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파랑새 그림책 시리즈 80권. 고 윤석중 작가의 동시 '꽃밭'을 그림책으로 펴냈다. 귀여운 아기, 아름다운 꽃밭, 포동포동 만지고 싶은 정강이, 자극적인 빨간 피, 으아으아 울음소리 그리고 피보다 더 선명할 것이 분명한 새빨간 꽃잎. 시 속의 요소들과 ‘만화가’ 김나경이 그린 장면들은 독자들의 오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출판사 리뷰
꽃밭 - 윤석중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정강이에 정강이에
새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한국 아동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고 윤석중 작가의 동시 <꽃밭>이 귀여운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이 시는 작가의 시집 《초승달》(1946년)에 실렸으며, 생전에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동시로 손꼽았던 시이다.
이 시의 특징이라면, 여덟 줄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임에도 읽는 이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안겨준다는 데에 있다. 단순히 어떤 장면의 설명이라고 할 수도 있을 여덟 줄의 짧은 시. 하지만 이 여덟 줄만으로도 윤석중 작가는 독자들의 오감을 충분히 자극하는 마술을 부리고 있다. 아니, 독자들을 이 짧은 시에 몰입하여 하나가 되게 만들고 있다.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독자들의 눈앞에는 드넓은 꽃밭이 펼쳐진다. 그리고 향기로운 꽃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아름다운 꽃밭과 귀여운 아기가 함께하는 평화롭고 따뜻한 풍경에 독자들은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행에서 넘어진 아기의 모습을 떠올리자, 안타까운 마음에 얼굴이 일순 찡그려진다.
“정강이에 정강이에
새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아기는 넘어지다 못해, 크게 다친 모양이다. 정강이에 빨간 피가 나고 있다. 독자들은 ‘이런!’ 하며, 달려가 일으켜주고 그 작은 정강이에 손수건을 대 닦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독자들의 안타까움은 극에 달한다. 얼른 안아서 달래주고 “에구~ 우리 아기 아야 했쪄?”하며 아이의 아픔을 얼러주고 싶다.
“한참 울다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너무 놀란 모양이다. 폭신한 꽃밭에서 넘어졌으니, 크게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한참을 우는 걸 보니 아마도 새빨간 피 때문에 많이 놀란 모양이다. 통각보다 시각이 아기의 아픔을 자극한 것 같다. 그렇게 울다 지쳐서 조금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친 부위를 본 아기.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아기는 새빨간 피를 보고 놀라 울었는데, 알고 보니 그건 피가 아니라 예쁜 꽃잎이었다. 아아, 어느 시의 마지막 구절에 이런 깜찍하고 기쁘고 예쁜 반전이 있을까. 놀란 건 아기 뿐만 아니라 독자들 모두다. 아기의 아픔을 함께 안타까워하며 이 시를 음미하던 독자들은 ‘이게 뭐야~?’하는 맥 빠짐이 아니라 ‘아, 그런 거였어?’하는 기쁜 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아무것도 아닌 듯하면서도 깜찍한 반전을 생각해낸 작가의 감성에 놀란다. 이 마지막 두 행에서 그 누가 미소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이 시의 매력은 바로 이렇듯 독자들의 오감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있다고 하겠다. 귀여운 아기, 아름다운 꽃밭, 포동포동 만지고 싶은 정강이, 자극적인 빨간 피, 으아으아 울음소리 그리고 피보다 더 선명할 것이 분명한 새빨간 꽃잎. 시 속의 요소들과 장면들은 고스란히 이 시를 읽는 사람의 머릿속에 상상되고, 결국에는 절로 미소가 입가에 그려진다.
볼로냐에서 유럽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림책이렇게 귀여운 동시에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고밖에 표현되지 않는 깜찍한 그림을 그려 낸 사람은 김나경 작가이다. 생소하면서도 낯익은 이름 김나경. 그의 이름은 만화 팬들에겐 익숙하고 그림책 팬들에겐 생소하다. 그것은, 이 책이 ‘만화가’ 김나경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이기 때문이다.
《사각사각》《토리의 비밀일기》등으로 인기 만화가의 자리에 올라 있는 김나경 작가는 이번에 새롭고도 어려운 도전을 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고민과 논의와 수정과 작업을 거듭한 끝에 비로소 탄생한 것이 바로 그림책 《꽃밭》이다. 처음 시작은 부천국제만화전의 부대행사인 ‘만화 시화전’이었다. 이때 전시된 시화가 아동전문 출판사인 파랑새 관계자의 눈에 띄었고, 이것이 그림책 《꽃밭》의 기획으로 이어진 것이다.
《꽃밭》은 지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먼저 선보였다. 완성된 책 상태가 아닌, 가제본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을 손상시키진 못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출판사들은 이 귀여운 그림책에 매료되었으며, 책의 출간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유럽에서 먼저 그 매력을 인정받은 그림책《꽃밭》. 이제 국내에서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