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로 불리는 투르게네프가 그려 낸 사랑과 혁명의 전야. 1860년 발표와 동시에 좌우 진영을 가르며 격렬한 논쟁을 촉발한 『전날 밤』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48권으로 출간되었다. 크림 전쟁과 농노 해방을 앞둔 러시아 사회의 정신적 동요를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무기력한 관념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전날 밤’을 묘파한다.
소설의 중심에는 아름답고 지성적인 러시아 귀족 여성 옐레나가 있다. 낭만적인 조각가 슈빈과 진지한 학자 베르세네프가 그녀를 사랑하지만, 옐레나는 두 사람의 관념적이고 수동적인 삶에서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찾지 못한다. 터키의 압제로부터 조국 불가리아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청년 인사로프를 알게 된 그녀는 그에게서 말과 생각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삶의 행동을 발견하고, 결국 그의 대의에 동참한다.
발표 즉시 이 소설은 좌우 논쟁의 한가운데에 놓였고, 도브롤류보프의 비평 「진정한 그날은 언제 오나?」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사와 사회사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이번 판에는 그 비평 전문이 국내 최초 번역으로 함께 수록되어, 독자들은 소설과 비평을 나란히 읽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다. 투르게네프 특유의 서정미 넘치는 문체와 정밀한 자연 묘사, 논쟁적 대화를 통한 섬세한 성격 묘사도 함께 빛난다.
출판사 리뷰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로 불리는
투르게네프가 그려 낸 사랑과 혁명의 전야
“가장 맑은 정신, 가장 따뜻한 심장, 가장 넓은 공감의 작가”
─ 조지프 콘래드
1860년 발표와 동시에 좌우 진영을 가르며 격렬한 논쟁을 촉발한 『전날 밤』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48권으로 출간되었다. 크림 전쟁과 농노 해방을 앞둔 러시아 사회의 정신적 동요를 가장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으로, 조국 해방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불가리아 혁명가 인사로프와 행동하는 삶을 갈망하며 그를 선택한 러시아 귀족 여성 옐레나의 이야기를 통해, 투르게네프는 무기력한 관념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전날 밤’을 묘파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간의 형상을 온전히 구현해 냈다.
시대와 인간을 가로지르는 소설
소설의 중심에는 아름답고 지성적인 러시아 귀족 여성 옐레나가 있다. 낭만적인 조각가 슈빈과 진지한 학자 베르세네프가 그녀를 사랑하지만, 옐레나는 두 사람의 관념적이고 수동적인 삶에서 무언가 ‘결정적인 것’을 찾지 못해 갈증을 느낀다. 어느 날 터키의 압제로부터 조국 불가리아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는 청년 인사로프를 알게 된 그녀는 그에게서 말과 생각에 그치지 않는 진정한 삶의 행동을 발견하고, 결국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하여 그의 대의에 동참한다. 인사로프의 삶은 작품에 역사적 무게를 부여한다. 어린 시절 그의 어머니는 터키 장군에게 유괴당해 살해되고, 아버지는 복수를 시도하다 총살당한다. 그 비극을 가슴에 품고 조국의 해방을 삶의 유일한 목표로 삼는 인사로프의 형상은, 투르게네프가 당대에 요청한 새로운 인간, 즉 관념이 아닌 행동하는 인간의 구현이다.
옐레나가 인사로프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한 연애의 결말이 아니다. 그녀의 선택은 러시아 사회가 더 이상 무기력한 이상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투르게네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사로프는 불가리아로 귀국하는 도중 병사하지만, 옐레나는 부모에게 마지막 편지를 남기고 불가리아에 머물며 남편의 대의를 계승한다. “드미트리 인사로프의 조국 외에 내게 다른 조국은 없습니다”라는 그 편지의 문장은, 사랑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넘어 역사적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압축해 보여 준다.
문학사의 논쟁을 낳은 걸작
발표 즉시 이 소설은 좌우 논쟁의 한가운데에 놓였다. 혁명적 민주주의 비평가 도브롤류보프는 「진정한 그날은 언제 오나?」에서 인간 감정 묘사의 섬세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주인공을 러시아인이 아닌 불가리아인으로 설정한 것에 불만을 표하며 “우리에게는 러시아인 인사로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비평은 작가가 의도한 것보다 작품이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실제 비평의 정수로, 19세기 러시아 문학사와 사회사상에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이에 투르게네프는 비평을 잡지에 게재하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동시대인』 편집진과 결별하게 된다. 도브롤류보프의 이 비평 전문이 이번에 국내 최초 번역으로 함께 수록되어, 독자들은 소설과 비평을 나란히 읽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다.
