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십 대에 겪은 사고로 콩팥 수술을 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고 당시의 상황, 수 번의 입원, 수만 번의 투석 생활 동안 겪은 몸과 마음의 변화를 담담한 문체로 기록했다. 이 책은 성실한 매일의 일지보다는 간헐적이고 산발적인 메모에 가깝다. 몸과 마음에 새겨진 기억이 삶을 한구석으로 몰아넣을 때마다, 손에 꼭 붙들고 꺼내 읽게 되는 쪽지와도 같다.
출판사 리뷰
기억은 온전치 않다. 대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흐릿해지고, 깎이고, 흔들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하지만 개중 몇몇은 마치 숨이 붙은 것처럼 영영 남아서, 존재 자체를 온통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 끈질긴 몇몇이 순수와 기쁨만으로 가득하면 좋겠건만! 애석하게도 더 오래 더 선명히 남는 것은 언제나 고통과 절망의 순간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우리를 괴롭게 하는 기억만큼이나, 회복시키는 기억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아주 사소하고 낡은 순간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마치 엎어진 물컵처럼 벌어져 버린 그 사고를 부정하거나 왜곡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삶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고야 마는 사건들의 연속임을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살아내기로’ 결단한다. 무덤 같은 머릿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기억-어머니와 손잡고 거닐던 고향의 오솔길, 타자와 진심으로 통했던 짧은 대화, 욥기에의 묵상, 혹은 길가에 피어있는 풀꽃의 감동-을 끄집어내면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게 기억을 돌아보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사랑이 아주 어린 시절부터 본능적으로 간직해 온 것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하여 더는 고통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 속 찰나의 순간에 깃들어 있는 사랑으로 나아가겠노라 선언한다. 이 책에는 생생한 고통과 선명한 절망의 기억이 들어 있지만, 동시에 그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시간 역시 오롯이 담겨 있다. 잊고 싶은 기억과 동행하며 살아내는 법이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김은지
작가 소개
지은이 : 조희조
스물다섯, 한 사건으로 급성에서 만성이 된 콩팥 때문에 혈액투석을 받았고 3년 뒤 은혜로운 이식생활을 시작해 적당한 10년을 즐기고 다시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그래서 몇 년 전, 잠시 멈추기로 했고, 쉼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며 ‘진정으로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임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병든 자의 삶으로 신앙인의 기틀을 살아가고 있을 뿐, 그런 ‘만족’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의 단편기다.
목차
1부
일이관지 - 꿰뚫다
뒤안길
혼자 사는 신앙
아전인수격 신앙 탈피
동일화, 겉과 속
인생, 스승이 되거라
살아내기
당신의 사랑은 와인보다 낫습니다
삶, 바람이 부추긴다
야훼의 손
상남자 베드로
빛을 보고 계신다
어둠은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
자란다
강한 것은 부드러운 것이란다
당당하게 말해
인자(人子)로 살다
통전적 교육가, 예수
선생을 만나면, 쉬워진다
부재(不在)의 숲에서 고백하다
2부
괴리는 있지만 결별은 아니다
또렷한 기억이 흐려지지 않은 것은
쉴만한 물가
배우고 배우며 배우는 사람이길 바란다
대중적 매력은 없지만 나만의 매력은 있다
감탄, 감격의 탄성
자연지기(自然之氣)
견딤이란다
죽음이 꿈같으니
진짜 능력은 사랑에서
울게 한 자를 위해 기도하는 힘
지렁이 같은, 신비
허무를 이기는 비결, 지금을 보다
중심에서 변방으로
떠남이 던진 불안
교감의 힘
잠의 평안
도라지꽃, 기억을 그리다
길 위의 사람
잘 살다가 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