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기쁨, 슬픔, 사랑, 행복, 불행의 고통까지도 영원하지는 않다.」
-본문 중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남자
*1
가을 햇살이 창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어느 날 오후, 점심을 먹고 들어온 사무실 직원들이 찻잔을 손에 받쳐 들고 옹기종기 모여 정다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직장이란 가끔 즐거움의 공간이 되기도 하지만 일에 찌들린 사람들의 고뇌와 고통으로 멍들어 아픔이 응어리진 곳이기도 하다.
이제 10년 차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동현은 넓은 사무실에서 희망으로 부풀어 오른 미래의 아름다운 꿈을 꾸던 시기였다. 주위에는 나이가 비슷한 동료들도 있지만 대부분이 직장 선배들이다.
그리고 그의 뒷자리에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말로써 그려내는 친구가 있었다.
열심히 일하고 많이 지껄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순수한 느낌이 드는 그런 사람이다.
붙임성이 좋은 그의 행동에서 친밀감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요즘 부쩍 활짝 웃는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주변 분위기도 즐거워질 때가 많았다.
여러 사람이 모여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좋을 때가 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서로 미워하고 험담하는 것을 즐기는 직원들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서로의 성장을 위해서 비판하는 것은 좋지만 확인되지도 않은 일로 서로 지독한 비방을 하면서 구렁텅이로 밀어 넣으려는 사람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장생활은 때로는 즐겁게 성취감도 느끼고 보람된 삶을 살기도 하지만 고뇌에 찬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평소에 말이 없던 직원이 내 곁으로 다가와 누군가의 흉을 본다. 요즘 조직 내에서 엄청 말이 많다는 것이다. 같은 부서에 있는 노처녀 직원과 정분이 나서 놀아나고 있다면서 유부남이 본처를 두고 몹쓸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입방아를 찧고 있어 듣기가 거북하다고 한다.
동현은 그 사람이 그렇게 바람을 피우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소문이 어떻게 흘러나오게 되었는지 매우 궁금했다. 의자만 살짝 돌리면 등 뒤에 앉아 있는 그 이름 이민우, 수시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진한 농담도 했던 그였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민우 씨, 요즘 미스 김과 연애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누군가 잘못 알고 한 말이겠지.”
“무슨 소리예요. 하느님이 화내실 말을 누가 그렇게 한 대요.”
“아니야. 나는 민우 씨 믿으니까 헛소문은 안 믿어.”
“빈총도 안 맞는 거보다 못하다는데 기분 나쁘네요.”
“헛소문이면 신경 쓰지 말아요. 자기 자신이 깨끗하면 그걸로 끝나니까.”
이렇게 그와의 대화는 끝이 났다. 동현은 이민우 그 사람은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복이 많은 가장으로 절대로 그런 일은 없으리라 믿고 싶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문수봉
전남 장성에서 출생하여광주살레시오고등학교(제1회)를 졸업했다.전남대학교 법과대학 행정학과 동대학원에서 석사, 산업대학원에서 공학석사, 동신대학교 일반 대학원에서 도시, 조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남도청 토지관리과장(부이사관)으로 명예퇴직 후 현재 ㈜장산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시와 수필, 소설로 문단에 등단하여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시집] 제1시집 『달 보고 별 헤며』제2시집 『빗방울 꽃』제3시집 『자연의 품속으로』[소설] 장편소설 『따이한의 사랑과 눈물』소설집 『삿갓배미 사랑』소설집 『영혼을 잃어버린 남자』[수필]제1수필집 『내 삶의 여백』제2수필집 『사랑과 증오의 갈림길』제3수필집 『바람에 뒹구는 낙엽처럼』[문집] 제1문집 『살아있음에 행복했네』제2문집 『한 송이 야생화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