서사의 차원에서도 이 작품은 풍부하다. 투르게네프 특유의 서정미 넘치는 문체와 정밀한 자연 묘사가 곳곳에 빛나며, 옐레나의 일기와 슈빈의 조각품, 등장인물들의 논쟁적 대화를 통한 섬세한 성격 묘사가 돋보인다. 특히 귀국 도중 베네치아에 들른 인사로프와 옐레나가 봄날의 대운하를 따라 곤돌라를 타고 여행하며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관람하는 장면은, 죽음이 짙게 드리워진 소설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공감 어린 부분으로 꼽힌다. 무대 위 비올레타가 “날 살게 해 주소서……. 이렇게 젊은데 죽어야 하나요!”라고 절규할 때, 옐레나는 조용히 인사로프의 손을 찾아 쥔다. 두 사람 모두 그 노랫말이 무엇을 예감하는지 알면서도, 서로를 향해 말 없이 그것을 확인하는 이 장면에서 투르게네프 특유의 페시미즘과 서정성이 가장 짙게 응축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내 마음이 왜 이토록 무겁고 괴로울까? 왜 날아다니는 새들을 선망의 눈으로 바라볼까? 새들과 함께 날고 싶다. 어디로 날아갈지는 모르지만, 다만 멀리, 여기서 멀리멀리 날아가고 싶다. 이런 바람은 죄악이 아닐까? 여기에 어머니, 아버지, 가족이 있다. 정말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싶은 만큼 사랑하지 못한다. 말하기 두렵지만 사실이다. 아마 나는 중죄인인가 보다. 그래서 내 마음이 이토록 슬프고 불안한가 보다. 어떤 손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나는 마치 감옥에 있는 것 같고, 벽이 곧 내게로 무너져 내릴 것 같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런 것을 느끼지 못할까? 내가 가족에게 냉담하다면, 대체 나는 누구를 사랑하려는 걸까? 아버지는 내가 개와 고양이만 사랑한다고 꾸짖는데, 아버지가 옳은 것 같다. 이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나는 기도도 잘 하지 않는다. 기도해야 한다……. 하지만 나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만 더 기다려요. 마치 당신은 날 두려워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나는 당신보다 더 용감해요.” 그녀는 갑자기 온몸을 가볍게 떨며 덧붙였다. “나는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아세요?”
인사로프는 깜짝 놀라 옐레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에게 가고 있었어요.”
옐레나가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게 만들고 싶었죠?” 그녀가 속삭였다. “자…… 말했어요.”
“옐레나!” 인사로프가 외쳤다.
그녀는 얼굴에서 손을 떼고 그를 쳐다보더니 그의 가슴에 쓰러졌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 그녀는 진짜 연기를 하고 있어.” 인사로프가 말했다.
“죽음의 냄새가 나.”
옐레나는 잠자코 있었다.
3막이 시작되었다. 막(幕)이 올라갔다……. 옐레나는 침대, 드리워진 커튼, 약병, 갓을 단 램프를 보고 몸을 떨었다……. 그녀는 가까운 과거를 떠올렸다……. ‘그리고 미래는? 그리고 현재는?’ 이런 생각이 언뜻 그녀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여배우의 가식적인 기침 소리에 일부러 반응이라도 하듯 특별석에서 인사로프의 진짜 탁한 기침 소리가 울렸다……. 옐레나는 슬며시 그를 쳐다보고 이내 평온하고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인사로프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미소를 띠며 노래를 조금씩 따라 불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1818년 10월 28일 러시아 오룔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귀족 가문 출신의 장교였고 어머니는 농노 5천 명이 딸린 영지의 지주였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깊이 매혹되었지만, 성정이 잔인했던 어머니가 농노들에게 휘두르는 폭력을 목격하면서 농노제를 혐오하게 되었다. 1833년 모스크바 대학교 문학부에 입학했고 이듬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 역사철학부로 옮겼다. 1839년 베를린 대학교에 입학하여 고전을 비롯해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며 서구 자유주의 사상을 체화했다. 1843년, 시인으로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비평가 벨린스키를 만나면서 진보와 예술을 모두 추구하는 작가의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에 평생의 연인이 될 오페라 가수 폴린 비아르도를 만났다. 청년기의 투르게네프는 게르첸, 바쿠닌, 벨린스키 등 자유주의자들과 교제하며 러시아 사회와 문화에 대해 활발하게 의견을 나누었고, 장년기에는 급진주의자들의 견해나 태도에 다소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그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만남을 가지려 애썼다. 1871년 폴린의 집안과 함께 프랑스 부지발에 영구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플로베르, 졸라, 도데, 공쿠르 형제와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종종 러시아를 방문하여 문학계에 관여했다. 1879년 러시아 농노 해방을 위해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1883년 8월 22일 척수암으로 사망했으며 9월 19일, 유언에 따라 상트페테르부르크 볼코보 묘지, 벨린스키 옆에 묻혔다. 대표작으로 『사냥꾼의 스케치』, 『루진』, 『귀족의 보금자리』, 『전야』, 「첫사랑」, 『아버지와 자식』, 『처녀지』 등이 있다.
목차
전날 밤
부록: 진정한 그날은 언제 오나?
주
해설: 청춘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혁명
판본 소개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연보
역자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