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 문화콘텐츠그룹 시인보호구역(상임대표 정훈교)이 두 번째 ‘시옷시선’으로 차수민 시집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를 펴냈다. 시집에는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부림시장’, ‘태복산로13번길’, ‘보리섬’, ‘용호 바다’, ‘상리 한약방’, ‘광려천 연가’, ‘설법전 제비집 1·2’, ‘소계저수지’, ‘진영읍 참새미골’, ‘삼산교회’, ‘신마산 번개시장 장어국 사러 가는 피터팬’ 등 44편의 시와 인공지능 AI와 함께한 대표시 1곡의 음원이 실렸다.
□ 차수민 시인은 경남 고성군 삼산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첫 시집으로 『꽃삼촌』(2022년)이 있다. 이번 시집은 경남 고성을 중심으로 마산, 창원 일대의 지명과 인물, 생활언어를 따라 흐르는 자전적 서사시로, 지역성과 구술성, 여성과 가족의 생애사가 유기적으로 직조된 진정성 높은 작품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지역 문학이 가진 고유성과 보편성을 함께 안은 시집으로 지금, 여기 한국 시문학의 한 흐름에 새로운 결을 그려내고 있다.
□ 시인은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고 고백하며, 이 시집 전체를 삶에서 피어난 시, 또는 시로 써 내려간 기억의 연대기로 완성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광려천’, ‘상리 한약방’, ‘광려천 연가’, ‘소계저수지’ 등 구체적인 지명과 장소들을 바탕으로,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간에 깃든 이름 없는 것들의 존재를 역사적으로 포착하여 복원하고 있다.
제1부는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광려천이라 일컬어지는 삶 속을 들여다보면 춤을 추던 시절, 끓는 속, 말하지 못한 울음을 안은 채 살아온 여성들의 삶이 두텁게 퇴적되어 있다. 시집 자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라면, 1부는 애틋하고도 분명한 엎드림의 몸짓으로 출발한다. 땅 위에 엎드린 이름들, 서럽고 낮은 시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티눈」 등에서 우리는 시인의 정체성과 삶의 기원을 만나게 된다. 삶의 고단함, 노동이라는 생존과 필수성, 여성의 내력, 그리고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인 지명과 인물에 실려 생생하게 살아난다. 시장, 삼거리, 저녁밥상, 공장, 학원가, 간이식당 등 한국의 소도시와 시대를 묵묵히 살아내는 여성의 삶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장소들은 이 시집이 ‘회고’나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육성의 시라는 것을 말해준다.
제2부의 시는 삶의 증언이자 언어적 위령제, 그리고 여성·민중·지역에 대한 다층적 경의(敬意)의 표현이다. 그는 고성, 상리, 포교마을, 창명학원, 철마산성 등 구체적 지명과 역사 속 인물들을 불러냄으로써, 지역문학의 진정한 실천으로 나아간다. 특히 여성의 생애사와 전통적 돌봄의 노동, 그리고 지역에 뿌리 내린 언어와 시간의 리듬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단지 '기억한다'가 아니라, 기억 속의 존재들을 다시 ‘살려낸다’. 「창명학원」, 「철마산성」, 「조우억」, 「철성의숙 김형두」 등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사람들, 지워진 역사를 다시 세우려는 시적 복원이며, 이는 지역의 잊힌 서사를 발견하고 세대에게 전하는 문학적 행위로도 읽힌다. 이 부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들의 시간과 묻힌 이름을 되살리는 구술의 시학을 잘 보여준다.
제3부는 표제 그대로 광려천을 따라 흐르는 연가이다. 여기서 연가(戀歌)란 사랑을 담은 노래이자, 이별한 이들에게 보내는 노래다. 여기서 시인은 ‘절망은 아깝다’라고 쓰며, 버려지지 않은 감정의 잔여를 길어 올린다.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 「광려천 연가」, 「술 익는 차」 등은 부부, 친구, 이웃, 마을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변주를 담고 있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 관계는 부서지고 흐려지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회한이 얽힌 감정의 무늬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 부의 시들은 대체로 더 절제되어 있고, 기억과 감정의 간극 사이에서 울리는 침묵의 운율을 품고 있다. 「설법전 제비집 1, 2」에서는 절집의 제비 한 마리를 품는 마음이 시인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이 부는 떠나간 사람을 부르는 일이자, 남겨진 자리를 다독이는 노래다. 부재와 상실이 넘치는 세계에서 시인은 조용히 말한다. “그냥 앞서 걸어주실래요?”. 이는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사랑의 방식이자, 살아남은 자의 기도일 것이다.
