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권수찬 시인의 시집 『오늘 당신의 장례엔 눈이 내리지』가 시작시인선 0544번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문학의 오늘』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탁월한 이미지 구성과 시적 완결성으로 일찍이 주목받아왔다. 그의 시는 “우리 시대 힘겹고도 아름다운 생의 구체성”을 개성적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 시집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한층 섬세하고 심화된 양상으로 드러난다.
출판사 리뷰
권수찬 시인의 시집 『오늘 당신의 장례엔 눈이 내리지』가 시작시인선 0544번으로 출간되었다.
2014년 『문학의 오늘』 신인상으로 등단한 그는 탁월한 이미지 구성과 시적 완결성으로 일찍이 주목받아왔다. 그의 시는 “우리 시대 힘겹고도 아름다운 생의 구체성”을 개성적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 시집에서도 이러한 특성이 한층 섬세하고 심화된 양상으로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경험에 바탕을 둔 현대 삶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시인 특유의 세계 인식과 언어, 이미지를 통해 흔들리는 인간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환기한다. 21세기 첨단 문명 속 삶을 리얼하게 포착하면서도, 인간 존재의 근원적 뿌리와 우주 창생의 시원까지 탐색한다.
시인의 구체적인 삶에서 우러난 솔직한 언어와 인상적인 이미지로 직조된 시편들은 읽을수록 다층적이고 묘한 깊이를 드러내며, 삶과 인간을 그 어떤 틀로도 단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이는 독자들에게 자신과 시대를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첨단 문명 시대의 고뇌와 인간 존재의 영원한 질문을 담아내는 권수찬 시인의 시는 우리 시대에 필요한 중요한 시적 전언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대의 물음을 끌어안은 권수찬 시인의 행보에 우리가 주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늘 당신의 장례엔 눈이 내리지
당신의 영혼은 당신 것이 아니었어
새벽의 하현달은 비껴갔지
삼 일 동안 내내
거리의 구름 되어
흘러 다녔지
낡은 침낭 속으로
결여된 바깥
당신의 감정은 처리되지 못하고
주절주절 오만함이
저체온으로 저장되고 있었지
단지 무생물처럼
검은 외투에 의지한 채
흘려보낸 기억
사람들은 곁눈으로 훔쳐보곤 했지
밤이면 주술처럼 출렁대는 뱃속의 화음
그럴 때 벽면에 낙서를 두서없이 갈겼지
사각지대에 드리워진 그림자들
당신의 행위는
그대로 너부러진 흘림체였지
회색의 계절은 새로운 장엄을 준비하기 위한
옹색한 조율이었다는 걸
그 여정을 불사르던 멋진 놈이 당신이었지
어색함을 걸쳐놓은 듯 반절의 웃음
전염처럼 옮아 붙는 습지의 어둠
무거운 휴일은 몽환으로 빛났지
새벽녘 젖은 돌마냥
쭈그러진 존재 하나
무관심이 축복이었는지 몰라
당신의 유언은 그렇게 굳어가고 있었지
바닥 위로 흐르는 시간
오늘 당신의 장례엔
조용히 눈만 내리지
작가 소개
지은이 : 권수찬
전북 남원 출생.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2014년 『문학의 오늘』로 등단.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한식제(寒食祭) 13
상가(喪家)의 달 14
새를 깨우다 16
잠든 이불 18
토요일, 잃어버린 도시 21
그 겨울, 떠나는 날 22
단단함을 빠져나가다 24
거꾸로 부풀기 26
입춘경(入春經) 28
반짝거린 다음에 30
오늘 당신의 장례엔 눈이 내리지 32
고등어 굽는 여자 34
나비의 거리 36
늦은 마트38
어머니의 입구40
제2부
기저귀 43
새벽 강 44
오후 해안 시장 46
고양이와 밀당 48
엄마의 달 50
문 속의 문52
빗속 플라타너스 54
지하 장마 56
거미 그림자 58
기억 속 화단 60
람 62
목련 유산 64
유년의 다락 66
돌고 돌아68
제3부
현기증 73
저녁 사물의 소리 74
어둠 속 풍경 76
달콤한 잠78
붉은 담장 80
걸쳐진 나무 82
닭칼국수와 대화법 84
동면기 86
가을, 기찻길 표지에서 88
그 집엔 아무도 없었다 90
자정의 나무92
빈집에 들러 94
막사 안 96
우리의 저녁 98
노견 100
꿈속의 길 102
제4부
빨간 눈 105
꽃으로 자라나기 위해 106
뿌리 깊은 집 108
새 110
매운 잔치 112
정중한 하루 114
다리 한쪽 의자 116
산밭 118
이웃은 눈치채지 못했다 120
은빛 이발 122
타이어 명상124
오리털 이불 126
공복 128
게임 속 저편 130
오래된 한 권 133
해 설
이경철 전망 없는 세대를 비추는 빛줄기, 최첨단 신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