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그들은 식이장애라는 몸의 언어로
자신의 아픔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30년간 1만 건 이상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집대성한 진정한 회복의 길!거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몸이지만, 거울 속 자신의 몸을 보며 ‘뚱뚱하다’ 생각한다. 이런 모습으로는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없다. 사람을 피하고 식사자리는 더더욱 피한다. 또 다른 한 사람이 있다. 낮에는 완벽하게 식욕을 통제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억눌렀던 배고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폭식하고 토하고 폭식하고 토하고를 반복한다. 그런 자신이 혐오스럽다.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을 집필한 김준기 원장은 30년간 식이장애 환자를 만나왔다. 그가 처음 식이장애 전문 병원을 개원한 1995년만 해도 식이장애는 한국 사회에서 익숙한 병명이 아니었다. 먹고사는 일만으로도 바쁜데, 식이장애라니. 하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 당시 가늘고 마른 몸에 대한 이상화, 사회문화적 분위기로 청소년 환자가 급증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었다. 미국은 1980년대 이미 거식증, 폭식증이 정신의학 주요 질환군으로 자리 잡았다.
30년이 흘렀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거식증, 폭식증, 기타 식이장애 환자는 2018년 대비 35.6% 증가했다. 이 단편적인 통계만으로는 진정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는지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환자 수가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더 이상 한국이 식이장애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식이장애라는 개념조차 낯선 시기부터 이 분야를 개척해온 김준기 원장은 30년간 축적한 임상 경험과 치료적 통찰을 《식이장애에 대한 모든 것》에 집대성했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정신질환이라는 위급성, 전 세계적으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확산성, 환자가 병을 숨기기 쉬워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은폐성, 개인의 내면과 사회문화적 요인이 얽힌 다요인성…. 김준기 원장은 오랜 시간 환자와 함께 울고 웃으며 “어떤 말이 환자의 진심에 가닿을지, 어떤 치료 방식이 정말 힘이 되어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한 증상의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 전체를 이해하고 회복으로 이끌고자 했던 김준기 원장의 ‘삶’이 담겼다. 식이장애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을 향한 따뜻한 조언과 지지가 담긴 이 책은, 회복을 향해 걸음을 떼는 이들에게 분명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식이장애 환자가 겪는 증상은 단지 거식과 저체중, 폭식, 구토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감정, 기억, 관계, 통제, 불안, 자기비난, 수치심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훨씬 더 복잡한 다층적 문제를 포함한다. 식이장애의 이러한 복합 양상은 하나의 치료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적용해야 하며 신체 건강 상태, 감정 기복, 왜곡된 사고, 대인관계 문제, 가족 내 갈등 같은 요소를 고려해 시기별로 치료 방식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본문 중에서
“자기비난에서 자기이해로 건너가는 시간”
의학·심리·가족을 잇는 식이장애 이해의 기준점이 되는 책!식이장애는 개인의 의지의 문제이거나 다이어트 실패의 문제라고 단순하게 치부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이 질환은 개인의 역사, 관계에서 비롯한 상처, 트라우마 경험, 완벽주의와 강박, 반복된 수치심과 자기비난이 뒤엉켜 나타나는 복합적인 삶의 문제다. 깊이 숨어 있는 치유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김준기 원장은 그 복잡한 맥락을 다층적으로 살펴왔다. 그는 빠른 해결책도, 획일적인 처방도, 완전한 회복도 단언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그는 단순한 정보를 나열하며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의 구성은 30년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해온 질문의 순서를 따른다. 즉, “식이장애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왜 이 증상은 반복되고, 치료에 난항이 따르는가?”를 거쳐 “어떻게 회복을 도울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1장 ‘식이장애 알아가기’는 식이장애를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장으로, 오랜 다이어트가 신체와 마음에 미치는 영향부터, 놓치기 쉬운 식이장애 초기 증상, 식이장애의 종류와 명확한 진단 기준, 그리고 간과해서는 안 될 위험 징후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다룬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내용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정리해줌으로써 치료자는 물론 환자와 가족 모두가 오해나 왜곡 없이 식이장애를 바라보게 한다.
2장 ‘식사 행동 바로잡기’는 인지행동치료 원칙에 따라 식사 행동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알아본다. 거식과 폭식과 구토 증상에 대한 이해, 이들 증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 그리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회복 동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3장 ‘식이장애의 핵심 감정, 수치심 파헤치기’는 이 책의 핵심 장으로, 식이장애 중심에 자리한 감정인 ‘수치심’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수치심이 어떻게 증상을 악화하고 삶을 왜곡하는지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며, 수치심을 다루기 위한 실제적 접근도 소개한다. 환자가 자기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하고 회복 가능성을 찾도록 돕는다.
4장 ‘식이장애 가족을 위한 가이드’에서는 식이장애 환자의 회복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인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족이 환자의 여정에 어떻게 동행하고, 어떻게 지지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식이장애를 둘러싼 가족의 혼란과 죄책감, 소통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가족이 변화 주체로 서로를 돕는 따뜻하면서도 실용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김준기 원장은 이 책에서 회복에 대해 재정의한다.
“임상 현장에서 겪은 혼란 속에서도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점은 환자들의 회복 과정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이었다. 회복은 모든 식이장애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강한 수치심으로 인한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불안과 두려움이 다시 고개를 들고 혼란과 고립감이 찾아오더라도,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힘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바로 진정한 회복이다.”
식이장애 환자를 바라볼 때 그들의 ‘이해받지 못한 마음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김준기 원장. 오랜 임상 경험에서 비롯된 그의 관점은 식이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살아온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임상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인지행동치료라는 틀 안에서만 환자의 회복을 기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 치료법은 분명 강력한 도구지만, 환자의 내면 깊이 뿌리내린 복잡한 감정과 삶에 각인된 오랜 상처를 다루기에는 구조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이 점점 더 확실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나는 치료 방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증상만 쫓기보다 그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이유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환자들이 살아온 삶 전체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왜 이 사람은 계속 저체중을 유지하려 이토록 애쓰는가? 왜 폭식과 구토를 끝없이 반복하는가? 그 행동은 어떤 감정을 대신 표현하고 있는가? 그 감정 아래 숨은 외로움, 분노, 말하지 못한 상처는 무엇인가? 나는 이 모든 것을 함께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때부터 내 치료는 증상을 없애려는 작업에서, 증상 아래에 숨은 근본 원인을 이해하는 여정으로 조금씩 이동했다.
- <책을 시작하며> 중에서
이런 상황에서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체중이나 식사 습관을 조절하는 데 집착하게 된다. 외부 세계는 복잡하고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식욕이나 체형 같은 자신의 내부 세계를 조절함으로써 감정을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
대학생 B는 시험 기간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폭식 행동이 심해진다.
“제가 조절할 수 있는 건 오직 먹는 것뿐이에요. 시험공부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음식만큼은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직장인 C는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방식으로 반응한다.
“적어도 제 몸은 제가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중요해요.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체중만큼은 제가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식사 행동과 체중 조절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다루는 하나의 방식이다.
- <현대 사회에서 식이장애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