제4부는 시집의 정서적 정점이자 모성의 서사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담은 감정의 수역이다. 「씨발 내가 그걸 몬해」,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소계저수지」, 「진영읍 참새미골」 등에서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징성과 물리적인 수고, 그리고 애틋함의 농도가 매우 짙게 드러난다.
시인은 “평생 쪼그린 봄이 와서 / 밥술도 뜨지 않는 손이 / 쑥을 더듬는다.”라고 말한다.
그 손은 시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운 손이며, 삶의 끝자락까지 자식의 안부를 먼저 묻는 손이다. 죽음을 다루되 절망하지 않으며, 사라진 사람들을 시로 다시 세운다. 이는 이 시집 전반에 걸친 주제의식이며 미덕이기도 하다. 「할메 빨래방」, 「신마산 번개시장 장어국 사러 가는 피터팬」,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이 부는 삶의 주변부, ‘등장하지 않는 이들’을 시로 호명하며 시인의 애정과 연민을 끝까지 밀고 간다. 그리하여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땅과 시간을 엎드려 견뎌온 모두에게 바치는 연서로 마무리된다. 끝내 시가 되어 남은 것들, 어머니라는 이름의 강을 곡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 시인의 표제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이 시집 전체의 정서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엎드려 운다’는 말은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 몸으로 감당하는 슬픔, 그리고 그 슬픔을 받아 안는 시간과 공간의 구체성을 드러낸다. 시인은 광려천이라는 지역적 지명 위에 자신의 삶을 눕힌다. 엎드림은 절망이 아니라 천천히 눕는 애도의 몸짓, 삶의 지형에 붙어 서서히 적셔지는 방식의 울음이다.
□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공간과 인물의 유기적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성, 마산, 통영, 상리 등 경남 지역을 무대로 삼는 시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이 살았던 방식이자 말을 건네오는 공간이다. 또한 이 시집에서 가장 선명한 울림은 ‘엄마’라는 말에 있다. 대대로 이 땅의 여성은 무질서한 말 대신, 단단한 행동과 몸짓으로 삶을 살아내는 강인한 존재다. 이 시집은 여성적 서사와 노동의 기록이기도 하다. ‘눈물 밀고 있어요’라 말하는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의 우리가 아는 여성들은 자주 안경을 고쳐 쓰거나, 눈을 감거나, 말을 아끼거나 한다. 하지만 그 모든 행위는 결국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끌어안은 존재의 깊이로 이어진다. 그것이 이 시집의 아름다움이자 통증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어떤 것이 진동하면 우주 전체의 전자가 그것과 공명한다고 했으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번 차수민의 시에 등장하는 모든 대상은 하나의 우주처럼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시로 직조한 구술의 기록이자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지역의 서사와 여성의 삶, 이름 없는 존재들의 호명이자 복원기이다. 한국문학관협회 회장이자 문학평론가 김종회는 “차수민의 시는 청랑하고 순후하다. 시인은 어느결에 일상이 시가 되고 시가 일상이 되는 ‘생활문학’의 면모를 익혔다. 동시에 전설 같은 옛날이 오늘 가운데 있고 생기발랄한 오늘이 저 고색창연한 옛날에 잇대어 있는, 우주론적 입체성의 시가 그의 것이다.”고 평한 바 있다.
고성문인협회 회장을 지냈던 시인 손수남은 추천사에서 “차수민 시인은 삶의 힘듦을 오히려 에너지로 삼고 가족과 공동체를 품어 실천하는 사랑이 면경처럼 환하다. 비유든 상징이든 아이러니든, 시가 환기하는 것은 깨달음일 것이다. 남모른 숨구멍을 내놓고 썰물을 기다리는 바지락이듯 고단한 현실의 삶을 시로 바꿔 숨을 쉬며, 견디며, 기다리며 부지런히 세상에 동의를 구하는 시인이다.”라고 말한다.
내 첫 시집은
세상 불 데인 살가죽 하고 사는
집 앞 광려천 산책 쉬이 못 나오는
진찬이 손에 쥐여주는 꼬깃 손편지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 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중에서
차수민 시인에게 이번 시집은 ‘사는 것이 시’라는 말이 얼마나 진실한지, 얼마나 아름답고 깊은 문장이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명인 셈이다. 시집은 울음의 리듬, 몸의 언어,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시 채워진, 따뜻하고도 아프며, 애틋한 삶의 편지이다. 그리하여 이 시집은 결국, 우리가 한 번쯤 엎드려 울고 나서야 꺼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 생애기록이며 우주적 서사이다.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차수민 시인은 경상남도 고성군 삼산면에서 태어나, 경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6인 공동시집 『양파집』(2020년, 시학)과 계간 《여기》 시부문 신인상(2021년)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첫 시집 『꽃삼촌』(2022년, 시학)이 있다.
