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세기 레트로 아카이브 시리즈’는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의 새로운 아카이브 북 시리즈로 20세기의 시각문화 자료들을 수집.정리하는 프로젝트이다. 그 세 번째 시리즈로 1981년부터 1999년까지 국내에서 출시된 비디오테이프 589편을 소개한다.
출판사 리뷰
출발! 비디오 여행
우리나라에 비디오 플레이어(VTR)가 처음 들어온 것은 1970년대 후반입니다. 당시에는 주로 해외 주재원이나 외국계 기업 직원, 부유층이 개인적으로 수입해 사용했습니다. 정부의 수입 규제로 일반 가정에서는 보기 어려웠고 기기 한 대 가격도 매우 비쌌습니다. 비디오 플레이어를 구하기도 힘든 시대였기에 비디오테이프를 얻는 일은 더욱 어려웠습니다. 국내 제작 테이프가 없던 당시, 미군 PX나 해외여행자를 통해 밀반입되거나 미국·일본 TV 프로그램을 무단 녹화한 테이프가 암암리에 유통되곤 했습니다. 비록 불법이었지만, 비디오는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부유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대망의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의 비디오 시장도 서서히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1980년, ‘민병철 생활영어’에서 미국 현지 촬영 영어회화 비디오를 국내 최초로 출시했고 이어 ‘보림출판사’가 골프교실 비디오를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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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에는 삼성과 금성 등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VTR 생산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VTR 보급이 서서히 늘고, 1981년부터 영화 비디오가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비디오 대여점이 아직 드물던 시기였습니다. 이때 금성에서는 VTR을 구입한 고객에게 자사 영화 비디오테이프를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아쉽게도 증정용 테이프는 무작위 제공으로 특정 작품을 선택할 수 없는 방식이었습니다. 덕분에 소피 마르소의 <라붐> 테이프를 받은 친구들은 학교에서 큰 자랑을 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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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에는 CIC, WARNER, RCA/COLUMBIA, CBS/FOX 등 해외 주요 배급사들이 잇달아 국내에 진출하면서, 비디오 대여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맞이했습니다. 특히 파란색 케이스로 유명한 CIC는 <빽 투 더 퓨쳐>,<인디아나 존스>, <이티>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명작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CIC 영화는 다 재미있다”는 인식을 남겼습니다. 어쩌면 한국 최초의 ‘믿고 보는’ 브랜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시기 영화 잡지 『스크린』, 『로드쇼』는 1980년대 말부터 꾸준히 신작 비디오를 지면에 소개했고, 이어 월간 『비디오』, 『비디오플라자』 같은 비디오 전문 잡지들도 잇따라 창간되었습니다. 또한 1993년 10월 29일, 홍은철 아나운서와 故 정은임 아나운서가 진행한 국내 최초의 비디오 전문 TV 프로그램 〈비디오 산책〉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1994년 10월 23일, 제목을 〈출발! 비디오 여행〉으로 바꾸었고 2025년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MBC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디오가 사라진 시대에도 여전히 ‘비디오’라는 이름을 지켜온 프로그램이니만큼 그 시절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한 소중한 문화적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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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현재는 언제 어디서나 영화를 볼 수 있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시대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 대여 시장은 거의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 많던 비디오테이프와 비디오 가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보고 싶던 영화의 테이프가 대여 중으로 뒤집혀 꽂혀 있을 때 느꼈던 아쉬움, 케이스 뒷면의 줄거리와 스태프 정보를 꼼꼼히 읽으며 어떤 영화를 빌릴지 고민하던 설렘, 고대하던 비디오가 반납됐다는 소식에 가게로 전력질주하던 순간의 두근거림 ? 그 모든 기억들은 이제 지난 시대의 따뜻한 풍경으로 남아 있습니다. 비록 비디오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 담겼던 기다림의 즐거움과 아날로그적 감성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 한쪽에서 조용히 재생되고 있습니다.
한때는 한 편의 비디오가 당신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고 했지만, 지금 그 수많은 비디오테이프들은 “이젠 필요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통이나 소각장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 속 어딘가에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누군가의 책장 한켠에, 서랍 속에 조용히 보관된 채로요. 이 책은 그렇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비디오테이프의 흔적들을 한데 모은 기록입니다. 특히 36명의 필자가 참여한 ‘나의 비디오 이야기’ 칼럼을 통해 비디오와 함께했던 웃기고, 즐겁고, 슬프고, 감동적인 순간들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은 잊힌 기록매체를 기록한 책 『20세기 레트로 아카이브 시리즈 3: 비디오테이프』를 펼치며, 비디오테이프를 비디오데크에 밀어 넣던 그 두근거리는 순간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2025년 11월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 최지웅
목차
서문
작품 해설과 함께 1981-1999 국내에서 출시된 VHS 비디오테이프 589편 수록
My Video Story 에세이
필자(수록순)
안규찬, 김범상, 이진원, 김지운, 김도훈, 박소연, 조창범, 이진숙, 이경미, 유성관, 이은선, 김봉석, 김난숙, 김세윤, 김태주, 이화정, 박지예, 곽신애, 백인선, 김종관, 김신형, 이엘, 주희, 황석희, 정성일 임유청, 박세호, 심재명, 진명현, 박정민, 고영진, 김현수, 조계영, 백준오, 이래경, 임필성
칼럼
비디오의 시대 = 주윤발의 시대
필자 주성철
Video Kids 사진 에세이
필자 김준, 백준오, 김신형, 김새벽 공인정, 제신영, 김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