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세상이 늘 행복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아빠 차가 사고를 당한 날, 수술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어요. 아빠는 나오지 않았어요. 그날 이후, 엄마는 바빠졌고 나는 혼자서 밥을 먹고 목욕을 해요. 밤에는 늦도록 엄마를 기다리다가 잠이 듭니다. 어느 날, 풍선이 가득한 꿈을 꾸었지요. 엄마와 아빠와 내가 있었어요. 정말 멋진 꿈이었는데……. 자고 일어나
니 이불이 젖어 있었어요. 엄마는 나를 혼내지 않았어요. 대신“괜찮아”라고 했어요. 함께 산을 오른 날, 둘이 씩씩하게 살기로 다짐했어요. 그날 이후 나는 혼자서 밥도 먹고 설거지도 해요. 엄마도 운전을 시작했고, 망치질도 잘하지요. 오늘은 아빠 사진을 걸었어요. 사진 속 아빠가 웃고 있어요. 나도 아빠를 보며 웃어요. 나는 씩씩해요.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경험하는 그림책지난해 교통사고로만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졌다고 합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내는 일은 큰 상처로 남습니다. 어린아이일수록 상당한 혼란과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데, 이러한 절망과 슬픔이 그저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히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슬픔을 삼키지 말고 드러내며, 여전히 열려 있지만 빛깔이 다른 세상 속으로 한걸음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찾는 일일 겁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데에 도움을 얻는 일이 중요할 겁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바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 특히 부모의 죽음 이후 뒤에 남은 아이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나“씩씩해요”라고 말하는 제목이 아이가 치유의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온 걸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이제 씩씩할 거예요”라는 말에 더 가깝습니다. 아직은 온전히 씩씩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고 싶은 아이의 작은 다짐. 여전히 진행
중일, 또한 문득문득 아이를 덮칠 상실의 날들 가운데서 그래도 마음을 다잡고 한 발 한 발 낯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한 단면을 담았습니다.
이 그림책은 사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것이지만, 나아가 가족을 잃은 슬픔을 함께 경험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한 친구들의 행동과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 작은 보탬이 될 것입니다. 막연히 안쓰러운 마음이나 반대로 잘못된 비교로 인한 우월감, 만족하는 태도를 버리고 친구의 슬픔을 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세상은 늘 행복한 것이 아니라 기쁨도 슬픔도 어려움도 함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모두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그림책, 씩씩하고자 애쓰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그림책,『 씩씩해요』입니다.
슬픔이 울음마저 삼켜버린 날, 그 날 이후이 그림책 속의 아이는 사고로 아빠를 잃었습니다. 아빠의 빈자리는 너무나 큽니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일터로 가고, 아이 혼자 밥을 먹는 식탁은 휑하니 넓지요. 하지만 아이는 아빠가 없어서 슬프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눈물을 보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혼자 하는 목욕은 힘들”다고,“ 아빠없이 타는 그네는 더 이상 흥이 나지 않”는다고 말할 뿐입니다. 느닷없이 닥친 슬픔에, 저항도 좌절도 잊은 채 멍하니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실 가족의 죽음을 당한 이들에게 충분히 슬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것이 서둘러 슬픈 마음을 닫는 것보다 이후의 삶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애도할 시간을 충분히 갖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 책의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엄마는 직장을 새로 구해야 했고, 아이는 늦은 밤에도 홀로 일터에서 돌아올 엄마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빠 없는 현실을 살아가야 했던 아이는 꿈속에서 죽은 아빠를 만납니다. 이 꿈속에서는 다양한 색깔들이 존재합니다. 그림책을 면밀히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이의 감정 변화나 사건의 흐름이 색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빠를 잃은 후 아이의 삶은 자기 색깔을 잃어버린 삶으로 표현되어 있지요. 아이나, 아이가 살고 있는 환경이 죽음의 정서에 압도되고 휩싸인 그런 세상이었습니다. 자기의 감정과 목소리를 내지 않고 그저 주어진 생활에 자신이 스미도록 하였기에, 아이의 몸도 배경 위에 그려진 하나의 선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그렇게 고요하고 적막했던 세상이 꿈속에서 온갖 색색의 풍선에 둘러싸여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달라집니다. 먼저 아이는 꿈을 통해 아빠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꿈을 꾸면서 아이는 아빠를 떠나보내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오줌을 쌉니다. 마음의 긴장을 해소하며 아이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자기 감정을 흘려 내보낸 것이지요. 아이로서는 아빠의 죽음에 대한 진정한 애도의 표현이었을 겁니다.
엄마와 나, 남은 두 사람이 만드는 새로운 가정그렇게 아빠의 꿈을 꾸면서 감정이 해소되고 아이와, 아이가 보는 세상은 색깔을 되찾게 됩니다. 이불에 오줌을 싼 것에 대해 엄마가 괜찮다고 토닥이며 관계를 회복하는 장면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색을 비워냅니다. 엄마와의 등산을 통해 아빠의 꿈을 현실화하며 다시 제 색을 찾아가게 되지요. 아이의 생활은 달라졌습니다.“ 괜찮아졌어요”,“ 잘 해낼 거예요”라는 말은 변화된 삶을 암시합니다. 아빠는 없지만 다시 이전의 삶의 모습으로 돌아간, 아니 다른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독자에게도 작은 희망의 느낌을 갖게 합니다. 이제 엄마와 아이는 사진조차 걸지 못했던 아빠를 매일 응시할 수 있으며, 웃어 볼 수 있으며,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