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대통령직은 바뀌지 않았다”
현대 미국을 배회하는 두 유령,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
파괴된 민주주의와 곤경에 빠진 체제를 되살릴 길을 찾아
미국도 한국도 다시 주목해야 하는 헌법 가치와 제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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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박감 가득한 이 책은 민주주의 수호자가 해야만 할 가치 있는 행동을 제시한다.”
아이라 카츠넬슨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정치학
“심도가 지닌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지 않으려면 제도적 설계와 관계를 체계적으로 재구상해야 한다.”
브라이언 쿡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명예 교수?행정학
“트럼프는 예외가 아니다” ― 대통령학 권위자들이 분석하는 대통령제와 민주주의
2024년 12월 3일, 한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 2025년 4월 2일,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인상을 선언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결과가 평범한 시민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두 나라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내세워 정당성을 주장하고 헌법 가치를 강조했다. 법치를 파괴하고 포퓰리즘에 기댔다. 그러니 미국의 오늘은 한국의 어제다. 대통령을 잘 뽑으면 정치가 달라질까? 좋은 대통령이 중요하니 ‘낡은 공화주의 가치’를 버리고 ‘강력하고 위계적인 대통령 중심 민주정’을 받아들여야 할까? 입법부와 사법부는 대통령에 종속돼야 할까? 대통령 한 사람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안 되는 걸까?
《두 유령》은 인물이 아니라 역사와 제도에 초점을 맞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사례로 삼아 ‘딥 스테이트(deep state)’와 ‘단일 행정부(unitary executive)’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와 현실을 살펴보고, 정치하는 인간을 둘러싼 게임 규칙인 제도에 주목한다. 세계적인 대통령학 권위자 스티븐 스커러넥(예일 대학교 정치학·사회과학 석좌 교수), 존 디어본(밴더빌트 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데스먼드 킹(옥스퍼드 대학교 너필드 칼리지 연구 교수 겸 미국정부학 석좌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며, 대통령 직위를 둘러싼 제도 배치가 민주주의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직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뜬금없이 나타난 외계인이 아니며, 오늘날 대통령직이 겪는 변화를 잘 보여 주는 교본일 따름이다. 대통령제 민주주의를 채택한 미국과 한국은 똑같이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라는 이 ‘쌍둥이 유령(phantom twins)’에 포위돼 있다. 탄핵 남발, 부정 선거 음모론, 검찰 장악, 폭력 사태, 대행 임명과 코드 인사, 정치 사법화도 판박이다. 그럼 파괴된 민주주의와 곤경에 빠진 체제를 되살릴 길도 닮지 않았을까? 《두 유령》은 이 물음에 답한다.
미국을 배회하는 두 유령 ―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를 둘러싼 역사와 제도
‘딥 스테이트’란 튀르키예나 이집트 등에서 정치를 통제하는 군부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인데, 트럼프는 의미를 확장해 행정부 안에서 대통령에게 저항하는 비밀 네트워크로 규정한다. ‘심층 국가’로 번역하기도 한다. ‘단일 행정부’ 이론이란 대통령과 행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법 조항과 선거 결과를 양손에 쥔 채 트럼프는 극단적 양극화와 파당 정치를 토양 삼아 대통령이 모든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체제가 진짜 민주주의라고 강조한다.
정당과 대통령 행정부를 초월하는 밀집된 행정 기구에 기반한 ‘딥 스테이트 음모론’과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직접적 관계를 보여 주는 ‘단일 행정부 이론’은 ‘민주적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을 매개로 연결된다. 트럼프는 이 둘을 이어 붙여 자기는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대통령이지만 자기를 싫어하는 적들은 국가 심층에 눌러앉아 민주적 지도자를 방해하는 악이라는 수사를 완성한다. 미국 국가에 딥 스테이트라는 낙인을 찍으면서 충성을 기준으로 삼은 코드 인사와 대행 임명, 대중 동원 기예를 활용해 대통령직과 행정부를 사유화한다. 결국 단일 행정부 이론과 딥 스테이트 음모론은 서로 소환하는 한 쌍이 된다.