시인의 말
친절하지 마라
깊이 품지도 마라
다 사랑치 않아도 되니
시야,
춤추라
BOOK 소믈리에가 말하다!
시를 마시는 데도 적정한 온도와 시간이 필요하다. 익숙한 온기, 낯선 떫음, 느릿한 울림.
오늘 당신께 권할 차수민의 시집은 땅과 몸, 기억과 눈물로 빚은 ‘구술의 미학’이자 ‘우주적 서사’를 품고 있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작은 시골 읍내의 오래된 골목, 시장통의 굽은 허리, 쑥을 뜯는 손, 오래 삭힌 이름들에서 피어난 시이다. 이 시집은 첫 문장에서부터 바닥에 엎드린다.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러나 땅을, 하늘을, 사람을 통째로 감싸 안은 자세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이 문장 하나로, 시인은 시가 품어야 할 자세를 단순하면서도 명료하게 선언한다.
말이 아닌, 숨
설명 대신, 손
기억 대신, 눈빛
여기 실린 시편들은 이름을 갖지 못한, 이미 지워진 당신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낸다. 이 시집에선 중심에 등장하지 않았던 이들이 중심이 된다. 또한 잊힌 당신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고, 비로소 ‘시’가 된다.
이 시집은 이런 당신께 추천한다.
시가 어렵다는 말에 망설였던 사람
잊고 싶지 않은 얼굴이 있는 사람
가난한 말, 서러운 몸, 눈물의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아직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은 사람
오늘, 당신의 문장으로 이 시집 한 권을 마셔보면 어떨까.
울컥하다가, 미소짓고, 또 잠시 엎드려 이름을 더듬는 일.
당신은 그 후에야 비로소, 당신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제1부는 시집의 제목과 동일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를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광려천이라 일컬어지는 삶 속을 들여다보면 춤을 추던 시절, 끓는 속, 말하지 못한 울음을 안은 채 살아온 여성들의 삶이 두텁게 퇴적되어 있다. 시집 자체가 누군가에게 건네는 편지라면, 1부는 애틋하고도 분명한 엎드림의 몸짓으로 출발한다. 땅 위에 엎드린 이름들, 서럽고 낮은 시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시」,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티눈」 등에서 우리는 시인의 정체성과 삶의 기원을 만나게 된다. 삶의 고단함, 노동이라는 생존과 필수성, 여성의 내력, 그리고 이름이 호명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구체적인 지명과 인물에 실려 생생하게 살아난다. 시장, 삼거리, 저녁밥상, 공장, 학원가, 간이식당 등 한국의 소도시와 시대를 묵묵히 살아내는 여성의 삶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장소들은 이 시집이 ‘회고’나 ‘기록’이 아닌, 살아 있는 육성의 시라는 것을 말해준다.
제2부의 시는 삶의 증언이자 언어적 위령제, 그리고 여성·민중·지역에 대한 다층적 경의(敬意)의 표현이다. 그는 고성, 상리, 포교마을, 창명학원, 철마산성 등 구체적 지명과 역사 속 인물들을 불러냄으로써, 지역문학의 진정한 실천으로 나아간다. 특히 여성의 생애사와 전통적 돌봄의 노동, 그리고 지역에 뿌리 내린 언어와 시간의 리듬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인은 단지 '기억한다'가 아니라, 기억 속의 존재들을 다시 ‘살려낸다.’. 「창명학원」, 「철마산성」, 「조우억」, 「철성의숙 김형두」 등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이름 없는 사람들, 지워진 역사를 다시 세우려는 시적 복원이며, 이는 지역의 잊힌 서사를 발견하고 세대에게 전하는 문학적 행위로도 읽힌다. 이 부는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그들의 시간과 묻힌 이름을 되살리는 구술의 시학을 잘 보여준다.
