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옛이야기란 무엇인가?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쯤은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부모님으로부터 옛날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구전되어 온 이야기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기름진 밑거름이 된다. 또 어른이 되어서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사람의 구수한 내음과 함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어린 시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고 어른과 아이가 소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옛이야기는 속에는 선조들의 삶의 방식이나 사상, 지혜, 민족의식, 정서, 신앙 등 모든 것이 담겨 있어 아이들에게 한국인다운 삶의 방식과 한국적 정서와 가치관을 심어 준다.
옛날 아이들뿐 아니라,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요즘 아이들도 역시 이야기를 좋아한다. 비록 이제는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대신 책으로 옛이야기를 만나고 있지만, 하늘나라, 용궁, 지하세계가 있고, 호랑이, 토끼, 도깨비, 괴물이 말을 걸어오는 옛이야기는 여전히 아이들을 매료시킨다. 옛이야기가 오랜 세월 동안 세대를 뛰어 넘어 사랑받고 있는 것은 시공을 넘나드는 환상의 세계를 마음껏 여행하며 무한한 상상력을 펼치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데에서 오는 것이다.
* 옛이야기, 왜 원전이 중요한가?원래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어 내려온 것으로 들려주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민족이 겪은 특수한 역사적 상황에서 기인한다. 우리의 옛이야기는 일제강점기(1910년~1940년)와 이후 서양 문물의 유입으로 인해 의도적으로 조작되고 변형. 왜곡되었다. 그리고 원형에 관한 고민 없이 마구잡이로 개작되어 지금까지 읽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옛이야기의 원형을 찾아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옛이야기를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작가 박영만은(1914~1981) 가장 이른 시기에 전국 구석구석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우리 옛이야기의 원형을 듣고 채록하는 데에 힘을 썼다. 작가는 원 이야기의 생생함을 살리면서도 자신의 문장과 표현으로 잘 다듬었다. 그렇게 모은 75편의 옛이야기를 1940년에 한 권의 책으로 냈는데, 그것이 바로『조선전래동화집』이다. 사파리는 옛이야기의 원형에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전으로 하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옛이야기 그림책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를 기획하였다.
* 박영만의『조선전래동화집』은...... -작가는 1940년에 임시정부 하의 광복군에서 활동을 한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있다. 1920년부터 30년까지 산골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다양한 구연의 현장에서 귀중한 전래 동화를 하나하나 채록하여《조선전래동화집》을 완성하였다.《조선전래동화집》은 원 이야기를 살리면서도 문장과 표현을 독창적으로 다듬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옛이야기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던 저자가 1920년~30년대에 전국을 다니면서 직접 채록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이 동화집에서는 ‘해님 달님’, ‘선녀와 나무꾼’과 같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옛이야기의 초기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창조 신화, 모험담, 장편 동화 등 다른 전래 동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작품들이 많이 실려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옛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신화 및 초월적 세계와 신 나고 모험적인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민족정신과 진취적 기상을 키울 수 있다.
-우리 민족다운 개성과 원형이 그대로 살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동화시킬 목적으로 왜곡하고 변형한 다른 전래 동화집과는 달리 우리 민족 이야기 그대로를 보여 준다.
-우리 민족의 따뜻하고 낙천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정서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 한동안 사라져 찾을 수 없었던 '조선전래동화집'은 숭실대학교 권혁래 교수가 발굴하여 재 발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는 귀한 자료가 되었다. 권혁래 교수는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의 감수를 맡아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그림책이 되는데 도움을 주었다.
*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는...... -박영만 선생님이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을 돌며 채록하여 엮은 『조선전래동화집』을 원작으로 했다. 그간 널리 알려진 한국 전래 동화의 대표적 작품들뿐만 아니라, 새롭고 재미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수록하였다. 또한 이미 많이 소개된 이야기 가운데 축약이나 왜곡이 심했던 것은 원형에 가까운 형태로 다시 소개했다.
-모험담, 지혜담, 사랑 이야기 등 재미있고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골라 담아 아이들이 건강한 생각과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한다.
