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07년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수상 이후 《계간문예》, 《사람의 문학》 등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 온 김현곤 시인의 첫 시집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가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시 세계를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 감각을 차분히 풀어낸 작품집이다.
시인은 ‘집’과 ‘밥’이라는 보편적 화두를 통해 정서적 유대와 공동체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에 대한 성찰이 담담하면서도 애절하게 드러나며, 자연과 사람을 잇는 공간으로서의 ‘집’, 삶과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밥’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환기한다.
표제작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를 비롯한 시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사유하며, 사라져 가는 공동체의 기억을 복원하려는 시선을 담는다. 지역과 사람, 장소와 삶을 함께 엮어 보편적인 삶의 역사로 확장하며, 낮은 목소리로 시대의 단절을 기록한 시집으로 읽힌다.
출판사 리뷰
2007년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수상 이후 《계간문예》, 《사람의 문학》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온 김현곤 시인의 첫 시집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가 나왔다.
김현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집’과 ‘밥’이라는 삶의 보편적 화두를 집요하게 탐색한다. ‘집’과 ‘밥’은 삶을 지탱하는 정서적 유대관계의 바탕인 바, 점차 소멸되어가는 공동체의 전통과 연대의식을 소환하며 존재의 근원을 환기하는 시적 방식이다. 시집 곳곳에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현재를 성찰하는 시선이 담담하면서도 애절하게 담겨 있다.
“골목길 따라 한참이나 걸어 들어가는 속 깊은 집/자동차가 다니는 통로의 공해를 온몸으로 막아주는 집/여름이면 앞산 그늘이 내려와 놀고, 겨울이면 눈 덮인 소백산이 친구 하자는 집/하루에 지친 새우의 굽은 등을 다리미처럼 반듯하게 펴 주는 집/마당에 야생화를 가꾸고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집”(「그런 집을 두고 왔다」 부분)
김현곤 시인에게 집은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이자 수많은 이야기가 생성되는 연못이자 세상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사내가 무람없이 들어와도 늘 환한 불이 있고 아내가 반겨주는 안식처이다. 그러므로 “흘러가는 시간의 깊은 강물은 헤아리지 못해도/“물줄기를 따라 공그르고 추스르는 작은 조약돌의 아픔”(「우리는」)을 내면에 삭이며 고향 문경 한신마을을 노래한다.
김현곤 시집_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 02
“이른 새벽 일어나 할 일 없을 때/멍하니 앉아 바라보다 밥을 먹는다//커피포트에 물이라도 끓고 있으면/내 식은 가슴도 뜨겁게 데워진다//먹음을 저주하던 날 몇몇이었던가/이렇게 방 안에 앉아 밥 먹고 있으니/부처님보다 몇만 배 행복한 것을/못 먹어 돌아가신 아버지 남기신 밥을/아비 몸인 밥을 자식인 내가 먹는다//밥이 죽어야 내가 살 수 있는 밥/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 전문)
표제작인 위 시에서 시인은 “아버지 남기신 밥을/아비 몸인 밥을 자식인 내가 먹는다”라는 구절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문다. ‘밥’의 의의와 위엄을 되살린다. “콩 한 알도 나누어 먹는 것처럼//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 공동체를 복구하려 한다.
이러한 정신은 지역과 관련된 시편들을 통해서도 지역과 사랑, 장소와 사람살이를 통섭하면서 하나의 지역사 혹은 보편적인 삶의 역사로까지 연결하고 있다.
해설을 쓴 박승민 시인은 “집과 자연, 집과 집, 집과 사람이 서로 단절되고 분절된 시대를 목소리는 낮되 꼼꼼하고 단정하게 기록한 이 시집은 애잔해서 마치 순정(純情)한 순정품(純正品)을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파도에 묶인 이즈하라항에선
야윈 봄비가 밤새 내리고
때 이르게 벗고 누운 벚꽃 눈이
뜬눈으로 지새운다 해도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것처럼
괜찮아도 괜찮지 않은 것처럼
말문을 툭툭 건드려 놓고
봄은 소리도 없이 떠나가네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하면 난 정말 괜찮아져요
- 「괜찮아요」 전문
내가 살던 집은
골목길 따라 한참이나 걸어 들어가는 속 깊은 집
김현곤 시집_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
자동차가 다니는 통로의 공해를 온몸으로 막아주는 집
여름이면 앞산 그늘이 내려와 놀고, 겨울이면 눈 덮인 소백산이 친구 하자는 집
하루에 지친 새우의 굽은 등을 다리미처럼 반듯하게 펴 주는 집
마당에 야생화를 가꾸고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는 집
누구에게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집
기념일이면 가족들과 포마이카 밥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는 집
자식들이 도시로 떠난 빈 둥지에 아내와 단둘이 있어도 허전하지 않은 집
창문을 열면 바람에 꽃잎이 날아들어 카펫이 꽃밭이 되는 집
사방이 이웃에 둘러싸여 누구든 부르면 달려오는 집
나는 그런 집을 두고 왔다
- 「그런 집을 두고 왔다」 전문
병들어 앓고 있는 지구도
달에서는 아름다운 별이다
반딧불이 꼬리가 밝히는 저 구애도
어둠을 비추는 청정한 별이다
그대 몸에서 식어 버린 옛사랑도
내게는 향기로운 별이다
가까이서 보면 작고 하찮은 것들이
멀리서 보면 가장 뜨거운 별이다
- 「뜨거운 별」 전문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현곤
1958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으며 영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2007년 <공무원문예대전> 시 부문 수상 이후 《계간문예》, 《사람의 문학》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고향인 한신마을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의 서정성을 시에 담으려 노력 중이다.
목차
제1부
괜찮아요/ 아파트 산책/ 겨울 담쟁이/ 결혼정보회사/ 내가 그리워하는 집/ 공중전원空中田園/ 물빛 그림을 그리는 저녁/ 건축 후기/ 구름다리에 대한 단상斷想/ 꿈꾸는 동안 누구나 섬/ 그런 집을 두고 왔다/ 머리부터 붉어지다/ 노래/ 수양개, 동굴
제2부
맥문동 가는 길-들꽃 산책/ 두물머리에서/ 디스크 1/ 디스크 2/ 뚱딴지/ 라인 댄스-광고문/ 문경병원/ 이따금 바다도/ 반듯한 기와집/ 백석정, 토끼의 귀환/ 벌개미취-야간자율학습/ 밥 먹고 있으니 참 좋다/ 뜨거운 별/ 봄비/ 3월, 석포에서
제3부
산상음악/ 삼강의 주막/ 성묘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며/ 시집가는 딸에게/ 신도시/ 쌀국수/ 쌈밥/ 아날로그 전화기/ 어떤 조장鳥葬/ 오,징,어/ 턱 걸려 넘어지셨다/ 옥수수 심는 날/ 우리는
제4부
월식月蝕/ 구부러진 바다/ 접골/ 즐거운 밥상/ 집 허물기/ 찔레꽃, 몽실 언니/ 코다리/ 큰어머니/ 태장리 느티나무/ 텃밭에서/ 풍등 날리기/ 프놈바켕에서의 일몰/ 초파일 봉암사/ 화살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