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연안 지대〉, 〈화염〉, 〈숲〉에 이어 무아와드가 선보이는 〈약속의 피(Le Sang des promesses)〉 4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기존의 비극 시리즈와 달리 21세기를 배경으로, 도청·암호 해독·첩보전의 긴장 속에서 부모 세대가 남긴 상처와 침묵이 어떻게 다음 세대의 분노와 희생으로 이어지는지를 집요하게 그려 낸다. 고립된 요원들의 개인적 균열과 시대적 폭력이 교차하며, '과거를 외면한 세대가 미래 세대에 물려주는 고통'이라는 구조적 비극이 드러난다.
출판사 리뷰
도청과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시대의 분노와 고통
8개월 동안 외부와 차단된 채 임무를 수행하는 6명의 요원들. 그들은 테러를 막기 위해 암호 해독, 도청, 번역, 해킹 등 각자의 분야에서 정보를 수집하지만, 한 요원의 자살을 계기로 균열이 시작된다. 자살과 테러, 임신과 가족 단절, 풀리지 않는 암호와 의혹 속에서 개인적 고통과 공적 임무가 충돌하며 비극은 점점 깊어진다. 이 모든 고통의 근원이 세대 간의 단절과 상처의 대물림에 있음이 드러난다.
희생만을 강요하는 세대 간 복수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하늘〉은 세대 갈등이 낳은 구조적 비극을 21세기 정보전의 무대 위에 올린다. 부모 세대가 남긴 상처와 배신, 책임 회피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되고, 그 고통은 폭력과 죽음으로 이어진다. 젊은 세대는 이유도 모른 채 희생을 강요당하고, 기성세대의 침묵과 무책임은 단순한 개인의 불행을 넘어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파괴적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그들의 피와 눈물 위에서 또 새로운 세대가 태어난다. 이 작품은 “과거를 직시하지 않은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는 고통”이라는, 인류가 끊임없이 반복해 온 비극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피를 보세요. 누가 피를 흘리라고 지시하나요? 아버지, 아버지들! 누가 그 피를 흘렸을까요? 아들, 아들들! 사람을 죽이는 사람은 모두 아들을 죽이는 어떤 아들이죠.” (6쪽)
하늘, 대물림되는 고통이 울려 퍼지는 공간
〈하늘〉에서 하늘은 이상향이나 초월의 상징이 아니다. 그곳에는 도청과 감시로 포착된 목소리가 흩날리고, 피와 희생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젊은 세대의 분노와 울부짖음이 메아리친다. 현대 사회의 '하늘'을 보이지 않는 폭력과 상처로 가득 찬 공간으로 은유할 뿐이다. 작품 속 긴장을 고조시키는 테러리즘은 특정 종교나 정치 집단의 소행이라기보다 부모 세대의 침묵과 잘못된 선택이 낳은 분노가 젊은 세대의 파괴적 행동으로 이어진 결과임이 드러난다. 무아와드는 묻는다. 과거의 상처를 외면한 채 침묵을 선택한 세대가 남긴 짐은 누구의 어깨 위에 놓이는가. 그리고 그 무게는 언제까지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하늘〉은 첩보극적 장치와 세대 비극을 교차시키며,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은 우리를 피에 익숙하게 만들었죠. …당신들은 우리를 지켜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합니다 …최초의 슬픔도, 최후의 증오도 …자, 딸꾹질의 시대가 왔네요!” (5~6쪽)
남자 목소리 : 당신들은 우리를 피에 익숙하게 만들었죠.
발레리 마송 : 하늘이 당신의 피로 물들고 당신 육신의 살이 될 때.
발레리 마송 : 그들에겐 살기 위한 고통이 있어, 슬픔이나 무한한 고통을 닮은 불행이… 시로 표현되는 것…
작가 소개
지은이 : 와즈디 무아와드
1968년 레바논 중남부 지방 데이르 엘 카마르(Deir El Kamar)에서 태어났다. 내전으로 열 살 되던 해에 고국을 떠나 가족과 함께 프랑스 파리로 망명하지만 영주권 문제로 다시 1983년 퀘벡으로 떠나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고등학교 연극반에서 활동하던 중 선생님 권유로 캐나다 국립연극학교에 입학해 1991년 연기 전공으로 졸업한다. 1990년 첫 극단 '오 파를뢰르(Theatre O Parleur)'를 창단했고, 2000년에는 몬트리올을 대표하는 서푼짜리 극장(Theatre de Quat'Sous)에서 예술 감독을 지낸다. 2005년부터는 프랑스에 정착해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아비뇽 연극제 및 낭트 그랑테(Grand T) 극장에서 협력 예술가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파리 콜린국립극장을 이끌고 있다. 무아와드는 배우이자 연출가일 뿐만 아니라 극작가이기도 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극작에 힘을 기울이며 〈알퐁스〉, 〈연안지대〉, 〈파카맘보〉, 〈화염〉, 〈숲〉 등을 발표했고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직접 무대에 올렸다. 소포클레스 등 고대 그리스 작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자매들〉, 〈어머니〉등을 통해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 등 매해 한?두 작품을 무대에 올릴 만큼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희곡 외에도 《되찾은 얼굴》, 《심장 속의 포탄》, 《아니마》 등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캐나다 및 프랑스 정부, 프랑스 학술원, 프랑스 극작가협회 등이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다.
목차
나오는 사람들
1. 1. 딸꾹질의 시대
2. 2. 정원
3. 3. 보이지 않는 삶들의 지하경
4. 4. 프랑스어권 사무소
5. 5. 진술
6. 6. 화상 회의
7. 7. 천사는 혼자가 아니다
8. 8. 인간다운 삶들의 역동적인 다성음
9. 9. 젊은 세대
10. 10. 메리 크리스마스
11. 11. 고통
12. 12. 암호 해독
13. 13. 시간
14. 14. 진실
15. 15. 약속
16. 16. 불복
17. 17. 표적
18. 18. 기다림
19. 19. 빅터의 하늘
20. 20.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