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노래로 지나가는 선원들을 유혹하여 파멸로 몰아넣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 인간을 산 채로 잡아먹는 외눈박이 거인 ‘폴뤼페모스’, 생사를 넘나드는 모험으로 세상을 떠돌던 남자가 천신만고 끝에 집에 돌아와 가족과 재산을 넘보는 악당들에게 가하는 통쾌한 복수 등은 <오뒷세이아>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장면이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기원전 8세기 희랍 땅에서 씌어진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전부 안다고 할 수 없다. 오랫동안 희랍 서사시와 희비극 연구를 해온 강대진 선생은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서사시 오뒷세이아>를 통해 “인간을 재미있게 해주자고 만들어진 이야기” <오뒷세이아>를 완벽히 재미있게 보는 방법에 대해 들려준다.
전체 12,000행에 24권의 구성으로 이루어진, 그것도 2,800년 전에 만들어진 방대한 서사시를 읽어 내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에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시대를 앞서간 세련된 구성방식을 꿰뚫어 작품 전체의 틀을 그리고, 간혹 원전 감상에 부담이 되었던 희랍 서사시의 여러 특징들을 정리해 짚어 주어 방대한 서사시를 직접 음미해 볼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 이를 바탕으로 전체 24권에 펼쳐지는 한 인간의 모험담은 보다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오뒷세이아의 주제와 구조
기원 전 8세기에 씌어진 희랍의 서사시 <오뒷세이아>는 젊은이의 성장담, 뱃사람의 모험, 그리고 고향에 돌아온 사람의 복수라는 세 가지 주제를 동시에 다룬다. 주제에 따라 전체 내용도 세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오뒷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아버지의 행방을 찾아 떠나는 내용의 ‘텔레마키아’(1-4권), 오뒷세우스가 바다에서 겪는 모험(5-12권), 고향에 돌아온 오뒷세우스의 복수(13-24권)이다. 이 중 텔레마코스가 겪는 모험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생략되어 잘 전해지지 않으나, 필자는 모험과 복수라는 또다른 이질적인 두 주제를 연결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해 주는 텔레마키아의 기능을 드러내 보인다. 언뜻 보면 세 이야기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결혼과 식사, 저승 여행과 같은 다양한 상징의 반복적 사용과 문학적 장치를 통해 작품의 통일성과 완결성을 꾀하고 있다.『오뒷세이아』의 참모습을 알려면 가운데 부분인 모험담만으로는 부족하고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해야 함을 강조한다. 『오뒷세이아』는 지금까지도 이야기 짜기의 모범으로 꼽히는데, 현재 속에 과거가 들어가 있어 작품 중간에 시간이 역진하는, 2,80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빛이 바래지 않는 빼어난 구성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작품 전체의 구조와 내용에 따른 구분, 그리고 이들의 연관 관계를 꼼꼼하게 짚어 줌으로써, 세계적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는 작품의 명성에 걸맞은 가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모험을 통해 세계와 인간을 탐구한 오뒷세우스
호메로스의 또다른 작품 『일리아스』가 명예를 좇아 목숨 건 사투를 벌이는 소수 영웅들을 그렸다면, 『오뒷세이아』는 10년이라는 방랑의 시간 동안 다양한 층위의 사회를 접하고, 다양한 인간 군상을 접하는 가운데 삶의 기쁨과 행복 등 소소한 인간 일상의 가치를 높이고 있음을 비교해 강조한다. 트로이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오뒷세우스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고향 이타케로 곧바로 귀향하지 못하고 세계를 떠돌며 숱한 위기와 죽음의 고비를 넘기는 가운데, 그는 더욱 “신중해지고 더 오래 참을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인간의 마음을 알게 된다. 20년 만에 귀향한 오뒷세우스는 기나긴 방랑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밑거름 삼아, 자기 집 재산을 넘보면서 아내에게 결혼을 요구하는 무도한 구혼자 무리를 처단함으로써 이타케의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고 자신의 권위를 되찾는다. 모험을 통해 내적 성숙을 이루고, 세계와 인간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얻게 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온 유명한 장면들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스캔들인 아프로디테와 아레스의 바람피는 장면이 나우시카아의 섬에서 가객의 입을 통해 노래되고(8권), 걸인을 가장하고 돌아온 주인을 알아보는 충성스런 개의 감동적인 최후(17권), 오뒷세우스의 발을 씻겨주던 늙은 유모가 다리의 흉터를 발견하는 장면(19권) 등 세월이 흘러도 많은 사랑을 받는 유명 구절들을 짚어보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해박한 연구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필자의 원전에 대한 애정 어린 꼼꼼한 해설은 더욱 친밀감있고 쉽게 작품을 이해하게 한다.
<십자군 이야기>와 <에라스무스 격언집>을 그린 만화가 김태권의 날렵한 그림도 작품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다. 앞부분에는 오뒷세우스의 모험 행로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항해 지도를 그려 놓았으며, 부록으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요 신과 인간을 정리하여 넣었다.
가인은 수금을 연주하며, 아레스와 고운 화관의 아프로디테의 사랑에 관하여, 이들이 처음에 어떻게 헤파이스토스의 집에서 몰래 몸을 섞었는지, 노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장 헤파이스토스에게 헬리오스가 알리러 갔으니, 그들이 사랑으로 몸 섞는 것을 그가 보았던 것이다. 헤파이토스는 이 마음 아픈 소식을 해 듣고는, 마음속 깊이 재앙을 짜 맞추며, 대장간으로 가서, 부술 수도 풀 수도 없는 사슬들을 두드려 만들었다.
이런 덫을 준비해 가지고, 자신의 침상이 놓여 있는 방으로 달려가서, 침대 기둥들 주위에다 온통 사슬들을 드리웠다.
p120
저자 : 강대진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학을 전공했습니다. 정암학당 연구원이자, 홍익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고대 서양의 중요한 저작들을 번역하고 해설해 소개하는 것이 할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잔혹한 책 읽기』,『신화와 영화』,『그리스 로마 서사시』,『옛사람의 세상 읽기 그리스 신화』등을 썼으며,『아폴로도로스 신화집』, 『아르고 호 이야기』, 『오이디푸스 왕』, 『신들의 본성에 관하여』등을 옮겼습니다.
머리말
프롤로그
1. 이 작품을 읽기 위하여
2. 텔레마키아
3. 뱃사람의 모험담
4. 귀향자
에필로그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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