저자들은 이런 논의를 배경으로 2부에서 단일 행정부와 딥 스테이트 사이에 벌어진 대결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5장 〈참모진의 심층〉은 공화당 기득권 세력과 포퓰리스트 반란 세력이 맞붙은 백악관 참모진을 돌아본다. 딥 스테이트는 무역 협정 초안을 훔치고 충성파가 보낸 서한을 중간에 막아선다. 6장 〈규범의 심층〉은 대통령이 내린 지시와 정부 기관이 수행하는 행동이 충돌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한 문제와 힐러리 클린턴을 기소하는 사안을 두고 연방수사국하고 충돌하는데, 트럼프가 볼 때 자기 뜻을 거스르는 이들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미국을 망치는 딥 스테이트 도당일 따름이었다. 7장 〈지식의 심층〉에서는 단일 행정부와 과학이 부딪친다. 트럼프는 정치에 상관없이 중립 지대에서 존중받아야 하는 과학에 개입한다. 기상 예보와 환경 규제를 둘러싸고 기상청과 환경보호청을 겁박하며, 자기가 선호하는 정책에 안 맞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농무부 산하 국립식량농업연구소와 경제연구소를 워싱턴에서 캔자스시티로 쫓아낸다. 대통령이 보유한 임면권을 둘러싼 갈등은 8장 〈임명의 심층〉에서 조명한다. 트럼프는 ‘대행이 좋다’는 말까지 하면서 전문성, 경력, 독립성이 아니라 충성도를 기준으로 사법부와 정보기관을 비롯한 여러 국가 기관을 좌지우지한다. 9장 〈감독의 심층〉에서 단일 행정부는 의회를 상대로 싸운다. 의회가 주도한 탄핵 과정에서 많은 하위 공무원이 증언에 나서자 트럼프는 딥 스테이트가 마침내 실체를 드러내고 선거로 당선한 대통령을 쫓아내려 마녀사냥을 벌인다며 여론전을 펼친다.
“헌법에 집착하지 마라” ― 대통령 권력의 개인화와 곤경에 빠진 공화국의 미래
저자들은 해답이 반드시 헌법에 들어 있다는 믿음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의존한 정치적 해결책이 고갈된 현실을 알려 주는 또 다른 징후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단일 행정부를 꿈꾸는 대통령의 야망과 훌륭한 통치 역량을 지닌 당사자이지만 오만해지기 쉬운 딥 스테이트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탁월하게 통찰하면서 곤경에 빠진 민주주의 체제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라는 쌍둥이 유령은 헌정 체제의 그늘을 배회하며 모호한 헌법 속에서 서로 불러낸다. 대통령이 단일 행정부, 곧 대통령 개인이 행사하는 위계적 통제를 고집하면 행정 요원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의회가 강제 명령을 수단 삼은 지배에 맞서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을 부여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행정 요원이 위계적 통제에 저항하면, ‘최고’ 행정관인 대통령은 ‘격노’해서 선거를 거쳐 부여된 권한을 보장하고, 행정부 단일성을 제고하고, 대통령 개인에게 복종하라고 더욱 첨예하게 주장한다. 헌법 조항만으로 상황을 깔끔히 해결할 수는 없다. 이런 난제는 헌법 구조 자체에 뿌리박혀 있으며, 권력 분립 원리와 견제와 균형 원리 사이의 긴장 속에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헌법 외적인 제도 배치를 바탕으로 현실을 수용했다. 19세기에는 정당 정치를, 20세기에는 행정 영역을 거친 협치를 매개로 삼아 통치했다. 따라서 저자들은 21세기 미국인도 새로운 제도 배치를 창조적으로 구상하자고 제안한다. 권력 분립, 그리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을 구성하는 두 원리와 공화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방법은 헌법에 집착하는 태도하고는 무관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부터 협치를 부정하고 대통령직을 개인화하는 흐름이 이어지기는 했지만, 19세기 말 정당 정치에 닥친 위기가 20세기 관리 행정을 거쳐 해결된 사례처럼 21세기에도 새로운 해법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미국 역사에서 지침을 찾자면 헌법 틀 안에서 파당적 분열을 봉합하고 행정부 부처 간 협력을 증진하는 제도적 혁신이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심도가 지닌 가치를 상실하지 않으려면 제도적 설계와 상호 관계를 체계적으로 재구상해야 한다는 결론은 미국 공화국을 구성하는 모든 성원이 주목할 만하다.