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금강산 어느 골짜기에 사는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를 찾으러 간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한다. 주인공의 오빠들도 꾀꼬리와 소나무를 찾으러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씩씩한 막내는 오빠들을 구하러 으스스한 금강산의 골짜기로 여행을 떠난다.
출판사 리뷰
씩씩하고 지혜로운 막내 동생의 행복을 찾아 나선 모험 이야기
옛날에 어느 집의 삼남매가 갑자기 엄마를 잃고 새엄마를 맞았어요. 하필이면 착한 새엄마가 아니라 못된 새엄마였다지요. 새엄마는 온 집안을 독차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 금강산에 있는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를 구해오라고 시켰어요. 그걸 구하러 간 사람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는데요. 첫째아들이 떠나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둘째아들도 떠나서 돌아오지 못했어요.
이제 홀로 남은 누이동생, 막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대신, 막내는 지혜와 용기를 냈어요. 오이소박이에 모래를 넣어 아빠에게 드린 뒤, 소박이에 웬 모래가 들었느냐는 아빠한테 “오이 속은 아시면서 사람 속은 왜 모르세요?” 라고 항변하고선 오빠들을 찾아 금강산으로 떠났어요.
며칠을 걸어 당도한 금강산 어귀에서 수염 하얀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죠. “거기서 살아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지만 막내는 겁먹지 않았어요. “전 오빠들을 찾아야 해요.” “정 그렇다면 저 개울을 따라 올라가거라. 앞만 보고 가야 해. 절대 뒤돌아보면 안 된다.” 막내는 그렇게 했어요. “얘야, 나 만나러 오지 않았니?”, “여기 좀 봐!”, “저놈 잡아라!”, 뒤에서 별별 소리가 다 들려왔지만, 귀를 꽉 틀어막고 냅다 앞으로 달려갔지요.
그렇게 해서 막내는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를 찾았어요. 그리고 꾀꼬리의 도움으로 오빠들과 사람들을 구했지요. 모두 꾀꼬리와 소나무를 찾으러 왔다가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바위로 변해 버린 사람들이었어요. 막내는 오빠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요. 속을 들킨 새엄마는 집에서 쫓겨나고, 막내는 식구들이랑 꾀꼬리랑 소나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대요.
작고 약한 어린아이들에게 위안과 용기를 주는 옛날이야기
“옛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다른 어떤 이야기들보다도 인간의 내면 문제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고, 또한 어린이가 처한 난관에 알맞은 해결책을 제시한다.” -『옛이야기의 매력』, 브루노 베텔하임(1903~1990)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는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글을 모르는 무지렁이 백성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 온 옛이야기는 약자들의 문학입니다. 하나같이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작고 약한 사람들의 바람과 욕망을 담고 있지요. 그래서 작고 약한 어린이들에게 어울리는 문학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 또한 그렇습니다. 주인공인 막내 누이동생은 이야기 속에서 가장 어리고 약한 존재입니다. 엄마를 잃고, 못된 새엄마에 의해 오빠들도 하나둘 잃고 맙니다. 아빠는 아무것도 모른 채 새엄마 말만 믿습니다. 그야말로 의지가지없는 어리고 약한 아이이지요.
그러나 막내는 주저앉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리석은 아빠에게 바른 소리를 하고는, 씩씩하게 오빠들을 찾아 떠납니다. 그리고 오빠들이 사라진 금강산에서, 올라가는 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뒤돌아보지 말라는 금기를 지켜,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를 찾고 오빠들과 사람들을 구해냅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와 못된 새엄마를 쫓아내고 행복하게 살지요.
가장 작고 약한 막내가 오빠들과 아빠도 어쩌지 못한 새엄마의 진실을 밝혀내고, 자기보다 더 크고 힘 있는 어른들도 이겨내지 못한 골짜기의 유혹과 두려움을 극복해, 당당히 행복을 되찾은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은 작고 약한 어린아이들이 주인공의 처지와 행동에 자기를 동일시하고 위안과 용기를 얻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일 겁니다.
상징과 은유 속에 담긴 삶의 진실 한 자락
옛이야기는 또한 구비전승 과정에서 고도로 함축되어, 매우 간결할 뿐만 아니라 상징과 은유를 통하여 세상사를 이야기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 또한 예외가 아니지요.
우선 이 이야기는 흔히 계모설화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옛이야기 속에는 왜 새엄마가 자주 등장하며, 또 그들은 하나같이 못된 사람으로 그려지는 걸까요?
이 점에 대하여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어린이 심리 치료 전문가이며 옛이야기 연구자인 브루노 베텔하임의 견해를 눈여겨볼 만합니다. 베텔하임은 그의 저서에서 ‘어린이는 누구나 가끔 부모의 이미지를 자애로운 면과 위협적인 면으로 나눌 필요가 있고, 그래야만 자애로운 이미지에서 완벽한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의식적으로 그 일을 해내지 못한다. 이때, 돌아가신 착한 엄마와 사악한 계모가 전형적인 구도로 등장하는 계모설화는, 실제의 엄마가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닐 때 항상 내면에 좋은 엄마를 따로 간직한 채로 나쁜 계모에게 마음껏 화를 낼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어린이가 자신의 모순적인 감정에 알맞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내용의 논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즉 옛이야기 속의 새엄마는 현실에 존재하는 엄마의 두 양상 중 부정적인 양상의 투사이며, 계모설화는 곧 현실의 엄마 대신 죄의식 없이 미워할 수 있는 존재를 설정해 줌으로써 어린이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하나의 사회적 장치라는 설명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이 이야기 속에는 또, 모든 사람이 갖기를 원하지만 그로 인해 파멸로 치닫는 존재로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왜 하필이면 ‘말하고’, ‘춤추는’ 존재들일까요? 또 이를 얻으러 가는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보면 안 되는 금기가 주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금기를 어겨 파국을 맞는데, 작고 어린 막내만이 그것을 극복하고 꾀꼬리와 소나무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또 무엇일까요?
아마도 이러한 의문에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곰곰 생각해 보면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서 우리 삶의 진실 한 자락을 엿볼 수는 있겠지요. 이처럼 이야기 속의 여러 요소들이 지닌 상징과 은유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기는 좋은 방법일 겁니다.
"아유! 아가씨, 뭐하러 그 먼 길을 왔어요?"
그게 바로 말하는 꾀꼬리였지.
"오빠들을 찾으러 왔어. 울 오빠들 못 봤니?"
저 골짜기에 서 있는 바위들이 모두 사람이지요.
날 찾아오다가 저렇게 변했답니다.
춤추는 소나무 가지를 꺾어 개울물을 묻혀서
바위에 뿌려 주면 다시 살아날 거에요."
작가 소개
저자 : 강소희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그린 책으로 <말하는 꾀꼬리와 춤추는 소나무> <한눈이 퉁눈이> <김학철 이야기>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지도> <부낭자가 떴다>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