제3부는 표제 그대로 광려천을 따라 흐르는 연가이다. 여기서 연가(戀歌)란 사랑을 담은 노래이자, 이별한 이들에게 보내는 노래다. 여기서 시인은 ‘절망은 아깝다’라고 쓰며, 버려지지 않은 감정의 잔여를 길어 올린다. 「광려천에서 정화를 만나면」, 「광려천 연가」, 「술 익는 차」 등은 부부, 친구, 이웃, 마을 사람들에 대한 마음의 변주를 담고 있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 관계는 부서지고 흐려지지만, 그 속에서 사랑과 회한이 얽힌 감정의 무늬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 부의 시들은 대체로 더 절제되어 있고, 기억과 감정의 간극 사이에서 울리는 침묵의 운율을 품고 있다. 「설법전 제비집 1, 2」에서는 절집의 제비 한 마리를 품는 마음이 시인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이 부는 떠나간 사람을 부르는 일이자, 남겨진 자리를 다독이는 노래다. 부재와 상실이 넘치는 세계에서 시인은 조용히 말한다. “그냥 앞서 걸어주실래요?”. 이는 시가 우리에게 건네는 사랑의 방식이자, 살아남은 자의 기도일 것이다.
제4부는 시집의 정서적 정점이자 모성의 서사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담은 감정의 수역이다. 「씨발 내가 그걸 몬해」, 「어머니는 엉덩이로 봄을 밀고 계셨다」, 「소계저수지」, 「진영읍 참새미골」 등에서는 어머니라는 존재의 상징성과 물리적인 수고, 그리고 애틋함의 농도가 매우 짙게 드러난다.
시인은 “평생 쪼그린 봄이 와서 / 밥술도 뜨지 않는 손이 / 쑥을 더듬는다.”라고 말한다.
그 손은 시인의 마음을 일으켜 세운 손이며, 삶의 끝자락까지 자식의 안부를 먼저 묻는 손이다. 죽음을 다루되 절망하지 않으며, 사라진 사람들을 시로 다시 세운다. 이는 이 시집 전반에 걸친 주제의식이며 미덕이기도 하다. 「할메 빨래방」, 「신마산 번개시장 장어국 사러 가는 피터팬」, 「엘리베이터」에 이르기까지 이 부는 삶의 주변부, ‘등장하지 않는 이들’을 시로 호명하며 시인의 애정과 연민을 끝까지 밀고 간다. 그리하여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땅과 시간을 엎드려 견뎌온 모두에게 바치는 연서로 마무리된다. 끝내 시가 되어 남은 것들, 어머니라는 이름의 강을 곡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 시집은 삶의 깊은 바닥에서 건져 올린 말들로 가득하다. 조용한 강처럼 흐르지만, 그 바닥엔 오래된 이름들과 잊힌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는 단지 한 시인의 개인적 기억이 아니다. 이 책은 고향의 말, 어머니의 몸짓, 시장 골목의 삶, 늙은 노동자의 손, 이름도 없이 죽어간 이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끌어안고 있다. 시인은 삶을 말로 꾸미지 않고, 낮은 자세로 엎드려 바라본다. 그래서 이 시집은 울지 않아도 울리는 힘이 있고, 말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진심이 있다. 읽다 보면 당신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를 것이다. 함께 밥을 먹던 누군가, 곁에서 묵묵히 일하던 엄마, 이름 없이 스쳐 간 수많은 이들. 그들을 위한 시 한 편이 이 책 속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누군가가 그리운 날,
조용히 꺼내어 낮게 읊조리며 읽어보길 권한다. 이 시집은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이 당신 곁에 조용히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경옥아 보고 싶다 시외버스 오른쪽 옆면 광고 글 많은 경옥이 얼마나 설ㅤㄹㅔㅆ을까 경옥이 동네는 시끌시끌했겠지 그녈 아는 친구 건너 건너 한 문장 시를 쓴 사람
제1부_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꿈은 꾸었어도
이뤄질지 몰랐다
내 첫 시는 진찬이
시집을 맨 처음
받은 사람도 진찬이
너무 익은 것
설익은 것 있지만
천천히 내길 잘했다
다시 보니 내 시들은
사람 아니면 장소더라
시집 받은 그들이 고른
그냥 읽어 마음 간다는 시는
‘늑대일까 별에 바치다’
보리 수매는 거시기하나 재밌다 했고
남편은 자기가 나오는 낚시라는 시만 좋다며
다른 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고
대부분은
꼭 시가 너 같더라
첫 시집은
너머 계신 아버지께 올리는
태나는 양복 보루 담배 탁주 주전자
내 첫 시집은
세상 불 데인 살가죽 하고 사는
집 앞 광려천 산책 쉬이 못 나오는
진찬이 손에 쥐여주는 꼬깃 손편지
지금은 땅 엎드린 풀잎들이지만
한때 비 내리고 천둥을 일으키는 하늘이었다
꽃삼촌은
별거 없지만
뭐가 많이 없는 내겐
삼켜 넘길 수 있는 밥알이 많아졌다
- 시 「광려천 물풀이 엎드려 울었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