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는 한국이 놓인 현실을 설명하는 데도 꽤 쓸 만하다. 민주적 대표를 자임하는 정치인들은 관료 집단을 공격하고 관료 집단은 자기들만 누리는 이익을 위해 납득하기 어려운 사보타주를 한다는 구도는 《두 유령》에서 다루는 사례들하고 별반 다르지 않다. 역사도 문화도 등장인물도 확 다른 두 나라에서 비슷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이유는 대통령제 민주정이 취하게 되는 기본 구도 때문이다. 구체적인 제도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나 대통령이 민주적 정당성과 헌법적 정당성을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한, 그런 자원을 이용해 여당을 완벽히 장악하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 한, 현대 국가의 심층이 민주적 위임을 제외한 여러 보조 수단을 요구하는 한, 대통령직에 적용되는 원리는 똑같기 때문이다.

《두 유령》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인물이 아니라 역사와 제도에 초점을 맞춘다. 정치란 인간의 일이지만 정치판 속 인간은 기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게임의 규칙인 제도에 주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며, 대통령 직위를 둘러싼 제도들의 배치가 어떻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준다. 곧 이 책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통령직에 주안점이 있다. 트럼프는 외계인이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가 저지르는 기행은 대통령직의 변화를 보여 주는 교본으로도 손색이 없다.
딥 스테이트와 단일 행정부는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미국 정부 설계에서 추론된 명제다. 우리는 이 둘을 ‘쌍둥이 유령’이라고 부른다. 헌정의 그늘 속을 배회하며 헌법의 모호함 속에서 서로 불러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단일 행정부, 곧 대통령이 행사하는 위계적 통제를 고집하면 행정 요원은 저항할 수밖에 없다. 의회가 행정 관리자들에게 강제 명령을 수단으로 하는 지배에 맞서 자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을 부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행정 요원이 대통령 통제에 저항하면, 이번에는 ‘최고’ 행정관이 격노해 선거를 거쳐 부여된 권한의 보장, 행정부의 단일성, 행정 영역의 복종을 더욱 첨예하게 주장한다. 이런 상황은 헌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헌법 구조 자체에 뿌리박힌 문제이며, 구체적으로는 권력 분립 원리와 견제와 균형 원리 사이의 긴장 속에 자리 잡은 문제다. 역사에서 지침을 찾자면 가장 좋은 방법은 헌법 틀 안에서 분열을 봉합하고 부처 간 협력을 증진하는 제도적 혁신일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데스먼드 킹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너필드 칼리지 연구 교수 겸 미국정부학 석좌 교수(Andrew W. Mellon Professor of American Government)다. 주요 연구 주제는 미국 국가와 인종 불평등 문제다. 주요 저서는 《미국인의 형성(Making Americans: Immigration, Race and the Origins of the Diverse Democracy)》(2000), 《분리와 불평등(Separate and Unequal: African Americans and the US Federal Government)》(2007), 《지속 불가능한 미국 국가(The Unsustainable American State)》(2009, 공저), 《여전히 분열된 집(Still a House Divided: Race and Politics in Obama’s America)》 (2011, 공저), 《연준 권력(Fed Power: How Finance Wins)》(2016, 공저) 등이 있다. 유럽 학술원,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영국 학술원, 미국 사회보장학회 회원으로 선출됐다.
