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도발적인 반전과 흡입력 있는 문장으로 추리·미스터리·스릴러 붐을 일으킨 베스트셀러 작가 정해연의 소설집 『우리 집에 왜 왔어?』가 출간됐다. 『우리 집에 왜 왔어?』에는 독자의 몰입감을 위해 읽는 쾌감을 극대화한 소설 세 편이 수록돼 있다.이 세 이야기는 언제나 정해연의 작품 세계에 있어왔던 ‘가족’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다. 정해연은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가족에 대한 욕망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과장된 서사 속에서 등장하는 가족의 면면들은 지극히도 현실적이다. 『우리 집에 왜 왔어?』는 너무 친숙하기에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던 ‘가족’이라는 주제를 정해연만의 장르 문법으로 소화한 파격적인 소설집이다.“남편은 대기업 상무지, 큰딸은 그렇게나 합격하기 어렵다는 스튜어디스지. 작은딸도 착하잖아, 성실하고.”미소 짓던 선경은 입을 다물었다. 좋게 나가다가 갑자기 작은딸 이야기를 꼭 집어넣는 것은 진주 엄마의 심술일 게 분명했다. 작은딸인 민영은 가까스로 ‘인서울’은 했지만 일명 ‘스카이’라 불리는 대학들에는 지원서도 넣어보지 못했다. 매 학기 장학금을 타오긴 하나 선경은 ‘그 정도’ 학교에서 ‘그게’ 자랑스러울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민영을 미워하지는 않는다. 선경은 두 딸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 민영이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진 못해도 취업만은 떳떳한 곳에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_ 「살煞」
수영은 벌써 한 달째 원인 모를 열병에 시달리고 있다. (…) 병원도 여러 군데를 가봤지만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해열제를 포함한 어떤 약도 도통 듣지 않았다. 수영은 머리도 깨질 듯이 아프다고 했다. 일어나면 너무 어지러워서 부축 없이는 걸을 수 없는 정도가 됐다.“우울증일 수 있습니다.”지난주에 다녀온 신경과에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때 선경은 얼마나 불쾌했는지 모름다. 수영은 평소 밝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감이 남달랐다. (…) 그랬던 수영에게 우울증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_「살煞」
“정신과 말이야.”그 소리를 듣자마자 선경이 포크를 탁,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우리 수영이가 정신병이었으면 좋겠어?”“뭐? 그런 말이 아니잖아.”옆에서는 민영이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선경은 눈을 꾹 감았다가 천천히 뜨며 나직이 말했다.“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에 현혹되지 마. 애가 오랫동안 비행하다 보니 지쳐서 그래. 내가 다른 병원 알아볼 테니까 그런 소리 마.”남편은 긴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_「살煞」
작가 소개
지은이 : 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인간의 비극을 다루는 스릴러를 통해 현실에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2012년 『더블』을 출간하며 데뷔했다.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대상 수상, 2018년 추미스 공모전 금상 수상. 2024년 제18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작에 선정되는 등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이 세계 각국에 번역되어 출간됐다. 2023년 『유괴의 날』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ENA에서 방영되었으며 현재 웹툰으로 제작되고 있다.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 『선택의 날』, 『홍학의 자리』는 드라마로, 『구원의 날』은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장편소설 시리즈 「날」(『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3부작과 소설집 『말은 안 되지만』을 비롯해 장편소설 『내가 죽였다』, 『두 번째 거짓말』, 『홍학의 자리』, 『못 먹는 남자』, 『누굴 죽였을까』, 『용의자들』, 『2인조』 등이 있다.