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원래 비밀은 자신에게 남겨두는 것을 말해. 아무리 한밤에 둘이 엉겨 있어도 절대 바른말 하지 마! 다시는 얼굴 마주하고 춤추지 못해, 왜냐구, 그 이유를 알고 나면 넌 다시는 날 보려고 안 할 거야, 그 비밀은 결단코 이름이 없다는 것, 젊잖다는 모양새는 다중이 있을 때 얘기야, 유혹의 화신은 과연 어느 쪽일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과 정반대의 처지는 비교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말, 추억이 아름답다는 공통의 답을 두고도 서로 등을 보이기도 하는 게 절대 이상한 게 아니야. 조심해!
<친근한 오해>
노랑 발자국 하나 그물에 걸렸습니다. 반 백 년을 소리쳐도 대꾸 않더니 엊저녁 달 가림에 아뜩하니 그만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문밖 지킴이 야시골 여우가 대명 천에 숨어들어 여기 하중도에서 옷을 벗었다는 풍문입니다.
국채보상공원 그 무렵 헌병부대 담벼락 철조망에 엉긴 개나리의 샛노란 물도 추억 배낭에서 뛰쳐나왔다네요. 질투 박이 팔공의 범종 소리도 부산을 떨며 바랑을 챙겨 총총히 유채 밭에 좌정하고 정기를 퍼트립니다. 뭇 추억을 손짓하던 나른한 봄이 금호강 그르메에 잠시 등을 붙인다는 것이 그만 청보리에 시샘 당해버렸어요.
슬픈 노래는 멀리멀리 흘러갔습니다. 눈과 귀를 닮은 사람들이 금호강에 모여들어 정녕 목청껏 소리치는 꽃 詩 자랑. 詩 노래에 입술 익은 여인들이 줄을 잇습니다.
황화 코스모스가 詩人의 빨강 자전거랑 자웅을 겨루는 여기는 공산의 도포 자락에 젖은 대자연의 뾰두라지 ‘금호강변 하중도’랍니다.
<하중도의 빨간 자전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면 그곳이 아직 황무지인 것이 이해가 된다, 초자연적 현실을 비켜선 채 아직도 태초의 흉상으로 버티고 있다는 그것만으로 대답은 충분하다, 헐벗은 채 굶주림조차 피할 수 없다면 싸워야 한다, 내 것 네 것 구분 지을 필요 없이 시시각각 몰려오는 힘 그대로 풀어내면 병정의 수는 늘어나 우세를 장담할 수가 있다는 기본 전술이다, 전쟁은 인간이 신에게 도전한 첫 번째 배신이다, 그러나 태양도 별빛도 아직은 제 빛깔을 유지하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사바나의 이름값을 고스란히 하고 있다,
얼마 전 잔칫상에서 눈여겨본 횟감이나 육회는 아주 값싼 하등품이 분명해 보였다, 이곳에선 버려진 것이 자본이어야 손익계산이 빛을 발한다, 눈치도 혀끝에 매달고 보면 일순 맛을 당겨볼 수가 있다, 인성이 얕잡힌 상술에 빌붙어 몰염치해졌으니 조금은 건방지다, 뻐근한 상을 물리고 미리 챙겨둔 염소탕 진액 얘기가 그냥 진국이었다, 초원의 바위 동산에서 멋 부리던 흑염소가 응집된 자연을 노을에 적신 것일까, 육십갑자 ‘회향’을 벗어나 긴긴 영혼까지 깔끔하게 챙기고자 부지런 떨며 함께 소일하는 반려자의 회춘 미소가 길어진 해를 따라 간다, 금방 되돌아올 것이다.
<회향回向>
작가 소개
지은이 : 석인구
石仁玖 호, 桑阿, 공학도로 주택건설 사업에 邁進, 사진작가의 길에서 새천년 들어 경북대에서 현대문학을 사사받았다. [문학예술] 시 등단/ [한비문학] 수필 등단, 한비문학회 부회장, 대구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국제펜 대구지회 이사<수상>한국문학 베스트시인문학상, 윤동주 시맥문학상, 한비문학상, 디딤문학상, 팔거문학상 운문최고상, 대구펜 작가상, <시집>1. 기억의 모눈종이, 2. 루드베키아 그 얼굴, 3. 스무아흐렛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