지은이 : 스티븐 스커러넥
미국 예일 대학교 정치학·사회과학 석좌 교수(Pelatiah Perit Professor)다. 2019년에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발리올 칼리지 산하 로더미어 미국연구소에서 초빙 교수로 활동했으며, 우드로윌슨 국제학술센터 연구 교수,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 미국 문명 석좌를 역임했다. 미국의 국가 제도와 정치 발전을 주로 연구한다. 주요 저서는 《새로운 미국 국가의 건설(Building a New American State)》(1982), 《대통령이 만드는 정치(The Politics Presidents Make)》(1997), 《미국 정치 발전 탐구(The Search for American Political Development)》(2004, 공저), 《정책 국가(The Policy State)》(2017, 공저), 《정치 시대의 대통령 리더십(Presidential Leadership in Political Time)》(2020, 3판) 등이 있다. 또한 학술지 《미국 정치 발전 연구(Studies in American Political Development)》를 공동 창립해 1986년부터 2007년까지 편집을 맡았으며, 《피비에스(PBS)》 미니시리즈 〈미국의 대통령(The American President)〉을 제작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지은이 : 존 디어본
미국 밴더빌트 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다. ‘캐럴린 토머스 로저스와 로버트 모스 로저스(Carolyn T. and Robert M. Rogers) 센터’ 연구 교수다. 주로 연구하고 강의하는 분야는 미국 대통령직, 의회, 미국 정치 발전, 미국 정치 사상, 아카이브 연구 방법이다. 《권력 이동(Power Shifts: Congress and Presidential Representation)》(2021)을 써서 2022년에 미국정치학회(APSA) 산하 대통령.행정부 정치 분과에서 주는 ‘리처드 엘리엇 네우스타트 상’을, 2023년에는 같은 분과에서 ‘떠오르는 학자상’을 받았다.
목차
시작하는 글 권력의 공간과 공간의 권력
1부 나와 우리
1장 몸의 정치 ― 내 공간의 시작이자 마지막
2장 헬스장 ― 몸 만들기, 내 장소 만들기
3장 집, 권력, 자본 ― 부동산 정치와 공간적 전략
4장 마을 만들기 ― 새마을운동부터 당근마켓까지
5장 도시가 예술가를 부를 때 ― 문화 경제 시대의 도구 또는 행위자
6장 축제가 끝나고 난 뒤 ― 지역 축제와 권력의 존재
7장 종교의 공간 전략 ― 장소 만들기와 장소 고치기 사이
8장 기억의 영토화 ― 왜 기억 공간은 싸움터가 되는가
9장 도시 공간 ― 분리와 통합의 정치
2부 국가와 사회
1장 선거 ― 공간과 정치가 만나는 핫플
2장 교통 ― 망을 둘러싼 참여 거버넌스
3장 신도시 ― 꿈과 현실 사이 불안한 실험장
4장 송도 이야기 ― 브랜드가 된 도시
5장 물 ― 선택적 소통과 전략적 침묵
6장 결혼 이주 ― 브로커 중매와 고달픈 노동 사이
7장 탈북 생태계 ― 경계지의 경계 긋기와 인프라 짓기
8장 섬 ― 별도 공간의 공간 전략
9장 풍수와 공간의 권력 ― 믿음, 통제, 그리고 장소 만들기의 경계
3부 나와 세계
1장 행복의 공간 정치 ― 북유럽의 행복, 중남미의 행복, 한국의 행복
2장 태백과 파독 광부 ― 자본과 국가에 휘둘리는 도시와 개인
3장 ○○ 도시 ― 도시 정체성 정치의 안과 밖
4장 이동의 젠더화 ― 노동과 적응을 둘러싼 공간 전략
5장 다문화 공간 정치 ― 이주민 장소와 교육 공간을 둘러싼 변화
6장 지정학 ― 권력을 위한, 또는 권력에 관한
7장 저항 공간 ― 정체성, 점거, 디지털
8장 핵 정글 정치 ― 미래 공간과 위험 인식 감수성
9장 계엄과 저항 ― 경계 긋기와 인프라 짓기의 공간 정치
맺는 글 권력과 공간을 다시 사유하기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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