-최고의 동화 작가들이 박영만의 작가적 개성과 세계관 등이 맛깔스럽게 녹아 있는 원작의 표현과 말투를 잘 살리면서도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맞추어 솜씨 있게 다듬었다. 풍부한 묘사 표현과 생생한 입말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으며, 책 속 주인공들을 눈앞에서 만나는 듯하다.
-최상급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그려 낸 개성 있고 아름다운 그림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풍부하게 합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등장인물들의 표정과 깔깔거리며 뛰쳐나올 듯한 동물들의 움직임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쉽고 재미있는 해설은 우리 옛이야기가 전하는 깊은 뜻과 참된 교훈을 알게 한다.
'해님 달님' 작품 설명“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시리즈의 첫 권인《해님 달님》은 한국의 대표적인 옛이야기입니다. 어머니, 오빠와 여동생, 호랑이가 등장하고, 결국에는 오빠와 여동생이 해와 달이 되었다는 신화적 이야기입니다. 탐욕스런 호랑이는 죽으면서 수숫대에 빨간 점을 남기지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나 ‘해와 달’이라는 제목으로도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이야기 곳곳에 숨어 있는 새로운 요소, 예를 들면 어머니에게 떡과 팔다리는 빼앗아 먹을 때마다 (약간의 양심은 있는지) 다른 범인 체하는 능청스러운 호랑이의 캐릭터나 하늘로 올라간 누이동생이 달님이 되었다가 밤에 나타나는 호랑이가 무서워 다시 해님이 되고, 부끄럼 많은 누이동생 때문에 우리가 해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통해 원형에 가까운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우리 민족의 생활과 감정,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사랑과 아픔, 소망이 잘 표현되어있지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이 작품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입니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아침 일찍 남의 집으로 일 나가고, 호랑이에게 죽어가면서도 아이들을 걱정하는 홀어머니의 모습은 가슴 찡한 우리들의 어머니 상입니다.
호랑이는 무섭지만 한편으론 바보스럽죠? 이놈은 정말 욕심 많고 사납습니다. 하지만 우물에 비친 오누이의 그림자를 진짜인 줄 알거나 참기름을 발라 나무에 올라가려는 모습은 어리석고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어요. 호랑이는 힘없는 백성들을 못살게 굴고 재물을 빼앗는 못된 벼슬아치 혹은 자신의 힘만 믿고 불쌍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를 상징합니다. 그런 까닭에 하늘로부터 벌을 받아 떨어져 죽는 호랑이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안겨 줍니다.
하늘은 정의롭고 공평합니다. 힘없고 불쌍한 오누이를 호랑이로부터 구해 주었고, 하늘로 올라온 오누이에게 해와 달의 임무를 맡겼지요. 아이들은 연약하지만 착한 주인공의 승리와 성공을 보면서 정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이 그림책을 본 어린이들은 하늘에 높이 뜬 해와 달을 볼 때면 착한 오누이를 기억할 것입니다. 또한 세상을 착하게, 정의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할 테지요.
이 처럼《해님 달님》은 태초에 해와 달이 만들어진 사연을 전해 주는 창조 신화예요. 소박하지만 우리 민족의 창조 신화가 담겨 있어서 더욱 가치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만화보다 재미있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그림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그림 작가는 무섭지만 어리석은 호랑이를 만화적 느낌으로 훌륭하게 재 탄생시켰으며, 짙은 먹과 노란색, 붉은 색만을 사용하여 그린 그림은 어머니의 슬픔과 잔인한 호랑이를 심정과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오누이는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악' 소리가 나는 걸 간신히 참고 말했어.
"곧 문을 열어 드릴 테니, 잠깐만 기다리세요."
오누이는 뒷문에서 빠져나가 뒤뜰 우물 옆에 있는 커다란 나무 위로 올라갔어.
한참을 기다려도 문을 열어 주지 않자, 범은 문구멍으로 안을 들여다보았어.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