 그날 아침의 정경 속으로 읽는 이를 자연스럽게 데려간다.
본격적으로 사린사건을 회상하기 전까지 길고 자세하게 이어지는 피해자들의 성장 배경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여타 보도에서 단순히 ‘피해자’라는 이름으로 명사화되었던 그들 하나하나에게 생명의 불어넣고 원래의 인격을 되살려낸다. 거의 날것 그대로 활자화된 인터뷰 내용은 때때로 동어반복으로 읽히기도 하나, 그들이 공통적으로 겪은, 아마도 그들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이었을 사건을 떠올리며 내뱉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어느새 퍼즐조각처럼 한데 모여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데 이른다. 얼굴 없는 존재였던 그들이 하나둘씩 모여 만들어내는 묵직하고도 호소력 있는 울림을 마지막으로 접하면, 하루키가 왜 자신의 전문분야인 소설이 아닌 인터뷰라는 낯선 형식으로 옴진리교 사린사건을 그려내려 했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되도록 고정된 도식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날 아침 지하철을 타고 있던 한 사람 한 사람의 승객들에게도 개성적인 얼굴이 있고, 생활이 있고, 인생이 있고, 가족이 있고, 기쁨이 있고, 갈등이 있고, 드라마가 있고, 모순과 딜레마가 있고, 그것들을 종합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없을 리가 없다. 그 사람이 다름아닌 당신이며 나이기 때문이다.
_『언더그라운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왜 『1Q84』를 쓰게 되었는가?
거짓 같은 사실을 기록한, 하루키 문학의 일대 터닝 포인트!
『언더그라운드』가 발간된 지 일 년여 후, 하루키는 다시 같은 방식으로 옴진리교 관계자를 취재해 「포스트 언더그라운드」라는 제목의 연재를 시작한다. 현대사회의 병폐가 낳은 괴물로 인식되는 옴진리교의 실체와, 그것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의 어두운 이면을, 우리는 단지 악으로만 규정할 수 있는 걸까? 8명의 옴진리교 신자 및 옛 신자, 그리고 저명한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와의 두 차례에 걸친 대담으로 이루어진 『약속된 장소에서』는 그런 의문에 대한 유효한 답을 제시한다.
나는 그들 모두에게 “당신은 옴진리교에 입신한 것을 후회합니까?”라고 질문해봤다. 그들 거의 대부분은 입을 모아, “아니, 후회하진 않는다. 그것이 허송세월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것은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현세에서는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순수한 가치가 분명히 거기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악몽으로 전환해버렸다고 해도 그 빛이 내뿜는 눈부시고 따뜻한 초창기의 기억은 지금도 그들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그것은 다른 뭔가로 쉽게 대체될 수 없기 때문이다.
_『약속된 장소에서』에서
『약속된 장소에서』는 사린사건을 바라보는 반대편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이제껏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해왔던 ‘피해자=가해자’라는 단순한 도식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하루키는 『언더그라운드』 후기에서 독극물 테러라는 범죄를 저지른 옴진리교 교단을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괴물 ‘야미쿠로’에 빗대기도 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관련 인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작업을 통해 그 육성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그들이 결코 절대악적인 존재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적으로 보면 그들 대다수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예민하고 사유적인 면모를 가진 사람들이었으며, 성인이 된 후에도 자신의 존재와 사회에 대해 진지한 의문과 고민을 계속해온 그들에게 때마침 옴진리교가 평온에 이르는 길을 제시했던 것이다. 옴진리교 신자 중 의사와 변호사 등 소위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 많았다는 사실 역시 사회가 채 달성하지 못한 어떤 역할을 옴진리교가 해냈다는 반증이다. 결국 피해자들을 전부 뭉뚱그려 하나의 존재로 볼 수 없듯이, 가해자 측으로 보이는 그들 역시 개개의 인격과 사연을 지닌 것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측면에서 다시금 이 사건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약속된 장소에서』로 이어진 이 년여 간의 길고도 지난한 작업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여러 모로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사회의 윤리, 선과 악을 규명하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화두가 크게 대두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문은 이후 발표한 장편소설 『1Q84』에 고스란히 투영되었고, 작품에 등장하는 신흥종교 단체 ‘선구’와 ‘리더’는 여러 모로 옴진리교 교단과 아사하라 쇼코를 떠올리게 하는 묘사로 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되었다. 또한 그는 단순히 내용적 구상뿐 아니라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낸 중견작가로서의 정체성과 포지션을 재확인하는 데에도 이 작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두 작품에서 동시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필력과 사회현상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현대판 기록문학으로서의 가치 등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달성한 또하나의 문학적 성취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십오 년 전이라면 예루살렘상 수상을 거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내 안에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느끼게 된 건 아무래도 『언더그라운드』를 쓴 이후부터죠. 그 작업을 마치고 난 뒤, 내가 해야 하고 떠맡아야 하는 일은, 비록 좋아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기분이 내키지 않아도 어느 정도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생각하는 사람〉 인터뷰 중에서
작가 소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 (村上 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고, 1982년 첫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하였다. 1987년에 『상실의 시대』를 발표, 일본에서만 약 430만 부가 팔리며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외에도 『어둠의 저편』 『렉싱턴의 유령』 『도쿄 기담집』 『먼 북소리』 『슬픈 외국어』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역자 : 양억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 경제학부 박사 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Blu』『모방범』『탐정 갈릴레오』『예지몽』『한밤중에 행진』 『우리가 좋아했던 것』『프리즌 호텔』『중력 삐에로』『칠드런』『러시 라이프』『들돼지를 프로듀스』『스피드』『남자의 후반생』『플라이 대디 플라이』『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등이 있다.
목차
머리말
지요다 선
이즈미 기요카
유아사 마사루
미야타 미노루
도요타 도시아키
노자키 아키코
다카쓰키 도모코
이즈쓰 미쓰테루
가자구치 아야
소노 히데키
정신과 의사 나카노 간조
마루오누치 선(오기쿠보 행)
아리마 미쓰오
오하시 겐지(1)
오하시 겐지(2)
이나가와 소이치
니시무라 스미오
사카타 고이치
아카시 다쓰오
아카시 시즈코
변호사 나카무라 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